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움직임, 페라리 488 피스타
완벽한 움직임, 페라리 488 피스타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2018.08.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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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용 특별모델이면서도 토요타 86만큼 재미있고 더 빠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V8 미드엔진 페라리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세상에는 부정할 수 없는 스포츠카 두 모델이 있다. 대다수 제조업체들, 심지어 이 차들을 만드는 회사들조차도 종종 덜 떨어진 차를 만들곤 하지만, 포르쉐 911 중에서도 GT3 RS와 V8 미드엔진 구성인 페라리의 특별모델들은 묘수를 빼놓지 않는다. 추측컨대, 그 까닭은 엔지니어들이 만족하기 위해 만든 차이기 때문이다. 즉, 순수주의자들의 차라는 얘기다. 2003년에 첫 911 GT3 RS가 나온 것은 포르쉐가 경주용으로 두 가지 서스펜션 링크의 인증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드엔진 페라리의 첫 특별 모델인 360 챌린지 스트라달레(마찬가지로 2003년에 나왔다)는 챌린지 레이스 시리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그 뒤를 잇는 모델들은 모두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페라리의 최신 모델인 488 피스타가 있다. 피스타(Pista)는 ‘트랙’이란 뜻이며, ‘비켜!’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어느 쪽이든 다 알맞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모터스포츠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차라는 것이다. 

 

실내 꾸밈새는 치장을 덜어내는 것과 기분 좋은 사용 편의성 사이에 딱 알맞은 균형을 찾았다

 

911 GT3 RS처럼, 피스타의 엔진은 실질적으로 경주차용 엔진과 다름없다. 488 챌린지의 것을 가져온 것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페라리의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 기본형 488 GTB보다 최고출력이 50마력 더 높은 엔진을 만들고, 원메이크 시리즈 경주차를 통해 검증된 그 엔진을 ‘스페셜’ 모델에 얹는 식이다. 특별모델이라고 해서 생산대수를 완전히 제한하지는 않는다. 아직 판매 중인 488 라인업에 포함시키면서 생산량만 비교적 적게 유지할 뿐이다.

 

V8 3.9L 규격은 그대로지만 같은 한계회전수인 8000rpm에서 최고출력은 720마력으로 높아졌고, 최대토크는 3000rpm에서 78.5kg·m으로 올라갔지만 기어가 7단일 때만 활용할 수 있다. 그 아랫단에서는 토크가 제한되는데, 그 덕분에 처음 출시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스포티한 터보 엔진이었던 이 엔진은 터보 엔진 느낌이 줄고 자연흡기 엔진의 감각이 더 커졌다. 엔진의 힘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거쳐 뒷바퀴를 굴린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 페라리는 클러치 하나가 해제되는 동안 다른 클러치가 연결되기 때문에 윗단으로의 변속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변속기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휠은 1만 파운드(약 1464만 원)가 넘는 비용을 들여 탄소섬유로 만든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차에 탄소섬유를 충분히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클러치가 작동하는 사이의 시간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줄일 여지가 별로 없다), 윗단으로 변속할 때 오버부스트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 적당히 공격적인 주행 모드를 설정했을 때는 한층 더 경주차에 가깝게 아랫단으로 끌어 내린다. 엔진 브레이크도 이전보다 더 확실해졌다. 값이 1만 파운드(약 1464만 원)가 넘는 탄소섬유 휠을 비롯해 적당한 선택사항을 골라 넣으면 피스타의 무게는 최소 1385kg(건조중량이 아니라 전비중량이다)까지 가벼워진다. 이는 GTB보다 최대 90kg 더 가볍다.

 

맥라렌은 675LT의 무게를 1320kg으로 추정하는데, 알루미늄 구조 대신 욕조형 탄소섬유 구조를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간다. 물론 피스타도 보닛과 범퍼, 흡기 플래넘, 뒤 스포일러에 탄소섬유를 쓰기는 했다. 인코넬 소재를 쓴 배기계통, 가벼워진 플라이휠, 리튬 배터리와 티타늄제 커넥팅 로드를 포함해, 경량화를 위해 추가로 손질한 수많은 부분 중 일부다. 포드 GT의 영향을 받아(완전히 내구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차체를 개조한 부분 중에는 앞쪽의 S-덕트와 뒤쪽의 더 넓고 길어진 펜더를 들 수 있다.

 

페라리 488 피스타의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2.85초, 0→시속 200km 가속에는 7.6초가 걸린다

 

그 결과 다운포스가 488 GTB보다 20% 높아져 시속 200km에서 240kg이 되었고, 그러면서도 공기저항은 2% 높아졌을 뿐이다. 무게와 힘, 공기역학과 더불어 새로 개발된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2 타이어(현실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곳에서 길 위에 고무를 뿌리므로, 얼마나 부드러운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를 신은 덕분에, 피스타는 488 GTB보다 더 가볍고 빠를 뿐 아니라 어느 곳을 달리든지 훨씬 공격적이다.


그러나 페라리의 선임 GT 엔지니어인 라파엘 데 시모네(Raffaele de Simone)는 이 차가 다루기 어려운 차가 아니라고 한다. F12 Tdf나 599 GTO와는 달라 ‘익숙한 듯 다루기 좋은 차’라고 다정하게 표현할 만하다. 데 시모네는 일반 488 GTB만큼 재미있고 포용력 있는 차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이야기한다. 488 GTB의 최고출력이 670마력인데도 토요타 86만큼 고분고분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최고출력이 700마력대인 차로 그런 특성을 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V8 3.9L 터보 720마력 엔진 소리는 우렁차지만, 488 피스타는 과격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말도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빌어먹으리만치 대단한 차다. 종종 그렇듯, 우리는 먼저 페라리의 피오라노(Fiorano) 시험용 트랙을 달렸다. 피스타는 458 스페치알레로 기록한 랩타입을 2초나 단축시켰다고 한다. 458 스페치알레의 기록이 8.35초였으니 대단한 발전이다. 488 피스타는 458 스페치알레와는 다른 영역의 성능을 낸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2.85초(458 스페치알레는 3.0초)이고 0→시속 200km 가속시간은 7.6초(458 스페치알레는 9.1초)다.



피스타가 GTB보다 더 두렵지 않지만 모든 곳에서 더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티어링 기어와 기어비 등 모든 것은 GTB의 것과 같다. 안티롤 바도 바뀌지 않았고, 스프링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아주 사소한 변화다. 최저지상고는 아주 조금 낮아졌을 뿐이다. 그래서 GTB의 친근한 특성이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사이드 월이 더 단단한 새 타이어 덕분에 스티어링 반응은 덜 신경질적이면서 더 안정적인 쪽에 가깝다.

 

두 개의 터보차저가 차체 가운데 올라간 V8 엔진의 최대토크를 3000rpm에서 78.5kg·m으로 끌어올린다

 

페라리는 빠르고 가벼우면서 끝에서 끝까지 두 바퀴 밖에 돌지 않는 스티어링 기어를 쓴다. 물론 맥라렌과 포르쉐는 그보다 더 반응이 뛰어나다. 그래서 다루기는 딱 좋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다. 무게가 줄어들면서 원래 코너링 특성이 좋았던 차가 훨씬 더 민첩해졌다. 페라리는 전자식 디퍼렌셜과 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개입하는 최신 세대 ‘사이드슬립 컨트롤’(Side Slip Control)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덕분에 피스타는 주의 깊게 커브를 달리면 디퍼렌셜이 비교적 풀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멋지게 회전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밟으면 쉽게 구동력이 끊어지면서도 사이드슬립 컨트롤 시스템이 작동해 맛깔나게 차를 다룰 수 있도록 허용했다. 피스타를 훌륭하게 몰아붙인 것이다. 모든 주행안정 장치를 끈 상태에서도 피스타는 여전히 고분고분한 성격을 보여준다. 78.5kg의 최대토크는 겨우 3000rpm에서 나오고, 엔진 회전수는 GTB와 같은 8000rpm까지 올라간다.

 

두 개의 터보차저가 차체 가운데 올라간 V8 엔진의 최대토크를 3000rpm에서 78.5kg·m으로 끌어올린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다른 모든 터보 엔진 차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다루기 좋은 것은 물론 반응도 훌륭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이런 느낌이 일반 도로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승차감만큼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바닥 매트나 기타 방음처리 같은 것이 없는 탓에 노면 소음이 크다. 그래서 타이어가 울부짖는 소리와 더불어 돌이 튀어 올라 차체를 요란하게 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에어컨은 가장 세게 틀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차체 앞뒤로 더해진 부분은 비탈길과 과속방지턱에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게 만든다. 댐퍼 설정은 여전히 두 가지고, 피스타는 둘 중 단단한 설정을 선택해도 구불구불한 언덕길 위에서 불안정한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쪽인 ‘거친 노면’ 모드로 설정하면 놀랄 만큼 고분고분하면서도 움직임은 잘 통제된다.

 

서킷을 벗어나 이런 길을 달릴 때에도 트랙 주행에 맞춰 만든 488은 여전히 완벽하게 움직인다

 

사진 속의 길은 페라리 개발 팀 드라이버들의 시험주행 코스의 일부다. 페라리가 스티어링 반응을 빠르게 조율한 이유는 전자식 디퍼렌셜을 쓰기 때문이다. 순수한 기계식 디퍼렌셜보다는 무겁지만, 전자식 디퍼렌셜이나 (맥라렌에 쓴 것과 같은) 개방형 디퍼렌셜은 급커브에 들어설 때는 해제되어 차를 다루기 쉬워지고 커브를 빠져나가 직선 구간으로 들어설 때에는 잠겨 탁월한 성능을 뒷받침한다.

 


트랙 주행에 맞춘 특별 모델들은 이런 길에서 느리고 거친 스프링 반응이 드러나기 쉽지만, 피스타는 세련된 승차감과 편안한 코너링, 넘치는 감각과 우아함이 돋보인다. 서투르게 몰면 언더스티어가 나타나고 운전에 둔한 사람이라면 예상보다 바퀴가 더 빨리 돌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차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쉽고 경쟁차보다 더 재미있다. 그리고 내 기준으로는 9000rpm까지 쓸 수 있는 포르쉐의 GT3 RS용 자연흡기 엔진과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의 V10 엔진보다 소리가 주는 자극이 조금 부족하지만, 911 GT2 RS와 현재 팔리고 있는 모든 맥라렌 차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차 중 가장 뛰어난 섀시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일반 GTB와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맥라렌 720S보다 더 매력적이다. 내가 보기에는 GTB와 전혀 다른 차라기보다 GTB의 능력을 20% 더 끌어올린 느낌이다. 바닥 매트를 깔고 경주차용 고정식 안전벨트 대신 일반 승용차용 안전벨트를 달면 모터스포츠에서 파생된 특별모델이라기보다 차세대 488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다. 차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점이 중요하다. 

 


V8 엔진 페라리를 소유한 사람들, 심지어 트랙용 V8 엔진 페라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911 GT3 RS 같은 차를 가진 사람들처럼 레이스 트랙을 즐겨 찾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한 선택이 옳았음을 되새기기 위해 한 두 번 쯤 트랙에 갈 뿐이다. 옳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코너 세 개 정도면 충분하다. 

 

달라진 것은 공기흐름뿐만이 아니다
 
 
488 피스타를 몰면서 488 GTB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점은 아마도 줄어든 무게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경량화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든 것도 공기역학적 개선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몇 가지 영리한 공기흐름 제어를 통해 냉각특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가볍게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차체 앞에 있는 라디에이터는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기울었고, 라디에이터로 더 많은 공기가 흐르도록 앞부분을 손질한 덕분에 라디에이터 크기는 겨우 2% 커졌지만 통과하는 냉각수의 냉각효율은 7%나 높아졌다. 한편 라디에이터를 통과한 공기는 차체에서 이전보다 더 아래쪽으로 빠져나가게 바뀌었다.
 
그 결과, 따뜻해져 소용돌이치는 공기는 차체 위쪽을 흘러 지나가는 공기와 분리되고 그들 중 일부는 S-덕트를 거쳐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차체를 빠르게 지나가는 공기가 많아져, 도어 뒤의 공기흡입구보다 뒤 펜더를 통해 엔진 흡기계통으로 공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도어 옆 공기흡입구는 맨 위쪽 작은 영역을 제외하면 이제 라디에이터와 인터쿨러 냉각용으로만 쓰인다. 그 결과, 엔진 공기흡입구로 흘러들어가는 공기의 소용돌이 경계면이 없어져 에어박스로 들어가는 공기 흐름이 더 빨라졌다.
 
 
<FERRARI 488 PISTA>
모든 면에서 488 GTB과 같다. 다만 훨씬 더 나아졌을 뿐이다.
 
가격 25만2765파운드(약 3억7320만 원)
엔진 V8, 3902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720마력/8000rpm
최대토크 78.5kg·m/3000rpm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자동
무게 1385kg
최고시속 340km
0→시속 100km 가속 2.9초
연비 8.7km/L
CO2/과세기준 263g/km, 37%
경쟁 모델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포르쉐 911 GT2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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