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캠퍼, 굿나잇 캠퍼 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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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캠퍼, 굿나잇 캠퍼 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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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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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49년. 세계가 어려운 시절을 맞았다. 영국은 가솔린과 육류를 비롯해 몇 가지 생필품을 여전히 배급하고 있었다. 소련과 미국은 존망을 건 장기적인 냉전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그리고 분단 독일 가운데 서독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관대하고 강력한 지원하에 전쟁의 폐허에서 국가재건에 총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서독은 자동차산업을 비롯하여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부흥계획을 힘차게 추진했다. 2차대전 종전과 동시에 폭스바겐은 영국군 지배하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국 자동차 메이커 중 폭스바겐을 인수하려는 후보가 없었다. 기술적으로 조잡하고 상업상 타당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 따라서 폭스바겐은 당시 서독정부와 소재지인 니더작센 주정부에 돌아갔다.

전후의 경영진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폭스바겐은 생존을 위해 유일한 모델 타입 1(비틀)을 넘어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따라서 1949년 말 타입 2 T1이 생산라인에 들어왔다. 차체가 1톤이고 적재량이 1톤인 다목적 상용차였다. 그래서 아이콘이 탄생했다. 타입 2는 MPV, 픽업과 구급차 등 다양하게 쓰였다. 게다가 콤비, 캠퍼와 마이크로버스 등 수많은 별명이 붙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침울한 파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소를 자아낸 바로 그 차.

세월은 빨리도 흘러 2012년. 세상은 그때와 아주 달라졌다. 영국에서 가솔린과 육류는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적어도 겉보기에 서로 무난하게 지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번창하고 강력한 나라가 됐고,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 메이커를 향해 착실히 전진하고 있다.

그런데 2012년의 단 하나가 1949년과 직결된다. 타입 2가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새 차를 살 수도 있다. 가격은 약 1만4천800파운드(약 2천600만원). 여전히 이 차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브라질에서 만드는 타입 2는 1967년 처음 도입된 T2 버전이다. 오리지널 타입 2 T1(왼쪽 사진)은 분할형이 아니라 단일 윈드실드다. 규격과 무게가 늘었고, 한층 정교한 뒤 서스펜션을 달았다.

폭스바겐은 타입 2라 불리는 모델을 여전히 만들고 있다. 그러나 최신 T5 버전—가령 트랜스포터와 캘리포니아와 같은—은 뒤 엔진, 뒷바퀴굴림 T1‧T2와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 브라질에서 만드는 타입 2는 지금도 새 차를 살 수 있는 클래식카다. 아마도 대량 생산차 박물관에 전시되면서도 지금도 새 차를 살 수 있는 또 다른 유일한 차는 랜드로버 디펜더밖에 없다. 영국의 폭스바겐 딜러에서 신형 뒤 엔진 타입 2 새 차를 살 수 있었던 마지막 해는 1979년.

때문에 클래식 9인승 T2를 시승하기 위해서는 브라질을 찾아야 했다. 거기서는 1950년 이후 콤비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폭스바겐의 상파울루 공장에서 하루 251대의 콤비가 나와 브라질과 남아메리카 시장에 들어간다. 겉보기에 이 차는 1979년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차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앞머리의 크고 검은 플라스틱 그릴이 바뀌었을 뿐이다. 여전히 큼직한 헤드램프, 불쑥 나온 앞뒤 범퍼를 달고 있다.

앞 3개 좌석 뒤에 있는 3석 2열로 들어가는 슬라이딩 옆문은 단 하나. 그리고 제일 뒤쪽에 전보다 작은 해치 위에는 루프에 힌지가 달린 테일게이트가 달렸고, 그 안에 엔진이 들어있다. T2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엔진. 현재 파워는 1.4L 수랭식 엔진(구형 공랭식 엔진을 냉각시킨 뒤 배구기가 그대로 남아있다)에서 나온다. 가솔린, 에탄올 또는 가솔린+에탄올 복합 연료를 쓸 수 있다. 2003년 이후 브라질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엔진은 영국에서 폭스바겐 폴로에 쓰이는 1.4L 자연흡기형이다.

그렇다면 운전성능은 어떤가? 얼마나 객관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의 본격적인 도로시승의 기준에 따르면 끔찍하다. 스티어링은 바퀴와는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줬고, 스티어링은 횡경막을 수평으로 자르고 들어온다. 4단 수동박스는 조절가능하고 정확한 기계식이 아니라 다수의 무작위 발전기와 같다. 뒤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은 채 코너 정점에 들어가면 섬뜩한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콤비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할 차는 아니다. 주관적인 사각에서 이 차는 실로 눈부시고, 진정한 단순‧실용성으로 돌아갔다. 최종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그냥 운전을 위해 운전하고 싶은 차였다.
이 모두가 스텝을 올라 밝고 시원하고 넓은 실내로 들어갈 때 시작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딱 필요한 것만 있을 뿐이다. 스티어링, 기어레버, 핸드브레이크와 속도계. 이들은 각자 기괴한 특징이 있었다. 스티어링은 너무나 커서 마치 18륜 트럭을 조종하는 인상을 받았다. 기어레버는 너무 길어 어린애가 태어난 뒤 몇 년 동안 키를 잴 수 있을 만했다. 핸드브레이크 동작은 도저히 풀 수 없는 크리스털 메이즈 퍼즐과 같았다. 그리고 속도계 안에는 콤비의 가장 현대적인 장치인 디지털 속도계가 들어있었다.

옵션? 글쎄, 뒤 윈드실드의 김서림 방지 버튼밖에 없다. 하지만 비스킷과 라이터를 넣어둘 글러브박스와 뒷좌석 6명이 쓸 무릎 벨트를 달 수 있다. 아울러 뒷좌석에는 밑바닥 고무깔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차나 커피가 가득 찬 보온병을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글러브박스에 즐겨먹는 커스타드 크림 한 봉지를 우겨넣으면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치 보이스 CD도 가져오지 말라. CD 플레이어는커녕 라디오도 없으니까. 색상으로 말하면 회색 바탕이라면 어떤 색깔이든 받아준다. 하지만 그대로 여전히 멋이 있다.

현대적인 기준에 따르면 성능에 결함이 많지만, 운전방식에는 좋은 점이 있다. 힘차게 끌어가는 엔진은 콤비에 가득 실은 브라질의 대가족을 실어 나르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활달했다. 가솔린+에탄올이 아닌 순수 에탄올을 탱크에 채울 경우 1.4 엔진은 2마력과 0.3kg‧m의 파워가 추가된다. 아울러 0→시속 100km 가속은 0.5초 줄어든다.

승차감 역시 나긋했다. 서스펜션 유격이 상당하여 실내에 충격파를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브라질 도로에도 브라질 축구팀의 트로피 캐비넷만큼 큰 과속턱이 있었지만 이마저 콤비를 크게 흔들지는 못했다. 실제로 콤비와 운전성능을 비교할 다른 모델은 딱 하나가 있다. 랜드로버 디펜더. 한데 랜드로버는 규제가 훨씬 엄격해진 시장에서 한층 강력한 차량 규정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개선했다. 그와는 달리 브라질제 콤비는 대체로 손질을 하지 않은 그대로였고, 그런 기질을 한층 더 살렸다고 할 만했다.

그러나 브라질 자동차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정부규제도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 2014년 1월 1일 발효하는 브라질의 새 규정에 따르면 어느 모델이라도 운전석과 동반석에 에어백을 달아야 하고 ABS를 갖춰야 한다. 콤비에 그렇게 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차를 만드는 게 훨씬 쉽다. 따라서 마지막 콤비는 2013년 12월 31일 생산라인을 빠져나온다.

그전에 한 대를 사고 싶다? 글쎄, 영국에는 댄버리 모터 캐라밴스와 같은 딜러가 있다. 여전히 수입하여 고객의 주문에 따라 개조해준다. 가격은 약 2만5천~3만6천 파운드. 혹은 소비자가 직접 수입하여 단일 타입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에탄올 엔진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콤비는 영국 주유소에서 파는 가솔린으로도 잘 달린다. 따라서 각자 뒷마당에서 사탕수수로 에탄올을 뽑는다고 법석을 떨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마거릿 대처가 정권을 잡았을 때 현실적으로 영국에서 신형 공식‧순정 폭스바겐 캠퍼를 살 기회는 사라졌다. 디펜더의 경우와는 달리 폭스바겐은 현대적인 후계차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 따라서 2014년 신년 축배를 들 때, 이 자동차계 아이콘의 마지막 새 차에도 건배를 잊지 말기 바란다.

글: 마크 티쇼(Mark Tisshaw)

VOLKSWAGEN KOMBI STANDARD 1.4
(RUNNING ON E100 ETHANOL FUEL)
0→시속 100km 가속: 16.1초
최고시속: 129km
연비: na
CO₂ 배출량: na
무게: 1259kg
엔진: 4기통, 1390cc, 토털 플렉스
(휘발유, 에탄올 혼합)
최고출력: 80마력/4800rpm
최대토크: 12.7kg·m/3500rpm
변속기: 4단 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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