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vs 재규어 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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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vs 재규어 XJ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2.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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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토카>에 들어온 뒤 첫 취재대상이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마세라티의 완전신형 원메이크 경주차 바르케타를 시승하는 일이었다. 북부 이탈리아의 어딘지 모를 곳의 서킷이었다. 그처럼 젊은 나이에 그토록 희귀한 차를 시승하라는 초청을 받았으니 대단한 영광이었다. 한데 그 주말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세라티 관계자들의 마음속에 도사린 우울한 분위기였다. 당시 마세라티는 죽어가고 있었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약 20년 전이었고, 날짜까지 거의 같다.

물론 지금의 마세라티는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1997년 페라리가 개입한 이후 마세라티는 점차 발전하여 전 세계에서 한 해 5,000~6,000대를 꾸준히 팔고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데 2015년까지 피아트와 마세라티의 주도세력은 그 숫자를 10배로 늘리려 한다. 그러면 막연하지만 놀라운 한 해 대략 5만대로 늘어난다. 그리고 마스터플랜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완전신형 트윈터보 콰트로포르테 V8. 실제로 그 하체는 어느 모로나 앞으로 위로 나아갈 플랫폼을 마련한다.

그야말로 역사의 짜릿한 새 과정으로 몰고 들어갈 짜릿한 차다. 자동차계의 가장 뛰어난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브랜드다. 알고 보면 누구나 대형 마세라티를 사랑한다. 그들은 길이 5,262mm의 콰트로포르테보다 별로 크지 않다. 앞뒤 바퀴 사이의 엄청난 길이 덕분에 종전 모델에 비해 뒷좌석 다리공간이 100mm 더 늘었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중국시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만들었다. 요즘 중국시장은 로열 앨버트 홀의 좌석만큼 여유 있는 뒷좌석을 가진 차에만 관심을 갖는 듯하다. 따라서 재규어 동급 챔피언 롱휠베이스 버전과 비교하기로 했다. 운전하기에 상당히 맛깔스럽고 스타일이 매혹적인 XJ 슈퍼스포트 V8이 등장하게 된 까닭이다.

이들 두 공룡 사이에는 닮은 데가 많다. 서로 맞서는 순간부터 분명했다. 두 모델의 자태는 정말 거창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앞머리와 앞머리를 맞대놨을 때 거의 11m를 차지했다. 내년 6월 영국에 들어올 때 마세라티가 약간 더 비싸 “대략 11만 파운드(약 1억9천50만원)”다. 아울러 9만5235파운드(약 1억5천600만원)짜리 재규어보다 장비가 조금 떨어진다. 재규어의 옵션 목록은 짧다. 재규어는 키친 싱크를 비롯해 거의 모든 것을 기본으로 갖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드웨어로 보더라도 둘이 공유하는 이례적으로 큰 공통적 바탕을 볼 수 있다. 둘 다 V8 엔진을 얹었고, 패들 쉽터를 갖춘 똑같은 ZF 8단 자동박스를 통해 파워를 전달한다. 마세라티는 2개의 터보를 통해 3.8L 엔진이 펄떡거리는 523마력/6,800rpm과 66.1kg‧m/2,000rpm~4,000rpm이고, 오버부스트로 72.1kg‧m까지 밀어 올린다. 반면 재규어는 슈퍼차저를 이용하여 5.0L V8을 503마력/6,000rpm과 63.6kg‧m/2,500~5,500rpm까지 끌어올린다.

재규어가 쬐끔 가벼워 1,955kg. 아울러 좀 더 경제적이어서 공식연비는 10.6km/L에 콰트로포르테의 10.2km/L를 앞지른다. 둘 다 적어도 1주일 동안 하인의 소가족을 넣을 만한 트렁크(마세라티는 530L, 재규어는 520L)를 달고 있다. 그리고 둘 다 보통 체구의 사람이 바라는 것 이상의 뒷좌석 다리공간을 마련했다. 한데 스펙표에서 둘을 뚜렷이 갈라놓는 한 가지 항목이 있다. 재규어는 리미터로 최고시속을 250km에 묶은 표준형이다. 그와는 달리 마세라티(마세라티니까)는 리미터 같은 건 아예 없다. 따라서 최고시속 307km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 결국 마세라티는 세계 최고속 양산 세단으로 군림한다.

그럼에도 둘 다 0→시속 100km 가속에 똑같이 4.7초. 한층 중요한 성격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말을 바꿔, 실세계의 직선구간에서 둘은 거의 구분할 수 없다. 도로에서 전달되는 감각을 그대로 전해줬다. 주위에 가로막을 아무도 없고 마음껏 치고 달릴 어지간한 도로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솔직히 둘 다 황당하게 빠른 느낌을 준다. 이처럼 빠른 길고 덩치 큰 2톤짜리가 편도 1차선에서 와락 덤벼들면 다른 드라이버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다.

둘 가운데 마세라티가 순수한 가속에서 살짝 더 광적이었다. 터보 엔진이 재규어의 보다 빠른 슈퍼자저 V8만큼 잽싸게 토크를 끌어낼 수는 없지만.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기본성능 수준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실 거의 모든 드라이버는 당혹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큰 덩치와 거추장스런 차로 포르쉐 911에 맞먹는 성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둘 다 목덜미를 잡고 힘차게 몰아붙일 때 어느 쪽도 두 손을 하늘로 번쩍 들고 그만이라고 고함을 지를 수 없었다(이들은 리무진이고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경우도 드물다. 한데 마세라티는 여전히 콰트로포르테 오너의 절대다수가 “스포티하게” 달리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재규어는 그 이름만으로도 한층 더 예리한 드라이버를 겨냥했음을 알 수 있다). 마세라티는 스포트 모드를 고를 수 있다. 그러면 단번에 댐퍼를 강화하고 보디 컨트롤을 예리하게 조율했다. XJ도 기어 셀렉터로 다이내믹(Dynamic) 버튼을 누르면 비슷한 기능이 나왔다.

여기서 콰트로포르테는 이론적으로 더 잘 나간다. 엔진, 기어박스와 배기관을 조율하는 스포트(Sport)를 선택한다. 따라서 댐퍼는 컴포트(Comfort) 세팅을 유지하면서 드로틀 반응이 더 날카롭고, 소리가 더 커지고, 기어변환이 더 상큼했다. 그건 이들 둘을 갈라놓기 때문에 환영할 성질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세라티는 역동적 성격에서 상당히 두드러진 문제에 시달린다. 다양한 모드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는지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전히 모든 동작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빈약한 승차감과 연관이 있었다. 때문에 리무진—심지어 스포츠 리무진으로 콰트로포르테는 출발부터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었다.

똑같은 도로에서 똑같은 속도로 재규어를 몰았을 때 마세라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여기서 핵심적인 메시지를 밝혀낼 수 있었다. XJ를 따로 떼었을 때 그 승차감은 상당히 발랄했다. 절대로 아스팔트를 가로질러 미끄러지지 않았다. 이로써 스포츠 세단 이상의 기미를 찾을 수 있었다. 콰트로포르테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뒷좌석에 앉을 때 더욱 두드러졌다. 정확히 콰트로포르테가 XJ와 나란히 빛날 대목이다. 한층 넉넉한 머리공간과 좀 더 좋은 다리공간이 뒷받침한다. 뒷좌석에 느긋하게 앉아 운전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길 차로 마세라티는 어떨까? 다시 현실은 결코 콰트로포르테에 유리하지 않았다.

먼저 마세라티는 재규어보다 더 시끄러웠다. 더 큰 도로‧타이어‧바람‧배기 소음 탓에 시속 100km에서 2dB을 더 냈다. 더 이상하게도 콰트로포르테의 뒷좌석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어떤가 하면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소곤) 대형 현대를 타고 달리는 느낌과 약간 닮은 듯했다. 재규어의 뒷좌석에는 많은 장비가 달려있다. 즐길 수 있는 온갖 리모컨 핸드세트,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카본파이버 자락과 좌석 뒤에 100만 달러짜리(약 10억6천만원)로 보이고 느껴지는 아름다운 접이식 탁자가 있다. 마세라티는 그냥 공간이 수두룩하다. 어쨌든 감촉과 즐거움이 모자랐다.

반면 스티어링은 실로 빼어났다. 힘차게 몰아붙일 때 승차감을 무시하는 한 콰트로포르테는 더 없이 잘 다듬어졌다. 심지어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는 XJ보다 한결 날카로웠다. 마세라티의 기어박스도 아름답게 작동했다. 앞쪽 실내 디자인은 매력적으로 단순하고, 어느 각도로 보나 그럴 수 없이 잘생겼다. 게다가 직선코스에서는 어처구니없이 빨랐다.

길이 5.2m인 마세라티의 1차적 기능은 확실히 리무진이다. 하지만 재규어가 전체적으로 달성한 성과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사실 콰트로포르테는 엉뚱한 보디에 싸인 스포츠 세단과 아주 비슷했다. 마치 너무 큰 옷을 빌려 입고 결혼식장에 나간 사람과 같았다. 그래서 콰트로포르테는 카 마니아들에게는 매력이 부족한 차가 아니었지만 목적과는 약간 빗나간 차였다.

글: 스튜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

Jaguar XJ Supersport LWB
0→시속 100km: 4.7초
최고시속: 249km
복합연비: 8.8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68g/km
무게: 1955kg
엔진: V8, 5000cc, 슈퍼차저,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510마력/6000~6500rpm
최대토크: 63.7kg·m/2500~5500rpm
무게당 출력: 261마력/톤
리터당 출력: 101마력/L
압축비: 9.5:1
변속기: 8단 자동
길이: 5272mm
너비: 1899mm
높이: 1457mm
휠베이스: 3157mm
연료탱크: 82L
주행가능거리: 726km
트렁크: 520L
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 에어스프링, 안티롤바
             (뒤) 멀티링크, 에어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 380mm V 디스크
             (뒤) 376mm V 디스크
휠: (앞/뒤) 9J×20in / 10J×20in
타이어: (앞/뒤) 245/40 R20 / 275/35 R20

Maserati Quattroporte
0→시속 100km: 4.7초
최고시속: 307km
복합연비: 8.5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74g/km
무게: 1975kg
엔진: V8, 3799cc, 트윈터보,
구조: 휘발유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530마력/6800rpm
최대토크: 66.2kg·m/2000~4000rpm(오버부스트시 72.3kg·m)
무게당 출력: 269마력/톤
리터당 출력: 140마력/L
압축비: 9.5:1
변속기: 8단 자동
길이: 5262mm
너비: 1948mm
높이: 1481mm
휠베이스: 3171mm
연료탱크: 80L
주행가능거리: 677km
트렁크: 530L
서스펜션: (앞)더블 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멀티링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80mm V 디스크
             (뒤)350mm V 디스크
휠: (앞/뒤) 8.5J×20in / 10.5J×20in
타이어: (앞/뒤) 245/40 ZR20 / 285/35 Z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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