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과속 숨통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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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과속 숨통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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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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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의 오토 라이프

고속 대륙횡단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유럽 본토의 좀 조용한 고속도로에서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체포당할 위험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2010년 유럽 도로에 순찰 경찰이 아주 많아졌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교통경찰이 득실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유럽의 과속 운전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관계당국의 어떤 규제보다 큰 위력을 휘두른다.

적어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새로운 교통법을 제정했다. 그에 따르면 2013년부터 외국에서 과속하면 현지인과 같은 책임을 져야한다. 그렇다, 고속 대륙횡단 도로여행 시대는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령 2013년부터 핀란드에서 과속에 걸리면, 속도위반 수준이 아니라 재산 정도에 따라 벌금을 물어야 한다. 휴대폰 업계의 거물이며 헬싱키 시민인 안시 반요키를 보자. 그는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시속 50km 구간에서 시속 75km로 달리다 걸렸다. 핀란드 국법에 따르면 별로 심각한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전직 노키아 사장은 11만6천 달러(약 1억3천만원)를 토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1년에 걸친 항소를 거쳐 실제로 내게 된 벌금은 약간 줄었다.

요컨대 현행 제도에 따르면 핀란드에서 영국 번호판을 달고 그런 속도로 걸려든다고 하자. 그러면 현장에서 소액의 벌금을 물고 훈계를 받는다. 2013년부터는 핀란드 당국이 중앙 데이터뱅크를 통해 영국 경찰에 통보한다. 그리고 핀란드인과 마찬가지로 처벌할 수 있다.

새 교통법은 외국 운전자들에게 벌금 이외의 처벌을 할 수는 없다(적어도 아직은). 하지만 앞으로 유럽대륙에서 외국 운전자들도 현지인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음주운전, 약물 운전과 주차위반 또는 신호위반도 마찬가지. 운전 중 휴대폰 사용도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

같은 규정이 영국에서 교통법을 위반한 외국인들에게도 적용된다. 모나코 번호판을 달고 있는 페라리 엔초가 B4114에서 시속 156km로 달리다 걸렸다. 운전자가 프랑스어로 “알아들 수 없으니 용서해달라”라고 해본들 소용이 없다. 어느 모로 유럽 전역에서 똑같이 책임을 물으려는 조치는 대체로 좋은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는 운전자세가 얼마나 엉망인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누가 벨기에를 들먹였던가?).

나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한밤중의 적막한 프랑스 고속도로에서 공기를 짓찢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도 들킬 위험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럴 수 없다니 안타깝다. 2011년 중반 새 교통법은 서명을 마친다. 그때부터 ‘로마에 가면 로마인과 같이 하라’는 격언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로마에서는 계속해서 클랙슨에 손을 얹어둬야 하고, 앞차와의 간격 20cm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기증자의 신장을 현지 병원으로 운반하는 것처럼 차를 몰아야 한다. 재미있을까?

글ㆍ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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