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트(ABT)의 AS8은 아우디 A8을 바탕으로 압트가 튜닝한 차다. 알려진 것처럼 압트는 아우디·폭스바겐의 전문 튜너다.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아우디를 바탕으로 개조한 경주차를 투입, 여러 번 우승을 거두며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아우디의 공식 파트너로, 아우디 공식 레이싱 팀을 이끌고 있다. 시승차는 아우디 A8L 4.2 TDI를 바탕으로 압트가 손질한 AS8이다.

첫 인상은 약간 얌전한 느낌. 분명히 스포티한 분위기가 흐르지만, 화려함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과격한 성능보다는 오래탈 수 있는 차를 만든다는 방침이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AS8은 아우디 A8L의 디자인을 지키면서도 압트만의 특색을 더했다. 덧붙이는 방식의 프론트 스커트를 범퍼 하단에 달아 공기역학 성능을 강화했다.

살짝 날을 세운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평평한 면이 심심했던 옆면 아래에는 사이드 스커트를 달아 멋을 냈다. 뒷면에는 리어 스포일러와 리어 스커트를 덧붙이고 머플러 팁도 바꿔달아 차별화했다. 터빈 모양 휠은 ABT 모터스포츠의 21인치 휠이다. 타이어는 던롭의 SP 스포츠 맥스 GT. 사이즈는 275/35R21로 상당히 크고 넓다.

변경된 부분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포티한 인상을 자아내는 데에는 충분하다. 과격한 디자인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튜너들과는 방법이 다르다. 마치 브랜드 로고를 작게 숨기고 제품 그 자체의 디자인을 봐달라는 고급 가방과 같다. 실내는 그대로다. 바뀐 것이라곤 ABT가 써져 있는 바닥 매트 정도다. 인테리어 재질이나 구성 등 기본이 뛰어난 아우디다.

크게 개성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면 바꿀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실내에서도 특별한 개성을 원했던 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함의 완성된 실내는 변경을 더하기 힘들 만큼 훌륭하다. 호사스러우면서도 지나치지 않다. 깔끔하게 정리된 디자인의 힘이다. 튜닝카라고 하면 엄청난 성능을 위해 우락부락하게 개조된 엔진룸을 생각했겠지만, AS8의 엔진룸은 A8L의 것 그대로다.

변한 것은 ECU 프로그램 하나다. ECU는 자동차의 연산 장치, 그 프로그램은 자동차란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다. 연산 수칙에 따라 자동차를 움직인다. 엔진 연료 분사량, 전자식 드로틀 제어, 변속기 반응 로직 등 상당히 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압트는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고 프로그램을 바꿨다. 그 결과 V8 4.2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이 350마력에서 385마력으로 올랐고, 최대토크는 81kg·m에서 89kg·m로 뛰어올랐다.

프로그램 세팅은 중속 영역에서의 시원한 가속을 목표로 했다. 드로틀의 민감도도 조금 더 끌어올렸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재빨라진다. 하지만 막히는 서울에선 대부분의 시간을 편안하게 달리고 싶어할 것이다. 주행 제어 모드를 컴포트에 맞추고 달렸다. 주행 반응은 나긋해졌고, 에어 서스펜션은 긴장을 풀고 푹신해졌다. 압트는 기존의 서스펜션을 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엔진은 저회전을 유지하며 느긋하게 속도를 높인다.

느긋하게 달릴 때면 이 차의 변경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다이내믹 모드로 세팅을 바꿨다. 변속기는 자동으로 스포츠 모드로 변경된다. 서스펜션이 금세 딱딱해져 차체를 안정적으로 다잡는다. 차체 높이도 약간 더 낮출 수 있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상당히 고르다. 디젤 엔진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공차중량 2,249kg의 무거운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속은 빨랐다. 엔진의 힘이 충분해서다.

순정 상태에서도 0→시속 100km까지 5.6초가 걸린다. 흥분과 긴장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기세는 마치 특급열차와 비교할 만하다. 압트는 최고출력을 정확히 10% 올렸다. 그 10%의 차이를 극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 또는 빠른 가속이 필요할 때, 그 차이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중속 영역에서의 가속이 좋아졌으며, 회전수를 올릴 때 꾸준하게 힘을 밀어붙인다.

압트가 A8L 4.2 TDI를 AS8로 바꾸는데 들어간 비용을 살펴봤다. 시승차에 들어간 비용은 총 2천815만원이다. 파워 키트 가격이 약 680만원, 바디 키트 가격이 약 780만원이다. 둘을 합치면 약 1천460만원이 든다. 휠과 타이어 세트는 약 1천140만원.

튜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성능 향상과 자기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만족이다. 만일 아우디 A8을 갖고 있고, 평범한 차에 살짝 질릴 때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디테일은 남과 다른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은근한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글: 안민희 기자

ABT AS8 4.2L TDI
가격: 2815만원(튜닝비용)
크기: 5267×1949×1471mm
휠베이스: 3122mm
무게: 2249kg
0→시속 100km 가속: 5.3초
최고시속: 280km
엔진: V8 TDI, 4134cc, 트윈터보, 디젤
최고출력: 385마력/3600rpm
최대토크: 89kg·m/2150~3000rpm
복합연비: 11.6km/L
CO₂배출량: 199g
변속기: 8단 팁트로닉
트렁크: 510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