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그랜저, BMW X3, 렉서스 CT2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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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그랜저, BMW X3, 렉서스 CT2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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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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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현대 그랜저
그랜저HG가 ‘5G 그랜저’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1세대 그랜저는 필자가 대학에서 디자인전공 2학년이던 1986년에 나왔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고급승용차는 새한자동차가 독일 오펠의 레코드를 들여와 생산한 로얄 시리즈가 ‘주름잡고’ 있었다. 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 속칭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그랜저였다. 필자는 아직도 그 당시의 그랜저 광고 문구가 기억난다.

“이제 고급 승용차의 전통이 그랜저로 새롭게 시작됩니다” 그랜저는 그 당시에 국회의원의 차라고까지 불리던 로얄 시리즈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25년이 지났다. 25년 전에 그랜저는 국내 최고급 승용차를 지향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에쿠스가 최고급 승용차의 자리에 있다. 그 대신 오늘날 그랜저는 성공한 중년이 선망하는 고급승용차가 되었다. 그리고 5세대 25년의 전통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좋은 차는 단지 높은 수준의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그것이 그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결부되어 있다.

사실 그동안 국내의 다른 메이커에서도 그랜저와 동급의, 혹은 더 성능 좋은 차를 용병으로 데려오기도 했었지만, 번번이 국내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물러나곤 했다. 한편으로 보면 그랜저는 마치 토요타의 크라운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크라운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승용차 이다. 물론 더 큰 센츄리나 국제적 감각의 렉서스도 있지만, 일본 사람들에게 크라운은 설명할 수 없는 크라운만의 영역이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1세대 ‘각 그랜저’는 미쓰비시가 크라운에 대적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쓰비시는 그 혈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고,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한국의 크라운’으로 발전했다. 크라운은 지금도 일본시장에서 대표적인 고급 승용차이고, 한때 우리나라 일부에서도 고급 승용차로 쓰이기도 했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근육질의 캐릭터 라인과 적극적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랜저와 크라운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실용적 고급승용차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크라운의 디자인이 균형과 보편을 추구하는 이미지인 반면, 신형 그랜저는 역동성과 활력을 지향하는 이미지이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인들이 고급 승용차에서 원하는 정서인지도 모른다.

BMW X3
BMW가 처음 SUV를 선보인 것은 X5였던 것 같다. SAV(Sports Activity Vehicle)라는 신조어로 1999년쯤에 나왔던 것이 그것이다. 그 이후 X5 역시 모델 체인지되었고, BMW의 SUV 차종이 세분화되면서 2004년경에 등장했던 X3도 이번에 풀모델 체인지로 차체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어 나왔다. 물론 모든 BMW의 차 디자인이 그러하지만, 이전 차의 디자인의 틀을 완전히 깨뜨리는 파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사실 최근의 BMW 차들의 디자인이 혁신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감성적인 방향이 변화되면서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의 차이가 큰 것일 뿐, 기존의 차가 가지고 있던 비례나 구조를 완전히 갈아엎은것은 아니다. 물론 완전히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기계나 구조들이 그렇듯이 진화적인 발전, 즉 보다 효율적이고 높은 성능을 가지도록 변화되는 개념의 것이다.

최근 BMW의 차들은 감성적인 비중이 크게 높아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차의 주행성능이 높고, 그것을 차체 디자인의 추상성으로 보여주던 이전 BMW의 기능적이고 논리적인 차체 디자인에 서, 보다 감성적이고 유연한 스타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신형 X3의 차체에서도 유연한 곡선이 여러 곳에 쓰이고 있다.
 
차체 측면의 이미지에서는 앞 펜더의 날이 선 곡선의 캐릭터 라인이 벨트라인 쪽으로 연결되면서 사라지고, 앞바퀴의 휠 아치가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만들어진 곡선형 캐릭터 라인이 마치 선의 강약을 조절하듯 뒤쪽까지 이어지고, 다시 뒷바퀴 휠 아치에서 새로운 곡선의 캐릭터 라인이 이어받는 형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티브는 A 필러가 지붕으로 연결되는 형태로 위쪽에서 다시 나타난다. 이런 선적인 요소들이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형태적인 통일감을 만들어내면서 균형 잡힌 이미지를 주고 있다.

뉴 X3의 차체 형태에서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은 앞 범퍼의 앞면 귀퉁이에 동그랗게 터널을 뚫듯 만들어 붙인 안개등이다. ‘터널’의 위아래 부분이 범퍼의 모서리와 아주 얇은 면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정말로 디자이너들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디자인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 부분이다.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범퍼에 마치 드릴로 구멍을 뚫은 듯 보이기 때문이다.

렉서스 CT200h
렉서스 브랜드의 차체 디자인은 토요타 브랜드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것이 최근의 특징이다. 토요타 차들은 토요타라는 브랜드의 공통적 특징보다는 각 차별로 이어져 온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렉서스는 ‘L-Finess’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특징적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형태 등이 공통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렉서스 CT 200h모델 역시 전반적으로는 렉서스의 디자인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조금 더 파격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파격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발된 차라는 점 때문일 수도 있다. 토요타에는 프리우스를 비롯한 몇 종류의 하이브리드 전용차가 있지만, 렉서스에는 CT 200h가 첫 하이브리드 전용차다. 다른 렉서스 차들은 휘발유 엔진과 하이브리드 방식 모델이 같이 존재한다.

게다가 CT 200h가 렉서스 최초의 해치백 구조의 차라는 점도 전체의 차체 디자인 이미지에서 정형화된 렉서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에서 선의 흐름과 세부적인 형태에서는 조금 더 토요타의 소형승용차에 가까운 이미지의 형태요소를 볼 수 있다. 토요타의 소형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형태요소는 감각적인 곡선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선의 연결이 직선적으로 단순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되, 그 변화가 급격하지 않다는 특징이 토요타의 소형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숲’보다는 ‘나무’를 중시하는 일본의 전통적 조경에서도 나타난다. 이른바 미시적 관점인 것이다.

CT 200h 모델의 차체 측면 이미지에서 이러한 형태적 특징은 두드러진다. 도어 아래쪽으로 흐르는 캐릭터 라인이 굽은 형태, 테일 램프가 위쪽으로 흐르는 형태, 뒷유리가 옆으로 확장된 형태는 사실 전체적으로는 정확히 연결되는 형태가 없지만, 각각의 형태는 고도로 다듬어진 우아한 곡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아름다움의 가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일본의 전통적 조경의 사례에서와 같이 형태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오늘날의 차체 디자인이 단지 외형의 장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차, 혹은 기술을 대하는 메이커의 관점을 보여주는 시각적 언어라는 점을 보여준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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