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 와이라, 순수하고 치열한 슈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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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 와이라, 순수하고 치열한 슈퍼카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9.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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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 존다와 같은 차를 어떻게 대체해야 할까? 와이라에서 바로 그 후계를 찾았다

파가니에서는 어정쩡하게 일하는 법이 없다. 여기 나오는 차의 이름을 보자. Huayra는 발음하기 어쩐지 좀 어색하지만 ‘와이라’라고 표기하는 게 옳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와이라 타타(Huayra Tata)를 가리킨다. 고대 남아메리카의 바람신으로 안데스 고산지대 주민들이 숭배하던 우상이었다. 커스터 장군이 라틴아메리카를 휩쓸기 오래전 일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와이라 타타는 자연의 거의 모든 힘과 현상을 마음대로 부렸다. 안데스 산줄기를 가로질러 불어대는 바람과 눈보라에서 저 아래 티티카카 호수의 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다스렸다. 그리고 타타 여신이 집에 있을 때만 와이라는 자기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따라서 와이라가 잠들었을 때는 안데스의 바람과 호수는 잔잔했다. 그리고 와이라가 깨어있을 때는 지옥과 같은 회오리가 소용돌이쳤다. 그러면 타타 여신은 입이 찢어지게 활짝 웃었다.

물론 모두가 약간 코미디-마초적인 전설이다. 하지만 그밖에 어떤 방법으로 이 차를 그려낼 수 있을까? 가격은 자그마치 84만9천 유로(약 11억7천840만원)에 세금이 더해진다. 뒤쪽에 720마력, 트윈터보 6.0L V12를 싣고 최고시속 360km. 이것이 와이라다.

어쨌든 전설적인 존다의 후계라면 모든 인간의 가슴을 힘차게 후려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낼 걸작이라야 했다. 존다는 1999년 처음 베일을 벗었고, 2000년대 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카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혔다. 거기에는 온갖 이유가 있었다. 한데 무엇보다 운전하기에 너무나 좋아 단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파가니는 딱 131대가 나왔을 뿐이다. 그중 겨우 20대가 영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그들의 독특한 스타일과 귀청을 찢는 메르세데스-벤츠 AMG V12의 사운드트랙 때문에 당장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핵심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호라치오 파가니와 57명의 파가니 군단이 새 차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방법이 달랐다. 존다의 경우 르망 그룹 C 경주차에 대한 호라치오의 광적인 사랑에서 영감을 찾았다. 와이라의 경우는 비행기가 관심의 초점에 올랐다. 와이라가 앞으로 달려 나갈 때 차체 위, 아래와 그 차체를 꿰뚫고 지나가는 기류를 다스리는 데 온 정성을 쏟았다. 여기서 그 이름 와이라는 이 차에 딱 들어맞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풍동 안에서 설계했다’고 하면 등골이 오싹한가? 그렇다면 좀 더 참고 기다리라. 와이라는 괴기하게 각진 구형 존다보다 훨씬 깨끗하고 한층 공력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그런데 실물은 각종 영상보다 훨씬 아름답다. 혹은 적어도 우리가 시승할 때 마주치거나 우리 주변을 둘러쌌던 모든 사람들은 이의가 없었다.
시각적으로 어느 모로나 관중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특히 엉덩이는 관능적으로 힘이 넘치고, 환기구와 슬랫과 수많은 배기관을 비롯해 모든 구멍이 ‘파가니’라고 외치며 아우성쳤다.

이번에는 윙도 많이 달았다. 하지만 존다를 활짝 드러내던 거대한 돌기보다 훨씬 작고 덜 요란했다. 사실 와이라의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트는 하나의 윙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따라서 기본형이 이전보다 훨씬 매끈해졌다. 아울러 근본적인 공력성능의 중심이 된 앞뒤 4개 윙릿의 존재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아주 교묘하게 보디 안에 숨었다. 비행기 날개 안에 윙릿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 한데 그들은 도로에서 와이라의 거동을 모든 측면에서 조절하는 기능을 도왔다. 브레이킹에서 요동작을 거쳐 속도와 코너 중간의 안정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작에 영향을 줬다. 심지어 차체의 ESP‧트랙션 컨트롤과 함께 작동하는 독자적인 ECU를 갖췄다.

따라서 와이라의 윙릿은 스티어링․액셀․서스펜션․브레이크와 심지어 기어박스에 달린 센서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였다. 때문에 차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윙릿이 일정한 기능을 했다. 나아가 앞쪽 지상고는 계속해서 바뀌면서 노즈가 가야하는 방향을 가리켜 줬다. 이로써 공기저항과 CO₂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를 개선했다.

다른 부분에서 와이라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차원에서 보면 재래적인 성격이 짙다. 카본-티타늄 모노코크 구조는 22세기형(카본파이버 ‘작품’을 만드는 것은 원래 호라치오의 사명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p.45의 박스기사 참조)으로 그 선구적인 면모를 과시한다. 거기 달린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은 사실상 있는 그대로 존다 R에서 고스란히 넘어왔다. 피렐리 P 제로 타이어(코르사는 옵션이고, 시승차에는 신기지 않았다)도 마찬가지.

브레이크는 브렘보의 카본세라믹 디스크. 이번에는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손질했고(존다는 그렇지 않았다) 요구하는 만큼 에어백을 달고 충돌보호 장비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공차중량 1,350kg은 실로 인상적이다. 맥라렌 MP4-12C 또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에 비해 와이라가 그토록 가벼운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듀얼클러치가 아니라 싱글클러치 기어박스를 쓰기 때문이다.

버크셔에 본부가 있는 엑스트랙이 파가니를 위해 와이라를 설계했다. 와이라의 7단 자동화수동 박스는 대등한 듀얼클러치 오토에 비해 자그마치 70kg이나 가볍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 테일에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놓을 수 있었다. 따라서 엔진을 차체중심에 훨씬 가까이 놓을 수 있었다.

아무튼 와이라가 싱글클러치 박스를 사용하게 된 것은 PR을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기도 했다. 진짜 이유는 트윈터보 V12가 재래식 듀얼클러치가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큰 토크를 토해냈다는 데 있었다. 게다가 베이론 스펙의 기어박스를 받아들일 만한 예산이 없었다. 나아가 베이론형 기어박스는 무게를 너무 늘리는 약점이 있다.

마치 욕조를 대하듯 와이라에 들어갔다. 일단 걸윙도어를 들어 올린 다음 넓은 카본파이버 문턱을 왼손으로 잡고 발을 풋웰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등판을 깊은 버킷시트에 붙였다. 그러자 시트가 허리와 엉덩이와 어깨를 완벽하게 꽉 잡아줬다. 뒤이어 내 주위에 펼쳐진 실내는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혹은 섬뜩할 정도였다고 할까?

어쨌든 만화 같고 막연히 벅 로저스에서 영감을 얻은 와이라의 실내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신기한 공간이었다. 아래쪽이 평평한 스티어링은 카본파이버 한 덩어리로 만들었고, 처음부터 약간 기괴했다. 센터콘솔은 알루미늄으로 장식했고, 역시 금속 한 덩어리를 단조해서 만들었다. 계기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보기에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히 혼란스럽기도 했다. 콘솔 중앙에는 HD 스크린이 자리 잡고, 그 위와 아래에는 아름답게 다듬은 로커 스위치가 줄지어 있다. 제트 전투기에서 바로 훔쳐온 듯한 인상을 줬다.

이들은 모두 깊은 인상을 줬다. 처음에는 어쩐지 위협적이지만 동시에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아울러 전체적인 계기 비너클은 들락날락하는가 하면 아래위로 움직였다. 어떤 체격의 어떤 사람도 운전석에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동작의 폭을 넓혔다.

다음으로 키가 있다. 또 다른 알루미늄 한 덩어리를 깎아 만들었고, 모양은 와이라의 축소형. 키를 끌어내어 후반부를 대시보드의 구멍에 꽂고 돌린 다음 V12의 반응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엔진 사운드가 그다지 황당하지 않았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에 비해 와이라 사운드는 처음 세상에 나올 때 상당히 차분했다. 따라서 터보를 끌어들인 추월 사운드도 경찰을 기쁘게 할 수 있어 고마웠다. 심지어 미국 경찰도 좋아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개 숙인 슈퍼카라는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와이라가 움직이는 순간 공회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창문을 내리고 액셀을 슬쩍 밟았다. 그때 손등의 털이 곤두서고 뇌는 기능을 정지하고 말았다. 왼쪽 귀 10cm 뒤쪽에서 터져 나오는 야성적이고 경이로운 폭음을 배겨낼 도리가 없었다.

V12 터보와 웨이스트게이트에서 비명․탄성․파열음과 거대한 재채기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미쳐버렸다. 처음에 ESP를 스포트(Sport)에 놓고 제대로 액셀을 밟자 불완전한 휠 스핀이 일어났다. 도대체 트랙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와이라는 2,250~4,500rpm에 토크 101.8kg․m, 무게 1,350kg에 뒷바퀴굴림. 그렇다, 뒷바퀴굴림.

나는 타이어에 불을 댕기면 연기구름 속에서 와이라는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리라 예상했었다. 한데 노! 심지어 2단(바싹 마른 도로에서)인데도 전력을 다해 돌진했다. 와아앙! 그 순간 내 목 근육이 뒤틀렸다. 와이라는 뒷바퀴로 벌떡 일어설 기세였다.

하지만 4, 5, 심지어 6단에 들어가서야 전체적인 성능이 드러났다. 스틱으로 각단에 들어갈 때마다 빠르고 정확했다. 최신 듀얼클러치 박스만큼 매끈하지 않았지만 변속 기능이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모든 슈퍼카는 1단과 2단에서 위력적으로 빠른 느낌을 준다. 그중 대다수는 3단과 4단에서도 일대 소동을 벌인다. 한데 오직 진정한 미치광이만 5, 6단과 그 이상의 직선코스 가속 때 내장이 터질 듯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와이라는 직선코스에서 그중 가장 광기어린 선두그룹에 뛰어든다. 파워 전달에 터보레그가 없어 인상적이고 모든 회전대에서 액셀반응이 맛깔스럽고 즉각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그 모든 성능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티어링․승차감․핸들링과 브레이킹. 차를 나온 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 귀여운 스티어링은 구식 반응을 보였다. 림에 얹힌 손가락 끝과 저 아래 노면을 달리는 앞타이어의 직접적인 이음새가 뚜렷이 드러났다.

다가오는 도로의 사소한 노면변화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코너를 돌아갈 때 고속․저속․중속을 가리지 않고 차체의 무게배분을 이상적으로 조절했다. 와이라가 네바퀴굴림 아닌 뒷바퀴굴림으로 거둔 또 다른 이점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윈드실드에 나타나는 현상이 놀랍다. 와이라를 고속 꼬부랑길에 전속으로 던져 넣었다. 어떤 곳은 노면이 꺼졌는가 하면 솟아올라 등마루를 이룬 곳도 있었을 뿐 아니라 급제동 포인트가 앞길을 가로막기도 했다. 약간 심하게 몰아붙여야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마치 마술처럼 저들 윙릿이 나타났다. 이로써 안정성을 추가하여 모든 것을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마치 와이라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봐 친구야, 잘했어. 저기서 나를 상당히 힘차게 몰아붙였지. 얼마나 세차게 몰아붙이는지 더 높은 존재에게 호소했어요. 바람의 가장자리에, 앞 보디워크 밑에 숨어있고, 미친놈이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만 깨어나는 존재야”

와이라, 실로 환상적이고 광적인 걸작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고도의 혁신적 기술의 소산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차는 드라이버의 등짝 아래 살아있으면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인 머신이었다. 거기에는 시속이 15km든 150km든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 기술은 거기 있지만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다. 그 결과 운전경험은 순수하고 정직하고 치열했다. 그 방식은 부가티 베이론과는 전혀 달랐다. 약간 멍청한 이름을 달기는 했지만 와이라는 호라치오 파가니가 정확히 바라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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