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I-페이스, 테슬라 S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상태바
재규어 I-페이스, 테슬라 S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8.09.19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 동안 경쟁자 없이 프리미엄 전기차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였던 테슬라가 마침내 재규어 I-페이스라는 적수를 만난 것일까?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테슬라 모델 S의 상대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

1949년 드 하빌랜드(De Havilland)사가 세계 최초로 제트 엔진 항공기를 선보였을 때 세계는 열광했다. 당시 미래의 벽을 뛰어넘은 듯한 디자인은 오늘날에도 모든 항공기에서 그대로 쓰이고 있다. 그때 모든 사람은 두 가지를 장담했다. 항공기 세계는 절대로 다시 똑같아지지 않을 것이며 영국이 그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물론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틀렸다. 코맷 여객기는 세계를 바꿔놓았지만 지배한 시기는 짧았고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이 시장에 관심이 있던 다른 회사가 드 하빌랜드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고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려 자체 제트 엔진 항공기를 개발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보잉 707다. 코맷이 날아오른 지 10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보잉은 하늘을 점령했다. 

 

재규어 I-페이스 주행가능거리는 480km(WLTP 기준); 테슬라 모델 S 75D는 490km(NEDC 기준)

 

60년이 지난 후 자동차업계는 미래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번에는 터보 제트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한 가지 더 다른 것은 이번에는 미국이 새로운 흐름에 앞서고 있으며 영국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판매한지 10년이 지났다. 그 기간에 재규어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며 차분하게 대응했고 마침내 재규어 I-페이스를 내놨다.

 

이는 단순한 재규어가 아니다. 영국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유럽 최초 다용도 프리미엄 가족용 전기차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규어 I-페이스는 영감을 받은 완전히 성숙한 테슬라 모델 S와 비교될 기회가 없었다. 두 차의 한계는 바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환경적으로 성스러운 두 차를 비교하기 위해 아름답고 녹음이 우거진 곳으로 떠나고 싶었으나, 철저한 비교 시승을 진행하고 잡지에 실을 사진을 평소보다 50배 더 많이 찍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 서리의 테스트 트랙과 주변 공공 도로라는 안전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재규어 I-페이스가 테슬라 모델 S보다 300mm 더 짧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두 차 모두 이 비교시승의 승자라는 점이다. 최고의 전기차라고 해도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쟁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점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가 됐다. 테슬라 모델 S나 재규어 I-페이스를 고르기 전에 차의 쓰임새, 실제 주행가능거리, 충전시간, 국내외 전기차 충전기 등을 냉철하게 따져야 하며 무엇보다 스스로 전기차를 정말 원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했다고? 좋다. 그러면 2012년 여름에 출시된 이후 전기차의 기준을 제시해 왔지만 이제 더는 기준이라 할 수 없는 테슬라에 나와 함께 합류해도 된다.

 

테슬라 모델 S 디자인은 여전히 매력 있고 실내는 비정상적일 만큼 훌륭한 1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한다. 사실 이것 외에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이 기다려야 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여기서는 테슬라 모델 S가 SUV인 모델 X보다 왜 재규어 I-페이스에 더 적합한 상대인지 이유를 밝히겠다. 

 

커다란 17인치 스크린 테슬라 모델 S 실내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테슬라 모델 S의 차체 길이는 재규어 I-페이스보다 300mm 더 길다. 그러나 재규어 I-페이스는 오버행이 거의 없어 휠베이스가 더 길다. 실내 패키징 또한 성인 5명이 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대가 아주 비슷하다. 하지만 두 차 모두 4명이 탔을 때 가장 쾌적하다. 뒷좌석 승객이 발을 편하게 둘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물론 5명이 타면 그만큼 공간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차체 길이가 긴 테슬라는 충분한 짐 공간이 있으며 3800파운드(약 558만 원)를 내면 옵션으로 트렁크에 뒤를 바라보는 좌석 2개를 더할 수 있다. 

 

나는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테슬라 모델 S가 깨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마음에 든다. 키를 돌리거나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어 셀렉터를 드라이브로 끌어 내리면 차가 소리 없이 둥둥 떠간다. 테슬라는 모델 S 라인업을 3개 모델로 구성했다. 100D와 P100D(루디크러스 모드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번 시승차이자 가격이 적당한 75D다. 6만6730파운드(약 9800만 원)의 가격은 재규어 I-페이스 라인업 최하위 모델인 6만3495파운드(약 9333만 원)와 직접 경쟁이 가능하다.

 

재규어 I-페이스 손잡이는 평소에 은밀하게 숨어 있다

 

사실 재규어는 처음 판매하는 최상위 모델 ‘퍼스트 에디션’에 8만1495파운드(약 1억1979만 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다행히(그리고 적어도 비교 목적으로 봤을 때) I-페이스를 한 가지 모델로 출시하고 트림을 달리 구성하여 기계적인 사양은 모두 같기 때문에 어느 장비가 역동적인 앞부분을 만드는지 의미 없는 추측을 하지 않아도 된다. 테슬라 모델 S와 재규어 I-페이스는 모두 전기모터 2개로 네바퀴를 굴린다. 테슬라는 75kW 배터리팩을 쓰고 재규어는 95kW다.

 

모델 S 75D의 시스템출력은 333마력으로 I-페이스의 399마력에 비하면 조금 약해 보이지만 0→시속 100km 가속은 0.5초 정도 더 빠르다. 테슬라는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이지만 재규어는 옵션이다. 
테슬라에서 바로 드러나는 확실한 문제는 고급스러움의 표현에 있어 디자인이 아닌 탄소섬유 트림 패널과 커다란 스크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간을 들여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뜯어보지 않아도 근본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의 저장 용량은 넉넉한 앞 트렁크까지 포함해 894L나 된다

 

재규어 I-페이스의 보닛 아래 27L 정도 되는 협소한 저장 공간이 숨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상위 모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지만 재규어 I-페이스의 실내가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당연히 훨씬 더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이고 품질 수준 또한 훨씬 높다. 어디를 가든지 당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좋은 느낌을 주는 깔끔하고 독특한 프레젠테이션 같다. 실내는 눈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지만 촉감이 만족스럽지 않다(비용 절감 차원에서 센터 콘솔 아랫부분에 저급한 플라스틱 버튼을 썼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작동은 잘된다.

 

그러나 아우디나 BMW, 메르세데스-벤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면 경쟁 브랜드의 시스템이 얼마나 영리하고 직관적인지 제대로 느낄 것이다. I-페이스의 인포테인시스템은 파격적이고 흥미롭지만 여러 날 동안 공부해도 이해하기 어렵고 제어하기 쉽지 않다. 당연히 직선 구간이 아닌 곳에서 어떤 주행 성능을 보여주는지에 관해 조금 더 할 말이 남아 있다.

 

6만6730파운드(약 9800만 원)의 테슬라 모델 S는 시스템출력이 333마력, 8만1495파운드(약 1억1979만 원)의 재규어 I-페이스는 399마력

 

이 구간에서 재규어 I-페이스와 테슬라 모델 S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모델 S는 그립이 꽤 괜찮지만 무거운 차체 무게로 인해 다루는데 조금 부담이 된다. 또한 스티어링은 정확하지만 무게감이 너무 가볍고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거의 없다. 결국 테슬라 모델 S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때 점잖게 안내해주며 전기모터의 반응으로 아주 빠르게 도로를 지배하는 차다. 그러나 운전 재미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직접 운전하고 나니 테슬라 모델 S 라인업에서 P100D가 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했다. 75D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을 주고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재규어 I-페이스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코너에서 안정적이고 빠르며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휠베이스가 아주 길지만 차를 쉽게 제어할 수 있다. 거칠게 운전해도 오른발 지시에 따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물론 오늘날 안전 장비의 도움을 완전히 해제할 수는 없지만 재규어 I-페이스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을 위해 그립을 유지하고 어떤 경우에라도 한계 근처까지 접근하지 않도록 잡아준다. 무엇보다 스티어링이 정말 뛰어나다.

 

퍼스트 에디션에는 20인치 알로이 휠이 달린다

 

테슬라 모델 S는 전기모터 2개가 네바퀴를 굴린다

 

이는 기존 운전자와 차를 감정적으로 연결해주는 요소가 내연기관 엔진을 제거하면서 사라졌기 때문에 주행 감성을 결정하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재규어 I-페이스는 전기차인 동시에 2톤이 넘는 5인승 가족용차이지만 괜찮은 드라이버즈카이기도 하다. 두 모델의 승차감은 완전 정반대 이유지만 한 가지 결점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규어 I-페이스는 테슬라 모델 S보다 저속에서 충격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편안함을 주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모델 S의 차체가 도로에서 한층 더 여유 있다. 고속에서 재규어 I-페이스는 신체 움직임이 날카로운 나머지 계속해서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두 차를 실제로 운전하면 재규어 I-페이스가 테슬라 모델 S보다 동승자를 덜 힘들게 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테슬라 모델 S의 배터리 용량은 75kWh부터 시장에서 가장 큰 100kWh(최상위 모델)까지 있다

 

재규어 I-페이스는 100kW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45분 안에 배터리 80%를 충전할 수 있다

 

이번 비교시승을 통해 얻은 두 가지 핵심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수년 동안 시장에서 모델 S가 쌓아 올린 명성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경쟁 모델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모델 S를 처음 판매하기 바로 전에 로터스 엘리스를 바탕으로 만든 전기 로드스터를 만들어 팔았던 작은 회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는 여전히 능력 있고 믿을만하며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한테는 바람직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재규어 I-페이스는 우리가 전기차의 미래로 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실제로 기존 엔진이 없으면 디자인과 주행 역동성이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다. 재규어 I-페이스는 이 사실을 인식하고 그 뒤에 더 중요한 것을 전달했다. 그리고 전기차뿐만 아니라 재규어를 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데 도움을 줬다. 

 

1st: 유럽 최초의 장거리 프리미엄 전기차는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디자인과 주행 감성 모두 재규어답다 2nd: 출시된 지 오래됐으나 여전히 인상적이다. 다만 품질은 일정하지 않으며 재규어가 새로 만든 기준에 못미친다

 

<더 많은 전기차 라이벌이 준비 중이다>

앞으로 2년 안에 나오는 대다수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400~500km를 간다. 폭스바겐은 해치백 ID,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는 각각 SUV EQ C와 E-트론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는 아니지만 과감하게 도전하는 곳도 있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피스커 이모션은 BMW Z8로 유명한 헨릭 피스커가 개발한 것으로 한 번 충전하면 주행가능거리가 640km 이상이다. 패러데이 퓨처는 2019년 한 번 충전으로 700km를 갈 수 있는 FF-91을 출시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회장이 이끄는 테슬라 또한 2020년에 가장 파격적인 전기차를 선보인다. 테슬라는 200kWh 배터리를 적용한 로드스터가 한 번 충전으로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혀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테슬라는 지금 시장에 나온 전기차 중 가장 큰 배터리(100kW)를 쓰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양산 예정인 리막의 하이퍼카 씨투(C_Two)에 120kW 배터리가 채용된다.   

 

지금은 전기차를 활성화하는데 주행가능거리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충전시간을 대폭 줄이는 강력한 급속충전기의 등장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출시되면 시장에서 가장 진보한 전기차로 등극할 아우디 E-트론은 150kW 충전기(재규어 I-페이스는 100kW 충전기가 최대)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30분 안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