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FX30d, Reasonable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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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FX30d, Reasonable Choice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4.25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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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두드러지는 스타일의 인피니티 FX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도 자신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모델이다.

지속적인 고유가와 선진국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각종 환경규제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다운사이징의 전파속도가 비교적 느렸던, 그리고 소비자들의 경제성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관대했던 SUV에도 점차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는 파워트레인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크고 무거운 차일수록 연료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연비향상률이 작아도 절대적인 연료소비량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성능 지향의 SUV들에 디젤 엔진과 다단 변속기가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날이 시중 휘발유 값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적잖은 수입 SUV 소비자들이 디젤 엔진 모델을 찾고 있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 브랜드가 자리를 잘 다져놓아 디젤 SUV의 장점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흐름에 뒤질세라, 유럽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인피니티가 유럽용으로 만든 디젤 모델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브랜드 중 디젤 엔진을 얹은 차를 국내에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선봉에 선 것이 FX30d다.

어찌 보면 한국닛산은 FX30d에서 시장 선도자의 역할을 기대하겠지만, 이미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은 유럽 브랜드의 지배력이 상당히 두터운 상태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그간 스포티한 성능을 위해 고출력 또는 대배기량 휘발유 엔진에 의존했던 인피니티로서는 디젤 엔진을 얹은 FX30d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전에 타본 FX 중 V8 5.0L 엔진을 얹은 FX50은 시원스런 가속이 일품이었지만 금세 곤두박질하는 연료계 바늘이 부담스러웠다. FX35는 좀 더 애매했다. FX50보다 가속이 둔하면서도 연료탱크가 비어가는 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FX30d에 오르며 FX 특유의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디젤 엔진의 특성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FX는 첫 세대 모델도 그랬지만, 지금 세대 모델 역시 개성이 뚜렷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차체는 언뜻 보기에 작은듯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육중하다. 그럼에도 초대형 휠에 낮은 지붕, 상당히 누워 있는 앞 유리 등이 스포티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공간효율을 중요시하는 여느 SUV들과는 다른 접근방식이고, 전체적인 형상은 간결한 곡선과 곡면만으로 역동적인 근육질 느낌을 살려 SUV라기보다는 스포티한 쿠페나 해치백에 가깝다. 대신 세부적인 요소들을 양념처럼 강렬하게 더하고 있다. 과격한 스타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는 망설여진다. 재미있게도, 독특한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인피니티 엠블럼을 떼어내고 렉서스 엠블럼을 붙이면 최신 렉서스 SUV라고 해도 좋을 만큼 렉서스의 새로운 스핀들 그릴과 닮아 있다.

실내 디자인은 겉모습에 비하면 급진적인 면이 훨씬 덜하면서도 스포티한 분위기는 물씬하다. 지름이 작고 림이 굵은 스티어링 휠과 물결치는 듯 좌우로 펼쳐진 대시보드 너머로 보이는 보닛 굴곡, 쿠션이 포근하면서도 몸을 잘 잡아주는 굴곡의 시트도 그런 분위기를 더한다. 바느질이 깔끔한 스티어링 휠과 시트의 가죽을 비롯해 전반적인 내장재는 재질감과 꾸밈새 모두 충분히 고급스럽다. 도어 트림과 센터터널에 쓰인 우드그레인은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차의 스포티한 느낌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을 준다. 터치스크린과 버튼을 함께 사용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쓰기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뒷좌석 공간은 낮은 바닥 때문에 실내 중앙에 세로로 뻗은 센터 터널이 두드러지지만 2명이 나란히 앉기에는 불편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있다. 밖에서 보는 것에 비하면 짐 공간은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절대적 크기까지 아주 넓은 것은 아니다. 대신 짐 공간 내부의 마무리는 매우 깔끔하다. 전반적인 실내 꾸밈새는 미국식의 투박함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지만내장재의 재질감이나 조립 완성도에서 불만을 느낄 일은 거의 없다.

다임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인피니티 SUV에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엔진이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되었지만, 지금의 FX30d에 올라간 V6 3.0L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르노-닛산이 따로 개발한 것이다.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56.1kg·m과 같은 수치상의 성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대토크는 배기량이 훨씬 높은 FX50s 휘발유 엔진을 뛰어넘는 수치다. 800rpm 정도인 공회전 때의 진동과 엔진 소음은 뚜렷하게 느껴지지만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운전자를 포함헤 2.2톤이 넘는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진동은 줄고 엔진소리는 커지기 시작한다. 굵고 우렁찬 배기음에서 차의 성격이 스포티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엔진 회전이 낮은 상태에서부터 엔진 소리가 높은 톤으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방음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리가 더 두드러진다. 토크는 회전영역에 따른 변화를 뚜렷하게 느끼기 어려울 만큼 비교적 고르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필요할 때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7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토크가 큰 탓에 저속주행 중 변속 때에 약간 울컥하는 느낌 있다. 그러나 가속하는 과정은 박력 있는 배기음과 더불어 꾸준한 토크 상승으로 좋은 기분을 북돋운다. 다만 무거운 차체와 낮은 무게중심 때문에 가속감은 스포티하면서도 본격 스포츠 SUV같은 시원한 느낌이 그리 크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이 아니라 스티어링 컬럼에 달린 수동 변속패들은 촉감과 조작감이 좋다. 센터 콘솔의 기어 레버를 수동위치로 옮기면 일단 스포트 변속 모드로 전환되고, 패들이나 레버를 조작하면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다. 자동 모드에서는 토크가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아랫단으로 변속이 이루어지고, 가끔씩 주행 패턴과 맞지 않을 때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끄럽게 변속이 이루어진다.

FX의 AWD 시스템은 일반 주행조건에서는 토크 100%를 뒷바퀴로 전달하고, 필요할 때에만 앞바퀴로 전체 토크의 최대 50%를 배분한다. 기본적으로는 뒷바퀴 굴림 차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주행 중에는 차체 앞부분이 묵직하면서도 깔끔하게 방향을 잡아 나간다. 어지간해서는 접지력을 잃지 않고, 고속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워지지만 전반적으로 스티어링 감각은 묵직하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교하면 회전중심에서의 스티어링 감각이 약간 둔하지만 뚜렷하고 정확하게 노면을 읽고 대응할 수 있다.

저속에서는 휠이 노면에 달라붙으려는 성향이 강해 차체가 약간 들썩거리는 느낌이다. 대형 휠과 광폭 타이어의 영향 큰 듯하다. 승차감은 고속으로 갈수록 편하고 차분해진다. 와인딩 길에서는 비교적 다루기 좋은 편이지만 요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스펜션이 바퀴 아래가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을 주어 약간 거슬릴 때도 있다. 근본적으로 뒷바퀴 쪽에 대부분의 토크가 전달되기 때문에, 앞바퀴로 토크가 전달되기 시작할 무렵까지는 제법 예리하게 코너를 파고든다. 제동 때에는 차체 무게를 느낄 수 있지만 깔끔하고 정확하게 속도를 줄인다.

휘발유 엔진 모델에 비하면 연비가 우수하지만, 동급 디젤 SUV 가운데에서 경제성이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국내 공인연비는 10.2km/L. 하지만 고성능 지향에 스포츠 성격이 강조된 차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만한 성능을 내는 디젤 SUV들을 머리에 떠올려보면 값에서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디젤 엔진을 얹은 FX의 메리트는 인피니티, 혹은 FX의 캐릭터를 순수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INFINITI FX30d
가격 7천970만원
크기 4865×1930×1680mm
휠베이스 2885mm
무게 2165kg
엔진 V6, 2993cc, 터보디젤
최고출력 238마력/3750rpm
최대토크 56.1kg·m/1750~2500rpm
연비 10.2km/L
CO₂ 배출량 408g/km
변속기 7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더블위시본/멀티링크
연료탱크 90L
타이어 265/6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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