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 보편성의 가치를 숙성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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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보편성의 가치를 숙성시키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3.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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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캠리는 느슨해진 줄을 바싹 잡아당겨 팽팽해진 느낌이랄까. 최근 토요타의 어수선했던 상황과 새로 일어서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 토요타를 상징하는 모델인 만큼 신형 캠리에 거는 토요타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둥글둥글한 성격이 각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보수적인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캠리를 관통하는 정서가 바로 보수적인 가치인 까닭이다. 차체 사이즈가 이전보다 커진 것은 아닌데 처음 볼 때 다소 커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계기의 디자인이나 스티어링 휠, 그리고 그 위의 조작버튼 배치, 센터페시아 계기 등이 역시 보수적인 디자인이다.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큼직한 모니터 좌우의 버튼들 위에 쓰인 글자들도 커 보인다. 그 아래 에어컨 공조장치 조작기기들도 올드한 분위기. 그런데 가만 보면 쓰기에 편리한 디자인이다. 세련되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혁신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없지만 사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둔 디자인은 이 차가 지향하는 지점이 어딘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부분적으로 플라스틱을 쓴 내장재는 원가절감의 흔적이겠지만 가죽과 적절히 섞여 그다지 표시나지 않는다. 인테리어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상단 검정색과 하단 베이지색으로 인테리어 구성은 깔끔하면서 차분한 느낌을 준다. 기어박스 주변의 우드 그레인 구성이 가구 같은 느낌을 준다. 듀얼 컵홀더 앞뒤로 마련된 수납장을 비롯해 곳곳의 수납공간도 꽤 쓸모 있다. 암레스트 역할을 하는 높고 두툼한 센터콘솔은 상당히 널찍한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도어포켓은 좀 작아 보이는데 굴곡과 홈을 내는 아이디어로 큰 페트 병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동반석 글러브박스는 내비게이션 장치가 들어가면서 공간이 약간 좁아졌다.

LG전자와 공동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디테일한 지도와 정확한 안내가 합격점을 줄 만하다. 한국 고객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다. 따로 옵션이 아니라 찻값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괜찮은 메리트다. 더불어 초기 구매고객에게 캠리의 다양한 정보를 탑재한 갤럭시 탭을 제공한다니 솔깃하다. 사용하다보면 약간 투박하고 멋스럽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자리에 조작하기 쉬운 기능으로 준비되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것도 신경 쓸일이 많은데 차에서만큼은 편한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자동차가 아닐까.

버튼식 시동키를 눌러 출발하면 먼저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 큰 느낌으로 다루기 쉽고, 속도에 따라 변화하지만 전반적으로 약간 묵직한 느낌이다. 이 느낌은 중후한 감각을 만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풋브레이크 방식이라는 점.

조용하고 묵직하게 나가지만 가속은 매서운 감이 있다. 가속 때 부밍음이 커지는 타입인데 약간 스포티한 느낌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가속은 기분 좋은 가속음이 뒷받침할 때 운전 재미를 더해준다. 단지 가속음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실제 가속력도 빠르다. 말하자면 다부진 느낌이다. 신형 캠리의 주행성능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는 토요타가 F1에서 발전시킨 기술을 접목한 것. 공기 흐름을 이용해 가속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여준다.

달리기는 사뿐하면서도 중후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 앞바퀴굴림의 장점을 잘 살린 패키징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힘을 빼고 적당하게 크루징을 즐기면 승차감은 쾌적하고 아늑해진다. 승차감을 중시한 서스펜션은 세팅이 약간 소프트한 타입이어서 과속턱을 지날 때는 충분히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브리지스톤 17인치 타이어는 소프트한 하체를 견고하게 받쳐준다.

이어서 하이브리드를 탄다. 스타일은 같지만 검정색과 하얀색의 보디 컬러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좀 더 신선한 느낌이랄까. 외관에 새겨진 하이브리드 마크가 색다른 차의 존재감을 말한다. 실내 역시 똑같은 레이아웃. 다만 우드 그레인이 하이그로시 타입으로 바뀌어 중후함보다는 하이테크 이미지가 나도록 했다. 에너지 모니터가 나타난다는 점도 차이점.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의 동력전달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굳이 이걸 보면서 운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복잡한 메커니즘은 차에 맡기면 된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분야에 정통한 브랜드다.

계기판 주변으로 ‘ev’, ‘ready’ 표시등이 있다는게 차이점. 연료 게이지가 조금 전에 탔던 휘발유 모델과 비슷한 바늘 위치에 있는데 주행가능거리는 두 배가 넘는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차이다. 에코 모드와 전기 모드는 별도 버튼이 있어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시트도 조금 다르다. 시트는 같지만 가운데 알칸타라 재질을 써 좀 더 소파 같은 안락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이 방식은 뒷좌석도 마찬가지. 뒷좌석은 보기에도 넓어 보이는데, 특히 무릎공간이 여유가 많다. 도어포켓에 칸막이를 둬 쓰임새를 높였고 앞좌석 등받이를 라운드로해 공간을 넓히고 등받이에 포켓을 마련했다. 리어 암레스트는 듀얼 컵홀더만 있을 뿐 심플하다. 트렁크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조금 좁다. 배터리가 뒤에 실리기 때문이다.

시동은 전기 모드에서 걸리므로 당연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아니라 계기판에 조명이 들어오는 것으로서 확인해야 한다. 처음에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움직이는 것 같다. 초기 전기차 주행감각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윽고 엔진과 협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감각을 보여 준다. 하이브리드는 실체 총출력이 휘발유 모델보다 높다. 그래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하이브리드의 가속감이 오히려 휘발유 모델을 앞선다.

가속 때의 부밍음은 휘발유 모델보다 저음이다. 그래서 실제 느끼는 것보다 속도계의 바늘은 그 너머에 있다. 에코 모드는 연비를 좋게 하는 세팅으로 드로틀의 열기가 억제된다. 이 모드를 해제하면 한층 시원스런 가속감을 즐길 수 있지만 그만큼 손해 보는 연비는 감수해야 한다. 시동을 걸 때 밋밋한 느낌만 빼면 주행성능을 비롯해 빼어난 연비까지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돋보인다. 그 장점을 사는 대가는 900만원. 휘발유 모델(3천390만원)과 하이브리드 모델(4천290만원)의 가격차이다.

아무튼 신형 캠리는 결과적으로 중형 세단에서 기대하는 보편성의 가치를 또 한 번 숙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사뭇 공격적이라는 데 변화와 각오가 묻어난다. 이제는 시장이 반응할 차례다.

글 · 최주식(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FACTFILE

TOYOTA CAMRY XLE
크기 4805×1820×1470mm
휠베이스 2775mm
무게 1485kg
엔진직렬 4기통, 2494cc, 휘발유
최고출력 181마력/6000rpm
최대토크 23.6kg·m/4100rpm
연비 12.8km/L
CO배출량 183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듀얼링크 스트럿
타이어 215/5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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