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E-페이스, 전기 SUV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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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E-페이스, 전기 SUV가 아닙니다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8.04.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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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두 번째로 내놓은 SUV가 아우디 Q3, BMW X1, 메르세데스-벤츠 GLA를 포함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기차급에 발을 디뎠다. 과연 E-페이스는 어려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5년 전만 해도 재규어는 연간 6만 대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이제는 F-페이스 한 모델만으로도 그만큼은 판다. XE가 XF의 아래 모델인 것처럼, E-페이스도 F-페이스보다 낮은 곳에 자리 잡는다. 대다수 다른 차들에서 ‘E’라는 글자가 전기를 뜻하는 것과는 다르다. E-페이스는 이런 차다. 재규어에게는 일탈이나 다름없는 첫 소형 SUV이지만, 사람은 우아한 세단과 스포츠카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안 칼럼의 작풍이 뚜렷한 디자인을 입은 4.4m 길이의 SUV가 등장한 이유다.

차체 구조는 흥미롭다. E-페이스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와 레인지로버 이보크 플랫폼이 바탕이 되었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생산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영국 해일우드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 늘 그렇듯 사람들이 SUV를 좋아하는 탓이다. 그 대신 이 차는 먼저 오스트리아에 있는 매그나가 만들고, 나중에는 재규어랜드로버의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차체 앞쪽에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고 모노코크 구조 대부분이 철제인 이 차는, 과거 재규어 모델들처럼 뒷바퀴굴림 방식을 쓰는 대신 거의 앞바퀴굴림 모델처럼 설계했다. 시승한 차는 네바퀴굴림이었지만 출시 때부터 앞바퀴굴림 모델도 판매한다.
 

이보크와 크게 다른 점들은 또 있다. 스티어링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앞 서스펜션 서브프레임을 섀시에 견고하게 설치했다. 뒤쪽 서스펜션은 재규어의 인테그럴 링크 구조를 쓴다. 그러나 최저지상고와 차체 높이가 이런 수준이고 대부분 강판 소재로 된 모노코크 구조를 쓰는 차는 부분적으로 경량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시승차로 나온 모델의 무게는 1894kg으로 같은 엔진의 F-페이스가 1770kg인 것과 비교하면 E-페이스는 100kg 이상 더 무겁다.

실내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재규어다운 모습이다. E-페이스 실내는 F-타입에서 처음 시작한 주제를 따라서, 운전석과 동반석 영역을 뚜렷하게 구분했다. 동반석은 탁 트인 대시보드가 마치 화려한 사무실 로비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폭포장식처럼 떨어져 내리고 운전석은 좀더 운전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커다란 손잡이가 놓여 있다. 일부 플라스틱은 독일차에 쓰인 것들만큼 견고해 보이지는 않고, 기어레버 주변의 커다란 금속 색상 플라스틱은 빛 반사가 심하다. 그러나 만약 실내가 프리미엄 느낌이 나는지 묻는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하겠다. 
 

E-페이스를 정면에서 보면 그릴 가운데에 있는 엠블럼이 없어도 재규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P300이라는 표시가 붙은 이 차의 엔진에 물리는 트랜스미션은 ZF 자동 9단이고, 가로배치엔진에 알맞게 특별히 설계했다. 이 모델에서는 네 바퀴 모두를 굴린다. E-페이스에 올라간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두 종류다. 하나는 이보크에 쓴 것과 다를 바 없는 할덱스 시스템이다. 일반조건에서는 앞바퀴를 굴리지만, 바퀴가 헛돌면 최대 100%까지 뒷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운전석은 동반석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센터콘솔에 있는 손잡이가 시각적인 구분 기준

다른 종류는 가장 출력이 높은 가솔린과 디젤모델에 쓰는 GKN 시스템인데, 하필이면 포드 포커스 RS 것과 같다. 이 시스템은 더 영리하고, 필요할 때 뒷바퀴로 토크를 보내는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 뒤 디퍼렌셜 양쪽에 클러치가 있어 왼쪽과 오른쪽으로 배분하는 동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쓴 목적은 E-페이스에 뒷바퀴굴림 느낌을 더 강화하려는 데 있다. 포커스 RS에서는 뒤 차축으로 토크의 최대 70%를 보낼 수 있지만, 이 재규어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재규어는 이 부분을 공개하기 바란다) 이유로 최대 50%만 뒤쪽으로 보낸다. 적응형 댐퍼는 나중에 더해질 예정이고, 21인치 휠이 추가된다. 

얼마나 역동적일까? XE와는 얼마나 비슷할까? 글쎄. 상당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실내 수납공간은 적절하고, 뒷좌석은 납득할 만하며, 트렁크 용량은 577L에 이른다. 스티어링 휠은 꽤 넓은 범위로 조절할 수 있고, 록투록 약 2.5회전인 스티어링 휠 움직임은 전형적인 재규어식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뒷바퀴굴림용 ZF 8단 자동변속기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은 이 차에 쓰인 9단 변속기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도 마치 듀얼클러치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브레이크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자연스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정도가 덜하다. 
 

재규어의 12.3인치 고해상도 인터랙티브 드라이버 디스플레이는 HSE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차를 몰고 50m 시험을 해봤다. 차에 대한 느낌이 쏟아져 나올 만큼 중요한 첫 시승이다. 재규어라면 대개 나긋나긋하고 옛 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곳에서, 이 차는 약간은 ‘뉘신지?’라고 묻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나면 개선된 차체 기울어짐과 승차감을 느끼게 되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키 큰 차가 꾸준히 타협을 원한다. 내키는 대로 차를 몰면 키 크고 역동적인 차의 까다로움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차체를 높여 롤 중심과 무게중심을 높이면 코너에서 차가 기운 채로 타이어 접지력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커진다. 따라서 안티롤바를 강화하면 그런 현상이 줄어들지만 그와 함께 승차감에 영향을 끼친다. 

문제 해결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앞서 이야기한 적응형 댐퍼나 능동형 안티롤바를 다는 것이다. 전자는 E-페이스 일부 모델에 쓸 예정이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어느 쪽이든 모두 근본적으로 큰 키 때문에 무거운 차를 더 무겁게 만든다. 그러나 재규어는 반드시 멋지게 달려야 한다. 사람들이 재규어를 사는 두 가지 큰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늘 동급에서 가장 멋있는 자동차고, 달리기가 만족스러운 차다. 그러나 이 차급에서는 역동적인 주행능력으로 돋보이기는 쉽지 않다. 적당히 타협한 차들이 계속 나오는 이상, 재규어는 현실적으로 최대한 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힘없는 칭찬을 곁들여 혹평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은 높이가 1.65m에 길이는 4.4m이면서 XE처럼 달리는 차를 원한다. 욕심이 크다고나 할까.
 

뒷좌석은 적당하다. 기본모델을 뺀 나머지 모델에는 모두 가죽 내장재를 쓴다

E-페이스는 확실히 고유의 개성이 있다. 재규어 전매특허인 스티어링 감각 그리고 전통적인 재규어다운 승차감은 아닐지언정 차체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다스리는 특성-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에서 비롯되는 승차감은 예상대로 훌륭하다. 커브를 달릴 때에도 E-페이스는 투지로 밀어붙이는 것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어느 순간 언더스티어 상태가 되지만 잘 억제하고, 급격한 코너링에 차체 뒤쪽이 잘 따르는 것은 물론 포커스 RS처럼 토크 배분도 잘 이루어진다. 

뒷바퀴굴림 XE 세단이라면 아주 평범한 모델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앞바퀴굴림 포드 피에스타만큼 재미있는 차일까? 별로 그렇지 않다. 하지만 좋은 차이고 능력이 뛰어난 차냐고 묻는다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차 높이, 시야, 차체 제어 특성, 접지력, 구동력 그리고 힘찬 달리기를 기준으로 능력을 이야기한다면, 이 차는 앞서 말한 두 가지 특성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빠른 차일 것이다. 엔진은 회전수가 높을 때 약간 불편하지 않은 요란함이 있지만 차분하다. 

HSE 모델에는 20인치 휠을 단다. 21인치 휠과 적응형 댐퍼는 나중에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차들이 모두 그렇듯, 엔진이 내는 소리보다는 빼어난 모습이 더 돋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 눈길이 쏠린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쳐다보고, 사진을 찍고, 차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차와 브랜드에 대해 대단히 좋은 평가를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이 E-페이스에 4개의 별점이 주어지리라고 확신한다.

 

tester’s note
수납공간은 점점 더 재규어의 장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E-페이스에는 자잘한 수납공간이 많이 있을 뿐 아니라 탑승자가 모두 쓸 수 있는 USB 충전포트도 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MP 
 
 
소재의 차이
재규어랜드로버는 차를 만드는 소재를 가지고 차의 본질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일부는 철재를, 일부는 알루미늄을 쓰고, 누군가 알맞은 수준으로 저렴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복합소재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할 것은 분명하다. 물론 E-페이스의 철제 모노코크 중심 차체 구조 주변에는 알루미늄 차체 패널-보닛, 지붕, 테일게이트-과 차체 앞쪽 마그네슘 크로스빔을 쓴다.
 
마그네슘 크로스빔은 대시보드를 지지하면서 앞쪽 위로 솟아오른 차체 앞쪽의 무게를 줄이는데 특히 도움을 준다. 그 결과 중력가속도의 중심을 낮추면서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옮겨 놓는다. 그러나 전체중량을 줄이는 데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가벼운 E-페이스 무게는 1775kg이고 고출력 네바퀴굴림 디젤모델은 최대 1926kg까지 나간다. 
 
 
재규어 E-페이스 D180 R-다이내믹 AWD 
값 3만4800파운드(약 5290만 원), 절찬리 판매중
새로운 점: E-페이스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팔릴 모델이라는 사실
 
E-페이스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 모델이 바로 이것이다. 매력 있는 중간급 R-다이내믹 모델에 180마력 디젤엔진을 얹고, 당연히 9단 자동변속기와 네바퀴굴림 시스템까지 포함되어 있다. 차만 놓고 봤을 때, 나라면 최상위 모델보다는 이 버전을 고르겠다. 값이 1만4000파운드(약 2130만 원) 더 싸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실제로 값이 그만큼 더 싸다. 중간급 디젤엔진은 토크가 더 높아서 그만큼 반응도 빠르고, 사운드는 쉰 소리가 조금 덜한데 회전수가 높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핸들링 역시 조금은 더 유연한 느낌이다. 서스펜션은 여전히 지나치게 부드러운 느낌이고 트랜스미션은 이따금 거슬릴 정도로 반응이 느리지만, 더 화려하게 꾸민 모델보다는 이 차가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적극 추천한다. AF
 
JAGUAR E-PACE P300 HSE AWD
가격 4만8410파운드(약 7360만 원)
엔진 직렬 4기통, 1,998cc,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300마력/ 5,500rpm
최대토크 40.8kg·m/1,500rpm
변속기 9단 자동
무게 1894kg
0→시속 100km 가속 6.4초
최고속도 시속 243km
연비 12.5km/L(복합)
CO₂/과세기준 181g/km, 35%
경쟁차 아우디 Q3, BMW X1, 메르세데스-벤츠 G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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