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닌파리나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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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닌파리나의 새로운 도전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7.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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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닌파리나가 독자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변신함으로써 창업자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 공방이 럭셔리 전기차 생산을 통해 그 이름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댄 프로서(Dan Prosser)가 살펴본다

지난 4월 초, 로마 중심부에 있는 팔라초 바르베리니(Palazzo Barberini)에 소수의 억만장자와 백만장자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세계 자동차 매체를 대표하는 기자들이 모여 새로운 170만 파운드(약 24억6450만 원)짜리 하이퍼카와 처음 대면했다. 지금은 순수미술 갤러리로 탈바꿈한 17세기 궁전 주변의 인상적인 웅장함 속에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지금부터 2년 뒤에 생산될 하이퍼카의 모습을 감질날 만큼 살짝 엿보거나 적어도 몇몇 디지털 렌더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널리스트들은 그 모습이 장관이라고 생각한 반면, 부유한 소수의 잠재적인 소비자들은 그 자리에서 극단적으로 특별한 하이퍼카 중 하나를 사버리고 말았다. 그 차는 인도 거대기업과 유서 깊은 이탈리아 디자인 공방 사이에 이루어진 제휴의 결과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완벽하게 어울리는 궁합일 수도 있다. 마힌드라 그룹(Mahindra Group)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 영향력과 일정 수준의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을 뒷받침하는 한편, 피닌파리나(Pininfarina)는 브랜드 특성에 이바지한다.

 

바티스트 파리나의 손자인 파올로 피닌파리나는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 출범이 “꿈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Automobili Pininfarina)는 설립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직 차 한 대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재정적 안정성을 확고하게 다지면서 럭셔리 자동차 분야에서 이어온 90년의 전통을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는 순수 전기차 브랜드가 될 것이다. 첫 모델은 170만 파운드(약 24억6450만 원)짜리 하이퍼카로, 아주 소수만 생산되며 기껏해야 90대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머지않아 그보다 조금 덜 비싼 SUV 형태의 차가 뒤이어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 차들은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근교에 있는 피닌파리나의 고향인 캄비아노(Cambiano)에서 설계, 생산될 예정이다. “우리는 하이퍼카 생산 계획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힌드라 그룹 회장인 아난드 마힌드라(Anand Mahindra)의 말이다. “우리는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를 성공지향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 그 위치로부터 출발해 더 많은 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스스로 확장하게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크게 확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테슬라 모델 3같은 차는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이다.”

 

퍼슈케는 하이퍼카 구매자들이 전기차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마힌드라 그룹이 피닌파리나의 지배 지분을 매입한 것은 2년 반 전의 일이다. 마힌드라는 “럭셔리는 전통과 장인정신의 융합”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하룻밤 사이에 전통을 만들 수는 없다. 토요타가 렉서스의 전통을 만들 때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피닌파리나를 인수한 것은 이런 일을 이해할 만큼 겸손하기 때문이다.” 피닌파리나 입장에서는 어떨까? 그들의 동기는 훨씬 더 낭만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나와 우리 가족이 할아버지가 꿈꾸었던 것, 즉 ‘피닌파리나’ 브랜드만을 내세우는 탁월하고 혁신적인 차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파올로 피닌파리나 회장의 말이다. “우리는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차를 설계할 것이다. 내 생각에는 할아버지가 무척 행복해하실 듯하다.”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는 앞서 아우디 인디아 수장이었고 예민한 두뇌의 소유자인 미하엘 퍼슈케(Michael Perschke) CEO가 이끈다. 그는 이미 피닌파리나가 갖고 있는 폭넓은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은 물론 마힌드라 그룹과 포뮬러 E 경주 팀을 한데 엮어 무공해 고성능 차를 개발한다고 이야기한다. 자동차업계에서 즐겨 쓰는 표현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뜻이다. 홍보 메시지는 명쾌하지만, 사실 엔지니어링 노하우는 실제로 거의 대부분 다른 업체에서 비롯된다.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의 구조도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 모든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대규모 자산을 지닌 회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퍼슈케의 말이다. “우리는 통합하는 회사가 되려고 한다. 회사 밖으로 나가 기술 협력업체를 만나고 모두 함께 공유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탄소섬유 모노코크 구조를 활용하고 싶으면 이것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회사들을 찾을 것이다.”

 

스케치를 통해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의 하이퍼카 디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디지털 렌더링은 양산차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많은 자산이 필요하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비자 중심의 사업 모델이다. 자신이 무엇을 언제 원하는지를 좌우하는 사람은 소비자다. 더 많은 자산을 갖고 있을수록 손에 넣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애플을 한 번 봐라. 애플은 가장 성공적인 소비자 중심 회사이고 단 하나의 공장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의 사업모델을 본질적으로 분류해보면 모든 면이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처럼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기술과 하드웨어는 다른 곳에서 사온 다음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차체 안에 하드 포인트를 숨긴다.

 

외부 디자인과 실내, 인포테인먼트 인터페이스 등을 공급받는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섀시와 파워트레인 기술을 통합하고 최적화하는 일 역시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다. 아난드 마힌드라는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재산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확실히 원하는 것은 지적재산권”이라고 말했는데, 퍼슈케는 재빨리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적재산권은 몇 년 정도만 유효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유지하고 아주 유연하게 활용하는 쪽에 더 가깝다. 자신이 독점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일하는 500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식의 문제도, 대외 시장과 단절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H2 스피드 콘셉트카는 양산될 예정이다

 

앞으로 나올 하이퍼카의 기본 구조는 이 회사의 특이한 접근방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욕조형 탄소섬유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이 구조는 각 바퀴에 하나씩 전기 모터를 쓴다. 미드 엔진 슈퍼카의 고전적 형식을 따른 2인승 차로 최고출력은 자그마치 1800마력이 넘고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2초 미만, 최고시속 402km 이상의 성능을 낸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한 상태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500km라고 한다. 결정적으로, 섀시와 구동계 하드웨어는 공급업체나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가 지정할 기술 협력업체로부터 사들일 것이다. 퍼슈케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기술이 있다면 굳이 처음부터 직접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출범 파티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그 하이퍼카의 섀시와 구동계를 크로아티아의 신생 회사인 리막(Rimac)이 공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퍼슈케와 그의 동료들은 당분간 특정 기술 협력업체의 정체를 비밀에 부치기를 바라며 언급을 피했다. 물론, 신생 회사 CEO인 키가 큰 마테 리막(Mate Rimac)이 궁전 정원을 걸어 들어와 마힌드라에게 따뜻한 악수를 건네면서 이야기는 정리되었다.
소비자 대부분은 하드웨어의 출처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놀라운 성능, 자율주행 능력(차는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유지하므로,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차 스스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슴 설레는 디자인이다. 그날 저녁에 렌더링을 본 사람들 모두가 하이퍼카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처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세계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내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완전히 공개되기에 앞서, 오는 8월에 열릴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축소 모형을 보게 될 것이다.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는 이번 세대에게는 독자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신생 고성능 자동차업체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하이퍼카에 170만 파운드(약 24억6450만 원)를 기꺼이 지불할 만한 사람이라면 엔진이 주는 본능적 황홀함을 좋아하지 않을까? “팔로알토와 파리, 오슬로 같은 곳에서 내연기관 차를 모는 것은 이제 더는 시크하지 않다.” 퍼슈케의 말이다. “우리는 이미 하이퍼카를 구매한 사람들은 물론, 기술에는 감동하지만 하이퍼카 구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새 소비자들도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올로 피닌파리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미래를 보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도 자본을 수혈한 피닌파리나>

오늘날 알려진 것처럼, 마힌드라 그룹은 1945년에 인도 뭄바이에서 JC와 KC 마힌드라 형제가 설립했다. 회사는 먼저 철강 산업에 관여했지만, 1947년에 인도 시장을 위해 윌리스 지프 생산 면허를 얻으면서 금세 자동차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이 회사는 자동차와 방위산업, IT, 금융 서비스, 숙박업을 포함해 20개 산업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수익은 190억 달러(약 20조2730억 원)에 이른다. 

 

포뮬러 E에 출전하는 마힌드라 레이싱

 

한편,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그룹의 자동차 부문이며 인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다. 마힌드라 일렉트릭(Mahindra Electric)이라는 브랜드로 저가형 전기차의 디자인과 생산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모터스포츠 부문인 마힌드라 레이싱(Mahindra Racing)은 포뮬러 E에 출전한다.
마힌드라 그룹 회장은 KC 마힌드라의 손자인 62세의 아난드 마힌드라다. 그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공부한 뒤, 1981년에 그룹에 입사했다.

 

 

<피닌파리나 디자인을 상징하는 다섯가지 모델>

 

1947 치시탈리아(Cisitalia 202)
단 8대 뿐인 차 중 하나가 1951년 뉴욕 현대미술관 자동차 디자인 전시를 위해 선택되었다. 1940년대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중 하나다.

 

1966 알파로메오 스파이더(Alfa Romeo Spider)
피닌파리나가 88년 역사 내내 값비싼 슈퍼카 디자인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합리적 가격의 스파이더는 피닌파리나 창업자인 바티스타 파리나가 디자인했다.

 

1968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
275 GTB/4의 후속 모델인 데이토나는 피닌파리나의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가 디자인했다. 40년 이상 여러 페라리 차에 쓰여 유명한 콜롬보 V12 엔진이 올라갔다.

 

1987 페라리 F40 (Ferrari F40)
세계 최초의 하이퍼카라 할 수 있는 페라리 F40은 페라리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되었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차체는 경량 케블라와 탄소섬유,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2014 페라리 세르지오(Ferrari Sergio)
페라리 458의 구동계를 활용해 만든 세르지오는 전 세계 6대 한정 판매되었다. 2013년에 지붕 없이 등장한 피닌파리나 세르지오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얻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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