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다이내믹, 현대 투싼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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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과 다이내믹, 현대 투싼 R2.0
  • 나경남
  • 승인 2018.09.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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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게 가다듬은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다이내믹한 균형’을 강조한다
지난 8월 17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투싼 페이스리프트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시승회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발표회장에는 투싼 페이스리프트의 홍보 영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현대자동차의 연구원들의 입을 빌어, ‘균형 잡힌 다이내믹’(Balanced Dynamic)을 정의하는 시도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영상을 보다보니 아무래도 식상한 부분들도 있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SUV 광고를 보면 그냥 차명을 바꾸면 다 똑같은 광고 같아요.” 누군가의 지적에 동감한다. 같은 영상을 10번 이상 돌려본 것 같다고 느낄 때 즈음, 세뇌되듯 몇 가지 단어가 머릿속에 남았다. ‘균형 잡힌’, ‘다이내믹’, ‘레브매칭’, ‘사운드’, ‘조화’ 같은 단어들이었다. 사물 인터넷 기반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시동을 켜는 등의 원격 제어 시스템의 소개도 흥미로웠다. 인포테인먼트 면에서는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가 적용됐다. USB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사용 가능한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는 구글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기능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다.  
 
 
 
시승 차량은 2.0 디젤 프리미엄 트림이었다. 엔진은 3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스마트 스트림 디젤 1.6은 최고 136마력을 내고, 디젤 2.0 엔진은 186마력, 가솔린 1.6 터보는 177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시승 코스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출발해 경기도 양주시 근교로 향하는 편도 약 40km 거리였다. 고속주행에서의 다이내믹과 일반 시내 주행, 그리고 외곽도로의 와인딩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물론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교통량이 상당히 많았기에 고속도로에서도 정속 주행 이상의 시원스러운 가속을 테스트해보기 어려웠고, 와인딩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용 테스트 트랙이 아닌 왕복 2차로 일반 도로에서 앞선 차량의 속도 이상으로 달려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균형 잡힌 다이내믹 SUV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는 투싼 페이스리프트의 특징은 결국 완성형에 가까운 차량을 더 세심하게 다듬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디자인적인 변화는 차체를 수정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헤드라이트와 리어 라이트 등의 디자인이 변경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으며, 트림별로 차이를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도 흥미로웠다. 스마트/모던 트림에서는 다크 그레이 메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고, 프리미엄 트림을 선택해야만 시승차량에 적용된 것과 같은 유광크롬 가로바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된다.

 
 
반면, 최상위 트림에 해당하는 얼티밋 에디션에서는 스마트/모던 트림에서 적용되었던 메시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컬러만 유광 블랙으로 바꿔 사용한다. 구동계에서 변화의 핵심은 새롭게 적용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다. 더 촘촘해진 기어비 덕분에 변속 감각은 한층 부드럽게 느껴진다. 시승차량에는 현대자동차가 자랑하는 전자제어식 전륜구동 시스템인 ‘에이치트랙’(HTRAC)도 적용되어 있었다.
 
 
실내는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낸다

 

트림에 따라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한 HTRAC은 처음 제네시스에서만 적용되었고, 현재는 상위급 SUV 모델인 싼타페에도 적용되고 있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제네시스의 HTRAC과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싼타페의 HTRAC 중 투싼은 후자를 계승한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서도 구동력 배분이 달라지는데, ‘다이내믹’이란 단어가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던 상태였으니 연비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스포츠 모드로 달렸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출발해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는 드라이브 모드를 여러 번 변경했고, 그 결과 주행 연비는 리터당 약 15km 후반으로 표시됐다. 돌아오는 길은 온전히 스포츠 모드 하나로만 주행했다. 연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오르막이 포함된 와인딩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하지만 고속도로로 올라와서 정속 주행을 시작하자 점차 회복되더니 결국 도착했을 때는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레드와인 투톤 컬러가 강렬하다

 

아쉽게도 균형 잡힌 다이내믹을 체험했다고 하기엔 부족했던 시간. 덕분에 ‘균형’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가격과 성능, 스포티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무게감, 엔진과 구동계의 성능과 연비까지도 현대자동차가 생각한 ‘균형 잡힌 다이내믹’에 포함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종 편의 사양과 안전 사양도 다이내믹하게 투입됐다. 안전 보조 시스템에 해당하는 현대 스마트센스에는 차로 이탈방지 보조 및 경고, 전방 충돌방지 보조 및 경고를 포함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의 기능이 포함됐다.

 
 
편의 면에서도 후방 카메라뿐만 아니라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제공한다. 사물 인터넷 기반의 원격 제어 시스템 역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다이내믹에 무게를 더 두고 싶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트림에 투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사양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디젤 2.0을 기준으로 스마트 트림의 가격은 2430만 원, 프리미엄 트림은 2847만 원이지만, 최고급 트림인 얼티밋 에디션의 가격도 3000만 원이 채 못 되는 2965만 원이다. 
 
 
 
투싼이 준중형 SUV의 표준형 모델이 된다면 다른 경쟁 모델들에게는 꽤나 가혹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투싼이 평범한 축에 속하게 된다면 소비자가 바라봐야 할 지점은 꽤 높은 곳이 될 것이고, 절대로 가격이 ‘균형 잡힌’ 수준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투싼 페이스리프트가 다이내믹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다. 출시와 동시에 열흘 동안 약 3500대가 넘게 판매된 것이 증거다. 
 
 
<HYUNDAI TUCSON R2.0>
 
투싼이 가격과 성능에서 준중형 SUV의 표준형 모델이 된다면 다른 경쟁 모델들에게는 꽤나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가격 2847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480×1850×1645mm
휠베이스 2670mm
무게 1775kg
엔진 직렬 4기통 1995 디젤
최고출력 186마력/4000rpm 
최대토크 41.0kg·m/1750~2750rpm
변속기 자동 8단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연비(복합) 12.4km/L
CO2 배출량 154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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