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현대 싼타페, 시트로엥 DS3, 벤츠 B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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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현대 싼타페, 시트로엥 DS3, 벤츠 B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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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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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현대 싼타페
싼타페의 3세대 모델이 7년 만에 나왔다. 싼타페는 1세대와 2세대 동안 ‘국민 SUV’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모델이기도 하다. 사실 싼타페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즉 사다리형 프레임 위에 별도의 차체를 얹는 방식의 뒷바퀴굴림 SUV, 트럭 기반의 미국식 구조의 SUV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앞바퀴굴림 방식의 중형 승용차 플랫폼에 일체 구조식 차체로 개발된 도시형 SUV 싼타페가 등장은 시각적으로나 승차감에서도 부드럽고 연비도 좋은 승용차 감각의 SUV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3세대 싼타페는 두 가지 차종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것은 기본형과 장축형의 차체 크기에 의한 것이다. 국내시장에는 어떻게 구분이 될지 모르겠지만, 뉴욕오토쇼에 등장한 바로는 기본형은 5인승이지만, 장축형은 7인승의 실내 좌석 배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국내에서 싼타페와 베라크루즈로 구분되어 있는 것을 싼타페 한 차종으로 통합하리라 예측되는 부분이다. 축간거리의 차이에 의한 구분은 단지 치수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차체 측면의 디자인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기본형은 뒷문에서 차체 뒷부분으로 연결되는 창문 형태에서 보다 역동적인 형태를 취함으로써 보다 도시적인 승용차의 감각과 아랫급의 투싼ix와도 연결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장축형은 보다 직선적이고 크기를 강조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앞모습이나 전체적인 이미지에서는 최근 현대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에 의한 조형과 육각형 ‘헥사고날 그릴’이 SUV의 차 성격에 부합되는 이미지로 마무리된 모습이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은 육각형의 테두리에 사다리꼴의 윤곽이 중첩되면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모습의 이미지는 자신감을 가진 표정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글로벌시장에서의 약진이 느껴지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디자인은 현대의 고유모델 SUV의 디자인 실험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그것은 1세대 싼타페가 둥글둥글한 이미지였고, 2세대가 거기에서 다듬어진 라운드화 된 기하학적 형태로 다른 메이커의 SUV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과정이었다면, 3세대 싼타페의 디자인은 현대 고유의 스타일로 디자인에서의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시트로엥 DS3
프랑스의 시트로엥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1990년대에 들어왔다가 철수한 전력이 있지만, 이제 국내시장에서도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프랑스에서는 르노는 물론이고 푸조와 시트로엥 역시 마치 우리나라의 현대, 기아 정도의 높은 대중성을 가진 브랜드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트로엥은 우리들에게 프랑스의 대중적 승용차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DS3의 로고에서 보듯, 프랑스의 자동차들은 디자인에서도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한편으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들 인식의 폭이 좁은 건지도 모른다. 최초로 휘발유차를 만든 것은 독일이었지만, 그 이후 자동차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의 발전은 상당 부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프랑스의 자동차들은 자동차 역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주로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한편으로 일본은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독일을 모델로 했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랑스의 자동차들이 우리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UFO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가진 1960년대에 등장했던 시트로엥 DS 모델에서와 같은 탈보편의 성향은 50년이 지나서 나온 새로운 모델 DS3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진 지붕은 색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상어 지느러미 모양처럼 만들어진 B 필러의 형태는 오리지널 DS 모델의 특징적인 필러 디자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앞뒤 오버행을 짧게 해서 외형으로 보이는 차체 크기를 줄였기 때문인데 외형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과는 달리 도심지의 주차 문제 때문에 작은 차체를 선호하는 프랑스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질감과 색상, 그리고 형태의 조합에서 흔히 접해보지 못했던 느낌을 보여준다. 또 트렁크 바닥을 낮추어 깊이를 확보한 수납공간에 의해 부피 있는 사물들도 실을 수 있도록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생활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프랑스의 차들을 볼 때마다 자동차가 우리의 의식과 가치를 반영한 우리 생활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물건임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실용적인 한편으로, 사치스럽다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패셔너블한 감각을 지닌 디자인을 가진 프랑스 차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벤츠 뉴 B클래스
벤츠 B클래스가 풀 모델 체인지되었다. 처음 B클래스가 국내에 판매될 때 이례적으로 국내시장 전용으로 별도의 차명을 붙여, ‘마이 B’(My B)라고 마케팅을 하기도 했던 2세대 모델이 나온 것이다. 벤츠의 B클래스는 국제적인 승용차 분류 기준으로는 B 세그먼트, 즉 1,600cc 이하의 소형 승용차로 구분되는 크기이다.

벤츠의 차종은 A클래스라는 이름을 가진 A세그먼트, 즉 경승용차급의 차와 B세그먼트에 들어가는 이름 그대로의 B클래스, 그리고 C세그먼트에 들어가는 준중형급의 C클래스 등 각 등급별로 대형 승용차에 이르기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다. 물론 그들 중 B클래스나 C클래스는 우리의 B클래스나 C클래스에 비해 약간은 큰 차체인 듯한 인상도 받는다. 물론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엔진 배기량도 약간 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근래에 와서 벤츠의 E클래스나 C클래스가 국내에서 많이 판매가 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서 ‘벤츠’는 대형 세단 중심의 럭셔리 승용차로 각인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국내에서 시판되기도 했던 3도어 패스트백 형태의 C클래스 쿠페나 혹은 5도어 해치백 형태의 B클래스는 아직까지도 벤츠에도 그런 모델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필자 주변에도 ‘마이 B’를 타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그의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그 차를 보고 ‘이런 벤츠도 있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새롭게 등장한 B클래스는 공간 활용성 중심의 전형적인 유럽 소형 승용차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벤츠의 디자인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 등 브랜드 중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요소를 잘 반영한 차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차의 물리적인 퀄리티 역시 벤츠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질감을 중시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소형 승용차로서의 경쾌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어쩌면 ‘벤츠’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때문에 소형 승용차로써의 경쾌함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벤츠의 스포츠 쿠페 SL과 대형 세단 S클래스, 그리고 SUV 모델 GLK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벤츠 브랜드의 기술적 특징이나 전통이라는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각각의 차가 가져야 할 감성적 이미지, 가령 SL은 패셔너블하다든지, S클래스는 권위적이라든지, GLK는 각이 져 있는 기능적 견고함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각자의 이미지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이 신형 B클래스의 디자인이 소형 미니밴같은 느낌보다는 좀 더 경쾌한 이미지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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