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맨S, 진화의 정점에 선 스포츠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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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맨S, 진화의 정점에 선 스포츠 쿠페
  • 최민관
  • 승인 2013.05.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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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맨은 대단히 모순적인 캐릭터다. 알려진 대로 신형 카이맨은 3세대 박스터와 모든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그런데 그건 컨버터블의 낭만을 지워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꼴이다. 얻는 건 한층 높아진 강성, 잃는 건 컨버터블의 낭만이다. 여기서 수요는 나눠진다. 달리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는 스포츠카 오너의 열정은 좋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다. 카이맨은 미드십 구성의 밸런스를 자랑한다. 뒤쪽 차축 위에 엔진을 얹는 구조와는 격이 달라진다.
 
그래서 포르쉐는 카이맨이 911의 아성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파워를 억제시켜놨다. 튜닝으로 봉인 해제된 카이맨을 타봤다면 그 말의 의미를 단박에 깨닫게 된다. 신형 카이맨 S는 911 카레라의 해치 아래에서 디튠된 엔진을 꺼내 뒤 차축 앞에 구겨넣은 미드십 방식이다. 상황은 그렇지만 출력은 아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빠르다. 325마력 3.4L 직분사 엔진은 시속 100km까지 4.9초에 도달하며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단 시승차의 경우 4.7초에 불과하다. 포르쉐가 밝힌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랩타임은 7분 55초.

성능의 변화는 확실했다. 아이콘 911과 박스터 사이에서의 역학적 한계가 균형 잡힌 스포츠카를 만들어내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최고시속은 281km. 변화는 역시 기술적 가치에 있다. 도어와 트렁크 리드, 해치를 알루미늄으로 바꿔 무게를 줄였고 안전을 위해 크럼플 존은 하이브리드 섀시로 만들어냈다. 지붕을 중심으로 아주 매끈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이며 휠 아치는 좁은 편. 살짝 들어 올린 스포일러 팁은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알아서 작동한다.

프론드 윙과 대형 흡기구를 달아 성능을 높였으며 LED 주간주행등으로 멋을 부렸다. 레이스를 하며 개발된 기술은 양산차에 고스란히 쓰였다. 엔진 실린더와 밸브 과열을 막기 위해 각 실린더에 냉각제를 공급한다. 직분사 엔진의 노킹은 적어도 카이맨에서는 찾기 어렵겠다. 실제 앉아보면 2005년 데뷔했던 1세대 카이맨과 많이 달라졌다. 한 체급 올린 듯한 기분이 든다. 시트는 낮고 센터콘솔은 높아 운전석은 독립적인 공간이다.

수동변속기를 달았다면 센터콘솔에 불쑥 솟은 레버를 움켜쥐고 흔들며 힐앤토를 구사하는 느낌이 죽여줄 배치다. 그렇지만 듀얼클러치의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로 변속하는 맛 또한 감각적이다. 밀고 당기는 방향이 레이스에서 비롯된 방식과 같아 자연스럽다. 이제 난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완벽한 성능에 효율과 편안함을 겸비한 듀얼 클러치와 손발을 교차시키며 즐기려는 오랜 습관적 쾌락 사이에서. 돈을 더 내야한다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신뢰의 ZF사가 만든 PDK 변속기는 외면하기엔 너무나 매력이 넘친다.

연료 효율과 고성능, 편안함을 동시에 담기란 쉽지 않다. 코스팅 기능을 갖춰 고속으로 도시를 오갈 때 최적의 효과를 준다. 내리막길을 일정 속도로 순항할 때 엔진 동력을 차단해 관성이 주는 탄력으로만 내달린다. 연료 절감은 당연한 수순. 그러면서도 엔진 파워가 필요한 순간 7단에서 3단으로 순식간에 기어를 바꾼다. 포뮬러원 레이서의 변속을 능가하는 더블 클러치의 명쾌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감성 또한 충만해진다. 시프트다운 시 머플러는 마치 경주차의 연소되지 않은 연료가 타는 듯한 음색을 낸다.

기어를 바꿀 때마다 운전자의 기분을 북돋우는 드로틀 블립의 효과다. 스톱-스타트 기능과 에너지 회생 장치를 더해 고효율 연비마저 움켜쥐었다. 그렇다고 카이맨이 파나메라 같은 그란투리스모를 자처할 이유는 없다. 주행 감각은 다소 부드러워졌지만 분명 스포츠카의 감성이다. 자기를 품은 유체로 감쇄력을 조절하는데 노멀과 스포츠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다. 최신 고성능 쿠페들이 스포츠카와 승용차의 특성을 모두 품은 이중적인 세팅을 담아내는 것과 비교해 아쉽다.

그리고 작은 차체와 미드십 엔진의 조화는 묘한 공간을 낳았다. 앞 공간은 150L로 깊지만 좁고, 뒤 트렁크는 130L로 넓지만 얇다. 주말 골프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겠다. 반면 인체공학적인 배치는 여전하다. 전동식 스티어링 휠의 작동 범위는 무척 넓어서 어지간한 체형의 운전자는 모두 소화해낸다. 시트 착좌감은 몸을 좀 더 감싸줬으면 싶다. 사이드 불스터의 지지력이 나쁘진 않지만 한층 과격한 911 터보의 시트를 이미 맛봤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승차의 룩소 베이지 가죽 내장재는 근사했으나 같은 컬러의 플라스틱 부품은 질감이 미흡했다. 대시에 넣어 필요할 때만 눌러 꺼내는 컵홀더는 기능과는 별도로 저렴해 보여 “그래서 여전히 숨겨 두는 걸까”라는 억측을 부른다. 옵션이지만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고를 수 있어 반갑다. 팩토리 오더의 7인치 모니터에는 슈투트가르트 스포츠카에서 세팅한 맵이 들어있었다. 구형 카이맨 S의 오너가 봤을 때 단박에 알아챌 만한 큰 변화? 물론 있다. 바로 스티어링 휠의 감각이다.

이제는 유압식 모터를 버리고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팽팽한 고무 같았던 스티어링 답력이 줄어들었다. 중심 복원력이 슬며시 느슨해진 기분. 불쾌하진 않다. 일말의 감각적 아쉬움이 존재할 뿐. 첨언하자면 그건 핸들링 성능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턴인은 한층 바삭거리고 내 의지대로 완벽한 궤적을 그려내니까. 요컨대 한층 편해졌다는 얘기다. 리어 디퍼렌셜 록이 포함된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한층 자신감 있게 코너를 공략하도록 이끈다. 달리기의 쾌감의 정점에서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간다는 얘기다. 포르쉐 카이맨의 진화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글: 최민관, 사진: 이근영

PORSCHE CAYMAN S
가격: 9천660만원
크기: 4380×1801×1295mm
휠베이스: 2475mm
무게: 1420kg
엔진: 직렬 6기통, 3436cc, 휘발유
최고출력: 325마력/7400rpm
최대토크: 37.7kg·m/4500~5800rpm
복합연비: 10.1km/L
CO₂ 배출량: 175g/km
변속기: 7단 PDK
서스펜션: (앞, 뒤 모두)맥퍼슨 스트럿
브레이크: (앞, 뒤 모두)V 디스크
타이어(앞, 뒤): 235/40 R19, 265/4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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