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C클래스가 돌아왔다. 그것도 문을 2개나 버리고 말이다. 그동안 C클래스의 쿠페 모델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겐 눈이 번쩍 뜨일 소식이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모델은 C클래스 220 CDI와 C클래스 63 AMG 두 가지이다. 이로써 벤츠는 한국시장에서 C클래스 라인업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수입차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한국시장에서 무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이번에 만나본 모델은 C클래스 220 CDI다. 첫인상은 헤드라이트부터 엉덩이 라인까지 세단 모델과 전체적으로 닮았다. 하지만 쿠페스타일로 완전히 다듬은 보디라인 덕에 공기저항계수 0.26이라는 상당히 높은 수치를 얻었다. 높이 역시 30mm 낮아져 달리기 좋은 자세를 갖췄다.

우선 눈에 가장 띄는 것은 하늘을 한껏 담아주는 파노라마 선루프다. 매쉬타입의 커버로 덮여있어 차 내부로 어느 정도 빛이 들어온다. 선루프를 열면 상당히 넓은 개방감을 준다. 게다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뒷좌석에서도 충분히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에 블랙 & 화이트의 피아노 래커 트림과 스티치를 적용해 산뜻한 느낌을 준다. 몸을 살포시 감싸 안아주는 세미 버킷시트가 이 차의 목적을 설명해준다. 몸집이 큰 성인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착좌감이다.

뒷좌석은 낮은 루프라인 때문에 성인이 앉기에는 영 불편하다. 적절히 경사진 시트 때문인지 편할 것 같다는 기대와 다르게 실제로 앉아보니 천장에 머리가 닿았다. 게다가 60:40으로 접을 수는 있지만, 트렁크를 열고 레버를 푼 다음 다시 좌석으로 돌아와 접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이제 C클래스 쿠페의 성능을 알아볼 시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디젤 엔진 특유의 묵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기본적으로는 에코모드로 설정되어 있고 변속기 옆의 버튼을 통해 스포트모드로 바꿀 수 있다. 이후 시동을 껐다 켰을 때도 에코모드로 돌아온다.

있는 힘껏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7단 변속기와 짝을 이뤄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벤츠에서 주장하는 0→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8.1초. 하지만 그보다 더디게 느껴진다. 에코 모드에서 스포트모드로 돌려봐도 큰 차이는 없다. 초반 가속을 즐기는 오너라면 다소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안정감 있는 가속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뛰어난 편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처음의 심심함은 사라지고, 마치 내 발에 꼭 맞게 설계된 신발을 신고 트랙을 달리듯이 기분 좋은 가속이 이어졌다. 추월 가속 후에 재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주는 하체의 복원력도 뛰어났다. 나와 차를 이어주는 세미 버킷시트도 제 역할을 다했다.

벤츠가 한국시장에 맞게 만들었다는 내비게이션은 아직 개선이 필요한 듯 보인다. 벤츠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오리지널 커맨드(COMAND)시스템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로명으로 안내를 하거나, 심한 경우 왼쪽 오른쪽으로만 방향을 지시해 애를 먹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겠다. 또한, 음성명령의 경우 아직 한국어를 배우진 못했다. 벤츠는 이에 대해 2년 내에 한국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한국시장에서도 수많은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밥상을 차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벤츠도 열심히 반찬 가짓수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반찬의 가짓수가 아니다. 얼마나 내 입맛에 맞느냐이다.

글 · 오창식, 사진 · 김동균 기자

MERCEDES BENZ C CLASS 220 CDI COUPE
가격 5천700만원
크기 4630X1770X1420mm
휠베이스 2760mm
엔진 4기통, 2143cc, 디젤
최고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
복합연비 15.2km/L
CO₂ 배출량 129g/km
변속기 7단 자동
타이어(앞/뒤) 225/45 R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