BMW 420d, 친숙한 외모속에 내재된 쿠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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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420d, 친숙한 외모속에 내재된 쿠페 본능
  • 김석민
  • 승인 2014.01.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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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3시리즈에 숫자 ‘1’을 더했다. BMW 라인업에서 홀수는 세단, 짝수는 쿠페를 뜻한다. 기존 3시리즈 쿠페 라인을 4시리즈로 나눠 세단과 쿠페의 경계선을 확고하게 그었다.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을 심산이다. 엔트리 모델도 마찬가지. 최근 열린 2014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1시리즈 쿠페가 2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 

3시리즈에 1을 더한 4시리즈. 숫자 ‘1’의 의미를 고민했다. 외모를 완전히 바꾸거나 구동계를 새로 매만졌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다른 디자인은 아니었고, 구동계도 3시리즈 라인업에서 사용돼왔던 것들을 그대로 얹었다. 눈으로 가늠해볼 때 4개의 문을 2개 덜어낸 쿠페인 정도. 과연 나머지 숫자 ‘1’에 대한 의미는 어떤 것일까.

디자인을 둘러보자. BMW가 간직한 고유의 특징, 특히 3시리즈의 특징들은 그대로다.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 잡은 키드니 그릴, 그 양옆에 LED 코로나 링을 품은 헤드램프, 크기를 살짝 다듬은 것 빼고는 다를 게 없는 테일램프 등이다. 한편으론 3시리즈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4시리즈 외관 디자인에 참여한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 씨의 말을 빌리면, 보닛을 제외하고는 모두 4시리즈를 위해 다시 제작됐다고 한다.
 

옆으로 눈길을 돌리면 4시리즈의 존재감이 또렷해진다. 라인은 루프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패스트백 스타일처럼 길고 매끄럽게 이어진다. 2개의 프레임리스 도어는 마치 6시리즈를 줄인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실내는 신형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고스란히 이어놨다. 단순하고 조작하기 쉬운 운전자 중심 설계 구조다. 센터페시아에는 공조장비 및 오디오 컨트롤을 한데 모았고, B필러까지 길게 늘어난 도어트림에는 간략하게 좌·우 사이드미러 조절장비와 2개의 전자동 윈도우 버튼을 배치했다.

운전석이나 조수석을 접어 들어갈 수 있는 뒷좌석은 2개의 독립 시트를 달아 공간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게 했다. B필러와 C필러 사이를 메우는 뒷유리가 뒷자리 헤드레스트까지 이어진다. 쿠페 뒷좌석에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한 부분을 넓은 시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센터콘솔의 전자식 기어노브 우측에는 둥근 다이얼이 있다. 뉴 5시리즈부터 새로운 기능이 더해진 iDrive 컨트롤러.

다이얼의 크기가 늘어남과 동시에 터치 입력이 가능해졌다. 한글 및 영문으로 타입을 맞춰 컨트롤러에 음절 단위로 글을 써내면 최대 5개의 예시 음절들을 나열한다. 일일이 다이얼 버튼을 좌·우로 돌려가며 자음 모음을 누를 필요 없이 터치 하나로 간편하게 써낼 수 있게 했다. 다만 영어보다는 아무래도 한글 인식률이 떨어진다.
 

엔진에 시동을 걸자 친숙한 디젤 엔진음이 들린다. 420d의 엔진은 320d에도 쓰이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를 내는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다. 엔진의 힘을 뒷바퀴에 이어주는 조력자는 8단 자동변속기다.

추가된 숫자 ‘1’이 주는 의미는 파격적인 변화보다 3시리즈와 명확히 구분되는 기술에 있다. 4시리즈 쿠페를 3시리즈 세단과 비교하면 길이와 너비가 각각 14mm 길다. 높이는 67mm나 낮다. 전 세대 모델인 3시리즈 쿠페(E92)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길이와 휠베이스는 각각 26mm, 50mm 늘었고 높이는 16mm 낮다. 무게는 25kg 가볍고, 강성은 60%나 높여 주행성능의 기본기를 다졌다.

또한, 공력성능도 강화됐다. 3시리즈 그란 투리스모에서 먼저 소개됐던 에어 커튼과 에어 브리더 시스템이다. 주행 시 전면에 들이치는 와류현상을 측면 에어 브리더로 우회시켜 공기저항을 줄인다. 이를 통해 공기저항계수(Cd)는 0.28이다.
 

걸걸거리는 엔진을 가속 페달로 다그친다. 저회전부터 제대로 나오는 힘이 차체를 앞으로 밀어낸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대는 1,750rpm에서 2,750rpm. 자동 8단 변속기는 초반부터 6단까지 가속에 초점을 맞춰 속도계를 부지런히 올린다. 7단부터는 기어비를 낮춰 항속 주행에 어울린다. 시속 100km에서 타코미터가 가리키는 숫자는 1,500rpm. 어느새 변속기는 8단에 물려 있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지만 않는다면 쿠페에서도 부드러운 주행질감을 느낄 수 있다.

연료효율성은 상당하다. 복합연비 기준 공인연비는 16.5km/L. 경쟁 모델인 벤츠 C 220 CDI와 비교하면 0.9km/L 앞선다. 여기에 타력주행 기능이 포함된 에코 프로(Eco Pro) 모드를 더하면 연비를 최대 20%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스포츠 모드는 부드러운 주행질감의 컴포트 모드와는 달리 초반부터 토크를 모두 뽑아낸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면 어느새 4단이다. 촘촘한 기어비 때문이다. 5시리즈 세단 및 3시리즈 세단과 같은 구동계를 쓰지만, 더 가벼운 무게 덕에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각각 0.7초, 0.3초 앞선 7.3초다.
 

하체의 움직임은 날카롭고 정확하다. 마치 선로가 정해진 롤러코스터와 같은 느낌. 새롭게 다듬은 차체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BMW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낮은 무게중심과 50:50의 무게배분은 하체 균형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여기에 BMW Z4와 같은 시트 포지션은 운전감각의 흥을 돋운다. 코너를 오버 스피드로 진입하면 DSC가 출력을 억제하면서 안정적인 탈출을 돕지만, 몸을 지탱해주는 사이드 불스터의 부족함이 아쉽다.

4시리즈가 추구하는 쿠페 성향은 확실했다. ‘3’에 더한 숫자 ‘1’의 의미는 외모가 아니었다. 쿠페 성향의 내실을 더욱 키우기 위한 발판이었다.

BMW 420d
가격: 5천530만원
크기: 4638×1825×1362mm
휠베이스: 2810mm
0→시속 100km 가속: 7.3초
최고시속: 232km
엔진: 직렬 4기통, 1995cc, 트윈-터보디젤
무게: 1390kg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38.8kg·m/1750~2750rpm
복합연비: 16.5km/L
CO₂ 배출량: 117g/km
변속기: 8단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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