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20d 투어링 M 스포츠패키지 with C650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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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20d 투어링 M 스포츠패키지 with C650GT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1.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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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그냥 그랬다. 320d 투어링이라니, 그다지 특별할 건 없는 왜건형이겠거니 했다. 다만 투어링이란 이름이 이 가을, 어딘가 떠나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기왕이면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이라도 갔으면 좋으련만, 요즘 어른보다 바쁜 아이들과 평일에 어딜 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대신 모처럼 친구를 불러내볼까…

320d 투어링을 처음 본 순간, 이상하게 앞모습이 낯설었다. 헤드램프에서 키드니 그릴로 관통하는 신형 3시리즈의 특징은 또렷한데, 낯설었다. 그 낯섦은 왠일인지 설레임을 동반했다. 이 느낌은 뭘까? 불과 얼마 전에 타본 그 3시리즈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운전석에 앉았다가 다시 나와 뒤로 돌아가서 꽁무니에 붙은 320d라는 배지를 확인하고서야 안심했다. 그런데 이 새파란 색깔(에스토릴 블루 메탈릭이라고 하는), 왜 이렇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인지….

왜건이란 형식이 이렇게 낯설었나. 운전석에 앉아 잠시 멍해진 것은 스티어링 휠의 모양 때문이었다. 두툼하게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요즘 이런 스타일은 보기 드문데… 아래로 내려가던 시선이 멈춘 것은 조그맣게 새겨진 ‘M’이라는 글씨.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오래전 내가 처음 BMW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근원이 바로 ‘M’이었다. 그 갑작스런 조우에 잠시 당황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듯 오랫동안 M을 만나지 못했던 걸까.

320d 투어링은 3시리즈 세단보다 97mm가 길고 휠베이스는 50mm 길다. 트렁크 공간은 495L로 확대되어 이 세그먼트의 벤치마크가 된다. 뒷좌석은 40:20:40으로 분할 폴딩되어 화물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뒷좌석 뒤로 그물망을 걸 수 있어 짐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물망이 리어 뷰 미라로 보면 마치 범인을 호송하는 형사의 차와 같은 느낌을 준다. 스티브 맥퀸이 타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아무튼 M 패키지에 걸맞게 M 전용 서스펜션 등 강력반의 무기를 지급했다.

친구는 바이크를 탄다. 오랜만에 함께 투어링 할까. 좋지. 근데 어디서 만날까. 월악산. O.K… 자동차와 바이크는 공통적으로 모터를 좋아하는 철없는 남자들에게는 ‘로망’이라는 단어로 소통한다. 하지만 도로에서 만나는 이들의 시선은 서로 우호적이지 않다. 여기서 오랜 문제의 씨앗이 자랐다. 고속도로, 포괄적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친구는 국도를 달린다. 사실은 그게 더 즐겁다고 말한다. 쭉 뻗기만 한 직선도로는 재미가 없다고.

그렇지만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달리는 재미는 더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달릴 수 없는 상황이 더 답답할 것이지만) 320d 투어링 M은 탄탄하게 달린다. 두툼한 18인치 휠이 날카로운 칼날을 무디게 하지는 않는다. 섀시의 묵직함을 받쳐주는 안정감은 듬직하다. 심지어 연비우선 달리기의 에코 프로 모드에서조차 스포티한 주행 속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컴포트, 스포트, 그리고 스포트 플러스에 이르기까지 모드 변경은 딱 그만큼의 탄력과 반응속도를 가감시킨다. A와 A플러스의 차이는 한우 등급 차이만큼이나 다른 맛을 보여준다.

단풍은 아직 일러 찬연하지 않았지만 가을의 정취는 깊었다. 나뭇잎을 흔드는 것은 바람인가 햇살인가. 산속에 들어앉은 충주호의 잔잔함은 마음을 심연 깊숙이 가라앉게 만들었다. 차분하게 달려야지 하면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와인딩을 감아나가는 M을 나도 어쩔 수는 없었다.

BMW 모터사이클의 ‘C’라는 이니셜은 커뮤터(Commuter)의 뜻을 갖고 있다. BMW C600과 C650은 과거의 C-1로 시도했듯, 모터사이클의 영역에 머무르기보다는 컴팩트한 자동차의 범주에 속하기를 원하는 이미지가 묻어난다. 이런 이유로 자사의 자동차와 빅 바이크에 더해지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내었고, 당당하게 박혀있는 바이에른 엠블럼이 그 사실을 드러낸다고 친구는 말했다.

그가 타고 온 모터사이클은 C650 GT. 마치 R1200RT의 빅 스쿠터 버전을 보는 듯한 고급스런 외형과 호화로운 투어링 옵션으로 인기가 많은 모델이라고. 비바람을 모두 막아줄 듯 거대한 프론트 페어링과 전동식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윈드 실드는 쾌적한 주행을 약속하고, 굳이 플렉스케이스(Flexcase)를 적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널찍한 수납공간을 갖췄다. 시트 높이는 780mm로 C600에 비해 조금 낮지만 장거리 주행을 고려한 널찍한 시트의 형상으로 인해 오히려 높게 느껴지는 인상. 일상주행의 비중만큼이나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는 라이더에게 어울리는 모델이란다.

같은 엠블럼이라는 점 외에 투어링이라는 공통점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함께 달리는 라이딩은 즐거웠다. 이렇게 친구처럼 서로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으면 우리 도로의 풍경은 사뭇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어차피 모터에 몸을 싣고 달리는 동반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친구는 어서 모터사이클을 배우라고 말한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바람은 오픈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320d 투어링 즉 왜건의 장점은 필요한 장비를 충분히 싣고 장거리를 여유 있게 달리는 것. 취향의 차이겠지만 해치백을 좋아하는 이들이 다음 단계로 찾게 되는 스타일이다. 320d 투어링 M 스포츠패키지는 오랜만에, 차 자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차로 다가왔다. 그냥 320d 투어링도 매력적일 것 같은데, M이 아니면 시시해보이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글: 최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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