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로드를 달린 메르세데스-AMG GLE
아이스 로드를 달린 메르세데스-AMG GLE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3.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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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얼어붙은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렉 케이블(Greg Kable)이 완전 무장을 한 채 메르세데스-AMG GLE 43을 몰아붙였다

계기 비너클의 디지털 온도계가 영하 21℃를 가리키고 있었다. 북극해에서 매서운 서북풍이 불어온다.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였다. 그러나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따뜻하고 푹신한 가죽시트 높이 올라앉았고, 메르세데스-AMG GLE 43이 내뿜는 따뜻한 바람이 풋웰을 채웠다. 우리는 북부 캐나다의 이누빅과 툭토야툭을 이어주는 한 가닥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무튼 상식적인 도로와는 전혀 달랐다. 늦봄, 여름과 초가을에는 거대한 하구 삼각주였다. 그 질펀한 물길이 북아메리카대륙의 가장 구석진 이 땅으로 카약과 모험적인 뱃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겨울에는 강물이 두껍게 얼어붙는다. 그러면 굽이치는 거대한 스케이트장이 펼쳐진다. 동시에 이 고장 주민들에게는 얼어붙은 도로가 생긴다. 그래서 아이스 로드(Ice Road)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실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이스 로드 트럭커즈, Ice Road Truckers>를 통해 이 지역은 대중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 이 도로는 툰드라의 영구동토와 얼어붙은 북극해 일부를 지나간다. 이누빅 외곽에서 육상도로 뎀프스터 하이웨이가 시작된다. 겨울이면 매킨지강을 연결하는 얼음도로가 이어져 183km를 달려야 툭토약툭에 도달한다. 


우리가 출발준비를 할 때 살을 에는 추위가 아이스 로드 여행의 참맛을 미리 보여주었다. GLE 43에 오르자 와이퍼 블레이드는 윈드실드에 얼어붙었고, 브레이크 캘리퍼는 단단히 잠겨 있었다. 앞길에 대비해 엔진, 기어박스와 브레이크액이 충분히 녹았다고 생각될 때까지 공회전을 계속했다. 우리는 돌발적인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만약을 위한 대체차로 GLE 400을, 구조차로 G 500을 몰고 나왔다. 
 

그렉 케이블이 몰고 나선 GLE 43을 GLE 400이 뒤따랐다. 만약에 대비하여


얼어붙은 이누빅 거리를 부지직거리며 아이스 로드 출발점으로 달려갔다. 수영을 하면 위험하다는 경고판이 눈에 띄었다. 인구가 겨우 3000명을 넘는 이 소도시가 여름에는 전혀 다른 곳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때면 메킨지강 삼각주는 녹아 내린 얼음물이 넘친다. 그리고 지방 항공사들은 모험을 찾아 남쪽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사실 이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통틀어 5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탔다.


아이스 로드는 함부로 덤빌 길이 아니었다. 멋대로 정신을 팔았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었다. 물론 도로는 직선구간이 많았고, 이따금 커브가 나타날 뿐이었다. 그러니 뻔질나게 핸들을 조작할 필요도 없었다. 핸들을 바로잡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그만이었다. 곳에 따라 노폭이 6차선이나 되는 넓이로 여유가 있었다. 길가에 쌓인 눈도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더러 두꺼운 얼음벽이 눈을 막아주고 있었다. 
 

우리 목표는 북극해 바닷가의 툭토약툭이었다. 지구상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북쪽 끝의 도시였다. 한때 중요한 군사기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초 중동에서 시작된 석유위기를 맞아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의 전략적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임페리얼 오일과 같은 거대 석유회사가 이 지역에 엄청난 번영과 일자리를 가져왔다. 방대한 착유공장과 그에 따르는 기반시설이 일대를 덮었다. 
 

도로표지판에 그날 아이스 로드를 통과할 수 있는 차량무게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아이스 로드를 자세히 살펴봤다. 상당히 큰 틈바구니와 마루턱이 드러났다. 하지만 곳곳에 얼음두께가 1.5m에 이르고, 얼어붙은 강바닥은 무게 40톤까지의 트럭을 지탱할 만했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트럭이 눈가루 구름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그때 얼음이 아래쪽 물속으로 약간 들어갔다. 그 고장 사람들이 얼음 물결이라 부르는 현상이었다. 그들은 절대로 안심해도 좋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음 얼음장이 갈라져 우리 차를 통째로 삼켜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방당국은 아이스 로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얼음두께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들의 기본장비인 쉐보레 블레이저가 끄는 트레일러에 실린 음파탐지기가 두께를 쟀다. 그런 다음 지정된 날의 얼음두께에 따라 통과할 수 있는 차량무게를 도로표지판에 붙여뒀다. 빙판 위를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가는 기분은 엽기적이었다. 처음에는 앞지르기를 할 때마다 엉덩이가 와락 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더라도 100m를 미끄러져야만 차가 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툭토약툭에 도착했을 때 좋은 시절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고장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고, 유일한 호텔 투크인은 출입문을 판자로 막고 있었다. 다국적 석유회사는 채굴사업이 절정을 이룰 때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이미 오래 전에 그들은 모두 떠났다. 버려진 자동차와 허물어진 집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녹이 슨 선박들은 얼음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어느 누구도 제한시속 50km를 지키지 않았다. 모두가 속도를 엉덩이 감각으로 가늠했다. 그래서 대체로 시속 100km 남짓으로 달렸다


눈에 띄는 오직 하나의 현대적 건물은 캐나다 기마경찰서였다. 닉 브레임이라는 친절한 경찰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주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여름 북극곰 두 마리가 시내로 어슬렁어슬렁 들어왔다. 그 가운데 한 마리를 쏴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외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기는 겨울뿐이었다. 겨울이 시작되면 매킨지강이 얼어붙고, 차를 몰고 친척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사는 등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을 맛본다. 


그럼에도 아이스 로드가 영원할 수는 없다. 최근 툰드라를 가로지르는 육상도로가 열렸다. 아이스 로드를 대체할 4계절 통로이고, 아이스 로드를 무용지물로 만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 대화를 나눈 현지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3억 달러(약 3300억 원)를 들인 전천후 영구도로는 당국의 판단과는 달리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아이스 로드를 계속해서 이용해야 한다는 현지인들이 적지 않다.” 경찰관 브레임의 말이다. “행정당국은 일단 4계절 도로가 자리를 잡은 뒤 아이스 로드 유지예산을 끊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방인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탐사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이스 로드는 이어갈 것으로 본다. 만일 아이스 로드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이 고장과 인근 지역의 관광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그날 저녁 늦게 우리는 마침내 이누빅으로 돌아왔다. 아이스 로드를 달리며 바라본 해넘이가 장관이었다. 우리가 호텔에 들어갔을 때 2018년과 그 뒤에도 아이스 로드 일부를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이스 로드와 마찬가지로 앞날이 뻔한 북극생활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렉의 얼어붙은 모험

비행기를 5번이나 갈아타고 <오토카> 기자 그렉 케이블은 이누빅에 도착했다. 아이스로드에서 그의 모험은 시작됐다. 거기서 북쪽 해안도시 툭토약툭으로 향했다. 거리는 183km였다.

가장 극단적인 도로
최고속 도로
얼마나 빠르면 최고속 도로인가? 글쎄, 어느 정도라면 도전해 볼 만할까? 독일 아우토반의 무제한 구간? 세계 최고속 도로구간의 타이틀을 받을 만하다. 절대다수의 드라이버는 자기 차의 최고속도 이하로 달리게 마련이다.

최장 도로
길이 약 3만600km의 팬아메리칸 하이웨이가 세계 최장 도로다. 다만 파나마의 늪지대와 우림에 약 160km의 공백이 있다. 미국 알래스카의 프루도호 베이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를 이어준다. 


가장 심한 꼬부랑 도로
이탈리아의 알프스 고개 스텔비오 패스가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롬바도 스트리트. 세계에서 헤어핀 커브가 제일 많은 도로다. 길이 126m가 채 되지 않는 구간에 헤어핀이 8개나 들어있다. 

가장 치명적인 도로
길이 63km의 융가스 로드. 카미노 아 로스 융가스 또는 데스 로드라고 한다. 한 해 약 200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볼리비아의 라파즈와 코로이코를 이어주는 벼랑꼭대기 도로. 자동차 여행자들에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리는 수많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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