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370Z, 여전히 독특한 Z만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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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370Z, 여전히 독특한 Z만의 성격
  • 김태천
  • 승인 2013.06.18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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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면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이건 음악 연주나, 예술이나, 또 어떤 제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을 수 있지만 그걸 잘 정리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고, 사람들도 좋아한다. 글을 쓸 때도 그렇고, 어떤 차를 이용해 자신들의 뜻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차들은 어떠한가? 편리한 것에 맛을 들인 소비자들은 그 이상의 편리함을 원하고, 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핑계로 점점 더 필요 이상의 많은 옵션들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오늘 만난 차는 2013년형에 새롭게 적용된 마그마 레드 컬러를 입힌 370Z. 앞모습에서 약간의 변화와 함께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졌고, 새로 추가된 보디컬러와 새로운 18인치 휠, 인테리어에서 계기판의 마감재 컬러가 블랙으로 통일되는 등 사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안 되는 고회전의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짜릿함은 언제라도 은근히 기대를 부르곤 한다.

닛산의 370Z는 아주 비싼 고성능 스포츠카들처럼 잘 달리게 만든 차다. 또한 확고하게 스포티한 스타일링도 특징이다. 그리고 Z가 추구하는 것 가운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비교적 퓨어 스포츠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스포츠쿠페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이다. 이게 370Z의 장점이자, 이 차가 파고든 니치마켓의 위치이기도 하다.

닛산의 370Z가 다른 경쟁 모델에 비해 편의성이나 기능적으로 특별히 없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아주 눈에 띄는 것도 없다. 같은 플랫폼을 쓰면서도 닛산에서 370Z보다 반올림한 시장에서는 고급브랜드인 인피니티 G 쿠페에게, 다시 성능에서 그보다 한 차원 위급은 GT-R에게 맡기며, Z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약간은 대중성을 띈 스포츠카 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실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성능을 가진 차도 드물긴 하다. VQ37 엔진은 7,000rpm에서 최고출력이 333마력이고, 최대토크는 5,200rpm에서 37kg·m나 된다. 총중량 1,675kg으로 마력당 5kg이라는 파워/웨이트 비를 보면 대중적인 세단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수치다. 그만큼 가속에서 이점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연흡기 타입인 VQ37 엔진은 아주 빠르고 유연하다. 실제로 매뉴얼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rpm 게이지의 바늘은 순식간에 레드존에 붙어버리며 기어 변속을 경고한다.

흥미롭게도 시프트 업 경고를 2,000~9,000rpm 범위 내에서 100rpm 단위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최고출력이 7,000rpm에서 나오는 관계로 레드존이 시작되는 7,500rpm에 세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속 중에 이처럼 빠른 상승은 4단까지 번개처럼 이어지며, 속도가 빨라진 만큼 공기저항이 커지는 5단부터는 약간의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시속 220km까지는 스피드 상승이 아주 빠르다.

개인적으로는 구형 인피니티 G 세단과 350Z의 핸들링에 대해서 썩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데, 현재의 6세대 370Z의 경우 예전 모델들보다 자세제어 수준이 훨씬 좋아졌다는 점에서는 인정한다. 국내 도로 실정을 감안한 최적화 속도는 약 시속 160~170km 부근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분명 빠르고 힘도 충분한 엔진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차의 총체적인 세팅과 관련이 있다. 370Z의 짧은 휠베이스는 사실 테크니컬 트랙처럼 코너가 잦은 곳이나 와인딩로드에서 휠베이스가 긴 차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스포티한 핸들링을 그만큼 우선시 되어서다. 사실 그런 곳에서는 스피드를 아주 높이지는 못한다. 오히려 가속력과 핸들링이 좋은 차가 절대 우위다. 단 노면이 좋은 조건일 경우에서만이다. 아마 노면의 표고차가 적은 독일이나 미국까지만 해도 이 차로 스피드를 낼 땐 기분이 더 상쾌했을 것이다. 확실히 그립이 뛰어나긴 한데, 라이드 성향이 상당히 딱딱한 게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겐 흠이라면 흠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최저 지상고는 125mm로 낮은데다 단단한 댐핑 스트로크는 짧으면서 스피드도 빠르다. 따라서 오래된 유럽 도심의 거친 노면이나 한국처럼 노면의 표고차가 심한 곳, 가뜩이나 요즘 들어 더욱 즐비한 공사구간이나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면 ‘흠칫’하며 긴장감은 배가 된다. 물리적인 구조에서도 이 차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단적으로 두텁고 넓은 알루미늄 로워 암은 위쪽으로 댐퍼를 받치고 있으며, 동시에 아래쪽으로는 두껍지만 경량화되었다는 스테빌라이저 바 끝단의 짧은 수직 링크 기구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스테빌라이저바 링크의 길이가 고작 엄지손가락 정도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스포티한 핸들링을 추구하는 차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오히려 뒤쪽의 스테빌라이저바 링크는 가늘지만 앞쪽의 두 배 정도는 되는데, 이는 구동바퀴의 로드홀딩 향상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비해 유럽의 스포츠카 중에서는 프론트의 스테빌라이저바 링크가 이렇게 짧은 차들은 찾아보기가 매우 드물다. 이는 핸들링과 승차감의 양립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승차감과 스포티한 핸들링에 대한 비중의 차이는 이런 물리적인 구조에서 시작해 아래로는 휠과 타이어, 위로는 댐퍼와 스프링의 세팅을 지나 차체와 시트까지 이어진다.

즉 370Z는 달리는 데 있어서 승차감보다는 민첩한 핸들링과 강력한 그립이 더 많이 고려되었다는 얘기다. 물론 고속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속과 핸들링이 가능지에 따라 그 차의 잠재력과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차든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닛산의 Z는 그런 식으로 자신만의 성향을 확실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그래도 이만한 가격에 이런 성능을 내는 차도 드물다는 점은 여전한 메리트다.

글: 김태천, 사진: 이근영(프리랜서)

NISSAN 370Z
가격: 5천790만원
크기: 4250×1845×1315mm
휠베이스: 2550mm
무게: 1545kg
엔진: V6, 3696cc, 휘발유
최고출력: 333마력/7000rpm
최대토크: 37kg⋅m/5200rpm
연비: 9.0km/L
CO₂배출량: na
변속기: 7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4피스톤/2피스톤)
타이어(앞, 뒤): 225/50 R18, 24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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