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300C AWD, 언제나 네 바퀴를 굴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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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300C AWD, 언제나 네 바퀴를 굴릴 필요는 없다
  • 안민희
  • 승인 2013.10.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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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C는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차다. 1세대 300C의 멋진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큼직하게 다듬은 각진 차체는 치장 없이도 강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우락부락한 앞모습은 머슬카 느낌마저 냈다. 기함에 걸맞은 덩치와 남성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져 미국차 특유의 매력을 뽐냈다. 

만났다 헤어져도 추억은 남듯이,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만남과 이별은 크라이슬러에게 선물을 남겼다. 벤츠가 다듬은 하체에 크라이슬러의 엔진을 올려 만든 300C는 큰 성공을 거뒀다. 최전성기인 2005년에는 14만대가 넘게 팔려 크라이슬러 판매량의 1/3을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300C의 디자이너들이 고민할 문제가 생겼다. 힙합퍼들이 이 차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마초답게 생긴 모습, 커다란 덩치, 뚜렷한 존재감 등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들은 300C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결국 300C는 지나치게 큰 크롬 휠을 끼운 것도 모자라, 휠 안에 빙빙 돌아가는 스피너를 끼우고, “내 멋진 차를 봐”라며 흥얼거리는 이들의 뒤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그래서 2세대 300C는 한층 원숙한 디자인을 택했다. 앞부분 디자인은 직선적으로 바뀌어 조금 더 절제된 느낌을 준다. 이 차의 목표 고객층인 중장년층의 진지한 얼굴을 닮았다. 이제야 기함에 어울릴 디자인을 찾은 듯하다. 어딘가 고전적인 감각이 든다. 세단의 비율에 충실한 모습, 마초적인 디자인, 옛 미국차를 떠올리게 하는 그릴 등이 그렇다.

실내의 변화 또한 크다.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이라지만, 가끔은 지나치게 실용적인 감각으로 자동차를 만든다. 1세대 300C의 지나치게 단순한 실내 구성과 모자란 질감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2세대 300C의 실내는 짐짓 화려해졌다. 질감 또한 개선됐다.

여전히 구성은 ‘단순하고 편안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한 장식 및 표현이 없어 금세 눈에 익숙해지며 조작부는 크고 단순한데다 버튼이 적어 이용하기 편하다. 고전적인 감각이다. 더불어 대시보드 중앙의 8.4인치 터치스크린은 메뉴가 단순하고 버튼이 큼직해 쉽게 다룰 수 있다. 반면 태블릿 PC 크기에 맞먹는 이상 조금 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시승차는 300C AWD 모델이다. 최고출력 286마력을 내는 V6 3.6L 엔진에 자동 8단 변속기를 짝지었다. 구동 방식은 네바퀴굴림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뒷바퀴만을 굴린다. 연비 때문이다. 네바퀴굴림은 뒷바퀴굴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떨어진다.

그래서 300C AWD는 네바퀴굴림과 뒷바퀴굴림을 자유롭게 오가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항상 차체의 거동을 살핀다. 날씨, 노면 상황, 구동력 전달, 타이어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 수시로 개입한다. 계기판 가운데 자리한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도 네바퀴굴림으로 달리고 싶다면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수동 모드로 바꾸면 된다. 수동 모드에서는 네바퀴굴림을 계속 유지한다.

우선 뒷바퀴굴림 상태로 달렸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 엔진회전수를 높였다. 중저음의 음색이 실내로 파고든다. V8의 웅장한 브라스 소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묵직한 소리가 듣기 좋다. 가벼운 다운사이징 엔진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소리다. 어느새 회전수는 6,500rpm까지 빠르게 치솟으며 힘을 쏟아낸다. 최고출력 286마력은 6,300rpm에서 나온다. 출력을 모조리 쏟아내고 6,500rpm에서 다음 단수로 바통을 넘긴다.

뒷바퀴굴림으로 주행할 때는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꺾을 때 앞바퀴의 반응이 다소 늦는 듯했다. 살짝 차체가 기울고 나서 움직임이 시작된다. 승차감을 위주로 조율된 서스펜션은 여유로운 항속 주행에 걸맞다. 마치 보트를 타는 기분이다. 반응은 조금 느리지만 부드럽게 노면을 타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바퀴굴림으로 주행할 때는 제법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앞바퀴에 구동력을 전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꺾을 때 더욱 기민하게 반응했다. 차체가 살짝 기우는 것은 여전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안정감 또한 좋아졌다. 굴곡이 심한 노면을 붙잡고도 의도한 대로 정확히 방향을 틀며 움직였다.

수동 모드를 추월 또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해 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300C AWD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정확히 필요한 부분을 짚었다. 평소에는 뒷바퀴굴림의 편안한 승차감을 누리고, 스포츠 주행을 할 때는 네바퀴굴림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조합이다. 아울러 브레이크 또한 제동력이 좋으며, 급제동 때도 차체의 거동이 일정해 차를 믿고 달리기에는 충분하다.

300C AWD는 꽤 무거운 차다. 공차중량이 1,995kg로 같은 엔진을 얹은 뒷바퀴굴림 모델보다 무게가 155kg 더 나간다. 하지만 가속감은 좋다. 엔진이 힘을 내는 범위가 넓은데다 자동 8단 변속기의 세밀한 조합 덕분에 부드럽게 가속을 이끈다. 시속 100km에서 8단을 넣으면 엔진회전수는 1,500rpm 정도다. 고속도로 공인연비는 11.3km/L지만, 느긋하게 달리면 충분히 넘길 수 있다. 복합 연비는 8.9km/L로 뒷바퀴굴림 모델의 9.5km/L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300C AWD는 고유의 매력을 갖췄다. 탄탄한 주행감각을 자랑하는 독일차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먼 거리 주행에 안성맞춤인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췄다. 주행감각은 여유롭고, 엔진을 보채지만 않는다면 장거리 연비 또한 뛰어나다. 큰 실내공간 또한 매력적이다. 게다가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을 넘나드는 구동계는 300만원의 추가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 오너드라이버라면 꼭 추천할 부분이다.

글: 안민희 기자

CHRYSLER 300C AWD
가격: 6천640만원
크기: 5045×1905×1410mm
휠베이스: 3050mm
무게: 1955kg
엔진: V6, 3604cc, 휘발유
최고출력: 286마력/6350rpm
최대토크: 36kg·m/4800rpm
복합연비: 9.5km/L
CO₂ 배출량: 200g/km
변속기: 전자식 8단 E-시프트
연료탱크: 72.3L
트렁크: 48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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