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려면, 각 부문에서 적어도 3%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다지 큰 부담이 되지 않고, 피라미들을 잘라내는 효과를 준다. 기아 스포티지는 자격이 있지만, 현대 i800(그랜드 스타렉스)은 대상에 들지 않았다.
결국 모든 세그먼트를 통틀어 승자는 재규어 XJ가 되었다. 구형에서 새 모델 사이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에 비춰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어느 차의 새로운 모델은 무엇인가 끔찍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판매량이 늘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난 2년간 대체되지 않은 모델들은 특별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변하지 않은 모델만을 살펴보자. 그럴 경우 승자는 볼보 XC90이다. 2003년 처음 시장에 나왔고 볼보는 이 모델의 수명을 잘 관리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치가 올랐다. 7인승 SUV에 200마력 디젤 엔진과 프리미엄 배지를 달고 가격은 3만5천 파운드(약 6천280만원) 이하… 좋아하지 않을 이유라도 있나?
성능이 뛰어난 다른 차로는 아우디 A5(지난 2년간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와 폭스바겐 폭스. 랜드로버 프리랜더가 톱10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프리랜더는 새로운 버전(앞바퀴굴림과 한층 경제적인 엔진을 얹은 버전은 지금 막 나오기 시작했다)이 나오기 직전에 판매량이 늘어났다.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곤경에 빠진 미국 브랜드 바로 위에 알파로메오 브레라가 자리 잡는다. 이탈리아 쿠페 브레라는 사형선고를 앞두고 있다. 되돌아보면 사실 영국시장에서 지금까지 별로 힘차게 살아본 적이 없는 모델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이 있다. 아시아계 SUV를 수입해서 배지를 새로 단다고 영국 소비자들이 곧이곧대로 믿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계인 복스홀 안타라(윈스톰 맥스)와 일본계 푸조 4007(미쓰비시 아웃랜더)은 둘 다 치욕의 전당에 들어갈 대상. 순위표의 제일 밑바닥은 한국계 르노 콜레오스(르노삼성 QM5)이어야 하지만, 몇 달 전 영국시장에서 소리 없이 철수하는 바람에 수모를 면했다.
SUV가 순위표의 정상과 밑바닥을 차지했다. 이로 미루어 제품이 신통치 않으면 제일 건강한 세그먼트에 들어가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