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730마력이란 숫자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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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730마력이란 숫자로 말한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9.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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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대대적인 8월 휴가가 시작되기 전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우리는 F12 시승을 위해 페라리 피오라노 서킷에 도착했다. 주위는 아주 조용했다. PR 담당자는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점심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와 3시 30분 사이에 고속주행을 하지 않으면 진행요원들이 고마워할 거다. F1 헝가리 그랑프리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7시간 뒤 루이스 해밀턴이 우승한 데 대한 페라리 관계자들의 반응을 목격할 수 있을 때, 나는 피오라노에 없었다. 어쨌든 해밀턴, 웨버, 베텔을 비롯해 F1 선두그룹의 어느 누구도 알론소를 꺾고 올해 F1 세계 타이틀을 잡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페라리는 자축할 경이적인 성취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F12 베를리네타. 실로 믿을 수 없는 성과다.

2년 전 458 이탈리아를 세상에 내놓은 뒤 열광적인 호평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때 우리들은 도대체 페라리가 어떻게 그 뒤를 이어갈지 궁금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동차 브랜드가 어떻게 다음 거보를 내디딜 수 있을까. 그 답은 미드십 V8 엔진으로 역동적인 대도약을 한 다음 또 하나의 대도약을 거듭하는 것뿐이었다.

본질적으로 페라리가 바로 그 경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F12는 프론트 엔진 12기통 슈퍼카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다이너마이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비상하게 빠르기는 하지만 단순히 순수한 가속성능만으로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아마도 페라리에서 만든 제일 강력한 로드카가 아닐까. 경이적인 사실은 스피드보다 핀 끝처럼 날카롭고 다이아몬드 절삭기공구처럼 정확한 핸들링이 예리한 메스처럼 뇌리를 자르고 든다는 것이다. 이 차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비밀은 많고도 복잡하다. 그 운전경험만으로 앞으로 몇 페이지를 적어나가도 모자랄 지경이다.


첫째, 스칼리에티에 경의를 표한다. 그 개척적인 스페이스프레임 구조가 알루미늄에서 얼마나 많은 개발의 성과가 나올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페라리의 구조 전문가들은 F12의 압출‧주조‧단조 하체에서 599에 비해 70kg을 덜어냈다. 동시에 정적 비틀림 강성을 20%나 끌어올렸다. 2개의 신형 경량합금을 항공분야에서 가져왔다. 그와 함께 초강력 주조물, 굴곡 압출과 완전신형 연결‧조립기술을 가져왔다. 페라리의 섀시 전문가에 따르면 무게감축‧정적 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적 강성 향상이다. 서스펜션 마운팅은 599보다 2배나 강하다. 따라서 F12 섀시 기능이 그만큼 향상됐다.

둘째, 페라리의 패키지 전문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F12 엔진은 2인승 V12 엔진 모델의 기존 기준보다 더 낮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전체 실내와 좌석 위치도 동시에 낮아졌다. 이 차의 롤링 센터는 이제 노면에서 460mm다(심지어 로터스 엘리스보다 낮다). 연료탱크와 트랜스액슬 기어박스도 재치 있게 배치하여 F12의 휠베이스를 2,720mm로 줄였다. 페라리의 역사상 신형 V12 모델의 온갖 중요 치수가 구형보다 작아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F12는 실내공간에서 전혀 잃은 것이 없다.

다음으로 공력효과와 미학적 매력 양면에서 피닌파리나와 손잡고 F12를 빚어낸 페라리 내부 디자인팀에 그 공적을 돌려야 한다. 이 차의 외부 디자인은 기막힌 솜씨로 기능과 형상을 아울렀다.
전보다 더 캡후퇴형 스탠스, 땅딸막한 패스트백과 뚝 잘라 내린 캄테일이 옆모습에 완전히 새로운 역동성을 담아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웃자란 12기통 페라리에서 시각적인 틀을 바꿔 125S와 250과 같은 모양으로 되돌려놓았다. 실로 참신한 변화라 하겠다.

한편 ‘뺄셈을 통한 공력성능’이라는 페라리의 철학은 최저 시속 110km부터 의미 있는 다운포스를 일으켰다. 그리고 시속 200km에는 양축 사이에 거의 완벽한 균형이 잡혀 다운포스는 123kg에 달했다. 사실 대부분 스포츠카들은 부력을 상쇄할 수만 있으면 만족한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접지력이 커지는 설계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F12의 공기저항값은 정확히 0.299다.

F12 베를리네타는 25만 파운드 슈퍼카 시장에 상대가 없는 최고출력 740마력을 안고 뛰어든다. 경영진도 고객도 이 차에 관한 한 그 이하를 받아들일 의사는 전혀 없다. 최대토크는 70.4kg‧m. 이 숫자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마지막 한자리까지 똑같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아벤타도르의 숫자가 동급 최고는 아니지만, 터보로 중간회전대 파워를 2배로 키워줘도 완벽하게 매끈한 페라리의 스로틀 반응을 넘어설 수 없다.

F12는 토크의 80%를 겨우 2,500rpm부터 토해낸다. 아울러 8,700rpm 레드라인에 도달할 때까지 엔진 파워밴드의 폭과 돌파력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빠른 페라리는 정확히 얼마나 빠를까? 공식 결론은 내년까지 기다리기로 하자. 하지만 우리의 인상을 바탕으로 했을 때, 그리고 페라리의 스펙에 비춰 조심스레 추측해 볼 수는 있다.

우리의 상상 속 드래그 스트립이 눈앞에 있다. 그럼 여기서 베를리네타를 노블 M600, 애스턴 One-77,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나란히 세워보자. 4대 모두 완벽한 스타트를 끊었다. 가장 빠른 아벤타도르의 0→시속 100km 가속은 2.9초. 차 2대 거리를 두고 F12와 One-77이 정확히 나란히 달린다. 베를리네타는 토크와 무게에서 77에 약간 뒤지지만 더 짧은 중간 기어비로 이를 상쇄한다. 따라서 둘 모두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1초 부근이 된다.

처음 노블은 다른 3대와 거의 대등하지만, 까다로운 부스트 의존형 토크와 출력 부족으로 대략 시속 160km 차이로 시야에서 사라진다. 한편 실용적인 2단 끝에서부터 최고 기어까지 치고 올라갈 때, 77과 베를리네타가 함께 선두 아벤타도르의 추월에 들어간다. 결국 베를리네타는 8.5초에 시속 200km에 도달하고, 아벤타도르는 8.9초. 그 뒤 77과 F12 중 어느 쪽이 빠르냐는 추측에 맡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페라리의 유연성과 공력효율(공기저항계수 0.299 vs ‘약 0.40’)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실제로 도로에서 스피드는 F12의 눈부신 스로틀 반응, 빠른 지능의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짧은 중간 기어비가 좌우한다. 베를리네타는 400m 직선코스를 3~4단에서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켰다. 특히 마네티노를 레이스 모드에 맞췄을 때 더욱 빨랐다. 날카로운 비명, 치밀한 개성의 V12사운드트랙이 스피드에 반주를 넣었다. 특별한 덕트 채널 사운드가 엔진의 흡기 사이드에서 실내로 바로 들어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배기에 실린 ‘제3단’과 ‘제6단’이 아니라 모든 엔진 화성이 들려왔다. 그 결과는 실로 장엄했다. 그 사운드가 정격적이었기에(BMW M 디비전을 생각해보라) 더욱 즐거웠다. 그러나 심포닉 사운드나 끈질긴 가속력이 지극히 생생하게 또는 명쾌하게 가름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F12에 있었다. 스티어링을 돌릴 때 차체와 드라이버에게 다가오는 감동이었다.

나는 휠베이스가 짧아진데다 스티어링 랙이 빨라졌다는 말을 듣고 약간 걱정했었다. 페라리가 이 1.6톤, 4.6m의 슈퍼-GT를 섀시 밸런스와 그립한계에 가까운 제어력을 희생하고 지각반응의 영역에 너무 깊숙이 집어넣지 않았나 걱정했다. 그 한계에 결코 접근하지 않고, F12의 역동적 성격을 완전히 파고들지도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등짝이 처음으로 운전석 등판에 찰싹 달라붙고 피오라노의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었을 때 순간 멈칫했다. 차가 밑에서 휙 돌아가는 듯한 첫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트랙 스피드에서도 믿기 어렵게 제멋대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적응형 댐퍼가 가장 단단한 세팅으로 올라갔고, 599보다 꽉 찬 30%나 단단했다. 방향 반응은 25%나 빨랐고, 스티어링은 15%나 직진 성향이 높아졌다.

두 코너를 지나기도 전에 12기통 고객보다는 458 오너에게 훨씬 친숙한 핸들링을 보여줬다. 스티어링을 3시 15분 전으로 잡고 있으면 조각된 가죽 그립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었다. 앞쪽으로 다가오는 막강한 횡그립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마네티노의 레이스(Race)와 트랙션 해제 모드를 거치면서 점차 자신을 키웠다. 그런 다음 일단 앞머리의 스피드, 그립과 정확성에 익숙해지면, 일단 차가 횡그립의 한계에 도달하고 파워밴드 깊숙이 뛰어들면 엉덩이가 돌아갔다. 그러면 그 속도에 따라 전자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고 봤다.

내 경우에는 스핀이었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스핀. 하지만 730마력에 12.5인치 광폭 뒤 타이어는 어떤 경우에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액셀을 한층 신중하게 다루고 좀 더 작고 훨씬 치밀하고 정확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하면 F12는 현란하게 반응했다. 고속 직선코스와 코너 정점에서 한층 안정된 거동을 했고, 코너 출구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게 균형 잡힌 조정력을 발휘했다. 억지로 몰아넣거나 괴롭히지 말고, 지나치게 바로잡으려고 하지 말라. 그보다는 F12와 좀 더 부드럽게 호흡을 맞춰나가야 한다.

진정 위대한 드라이버즈카는 모두 자기 세계에 똑같은 수단으로 드라이버의 상상력을 잡아들인다. 타협을 모르는 도전을 통해. F12는 458보다 한 단계 위였다. 그리고 도로에서는? F12의 한계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한계에 접근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하는가를 좀 더 정확히 알아야 했다. 고맙게도 스포트 모드는 아주 잘 조율됐다. 그 엄청난 성능을 마음껏 휘둘러도 차를 완전히 자기편으로 할 수 있었다.

폐쇄된 서킷에서 이 차가 불러일으키는 그 숙연한 경외감을 제외하고 다음으로 가장 인상적인 역동적 장기는 전방위적 능력이었다. 훨씬 강력한 서스펜션 마운트 덕택에 컴포트(Comfort) 모드에서는 댐퍼율을 한층 부드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모드에서는 댐퍼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

따라서 한 순간 투어링 페이스로 더없이 잔잔하게 달리다가 다음 순간 성능의 불꽃놀이를 할 수 있는 차였다. 아울러 나긋하게 적응하고, 조용한 2차적인 승차감도 있었다. 아름답고 실용적인 2인승 실내는 원하는 사람을 위해 카본파이버와 프라우 가죽 내장을 마련해두었다. 그리고 짐칸이 500L로 늘어나는 트렁크가 있었다.

F12를 한층 민첩하게 몰고 다니려면 약간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내년에 이 차가 영국 슈퍼카 시장을 압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만일 이미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면 차를 몰아볼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분명히 차원이 다른 차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글: 맷 선더스 (Matt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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