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력하다, 혼다 S660과 다이하쓰 코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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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력하다, 혼다 S660과 다이하쓰 코펜
  • 마크 티쇼(Mark Tisshaw)
  • 승인 2018.01.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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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K카’라 부르는 경차는 일본 자동차산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과연 경차가 운전자에게 운전재미를 전해줄까? 답을 찾기 위해 마크 티쇼(Mark Tisshaw)가 도쿄에서 두 대의 경차를 시승했다

몇 년 전 미국식으로 이름 지은 폭풍이 영국으로 돌진해오자 기상청 직원들은 비웃음 당하지 않기 위해 적절한 이름을 찾느라 고생깨나 했다. 그렇게 정한 이름이 바로 브라이언이었다. 이는 훌륭한 영국식 이름이었지만 아마 외국사람에게는 진지함이 부족해 보였을 수도 있다. 환경청 공무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콘월을 강타하는 폭풍 브라이언이 “물을 마구 퍼부어 부두가 범람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풍 브라이언이 지구 반대편에서 비바람을 몰아치고 있을 때 태풍 란(Lan)은 일본 남부지방에 상륙했다. 시속 225km로 부는 바람과 폭풍 때문에 사진기자 스탠 파피어는 방수카메라와 재킷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후지산을 배경 삼아 일본이 만든 가장 훌륭한 자동차 중 하나인 경스포츠카를 촬영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후지산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세상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현재 양산 중인 경스포츠카는 혼다 S660과 다이하쓰 코펜 오직 두 대뿐이다. 일본의 경차규격은 엄격하다. 차체 크기는 길이 3400mm, 너비 1480mm을 넘지 않아야 한다. 엔진은 660cc와 최고출력 64마력 이하로 제한된다. 대부분 일본 경차는 이러한 기준을 최대한 맞추는 편이다. 만약 크기가 이보다 더 작다면 태풍 란뿐만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많은 폭풍 브라이언에도 못 견디고 날아가 버릴 것이다.

실제로 2대의 경스포츠카에서 가장 극단적인 부분은 정말 작은 차체다. 우리가 도쿄에서 출발하고 첫 번째 신호등에 걸렸을 때 뒤에 재규어 F-타입 쿠페가 붙었다. S660보다 무려 4배나 큰 F-타입 운전자는 분명 우리차를 보고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두 차를 직접 운전해보면 정말 매력이 넘치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나중에는 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도쿄 시내에서 후지산으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까지 길을 따라 여러 곳을 들르면서 일본문화를 체험하기로 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일본과의 무역협정서에 두 차를 다시 수입하는 것과 관련해 한두 줄의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일본은 세계에서 핸들이 오른쪽에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나라다.

S660은 시빅 타입 R과 NSX에 이어 혼다가 스포츠카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3번째로 만든 작품. 2인승, 미드십 엔진, 뒷바퀴굴림이라는 점에서 NSX와 비슷하며 660cc 64마력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조합이다. 터보차저를 달아 최대토크는 10.6kg·m이다. 전통적인 스포츠카 제작방식으로 만든 혼다 S660은 운전자가 소프트톱을 직접 손으로 떼서 보닛 아래 있는 유일한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다. 10kg 정도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트렁크가 귀엽게 보인다. 트렁크 외에 수납공간은 물병을 넣을 수 있는 컵홀더밖에 없다.
 

혼다 S660과 비교하면 다이하쓰 코펜은 그랜드 투어러에 가깝다. 하드톱 개폐에 상관없이 가방 한두 개 넣을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더 무거운 하드톱을 얹었음에도 코펜 무게는 S660과 같은 850kg이다. 서스펜션 또한 S660과 마찬가지로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 구성이다. 시승차는 2세대 코펜. 1세대 코펜은 더 크고 강력한 1.3L 엔진을 달고 영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로 수출된 바 있다. 658cc 64마력 엔진과 앞바퀴굴림 조합의 2세대는 일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다이하쓰는 고객의 다양한 취향에 맞추기 위해 여러 버전을 준비했다. 시승차는 아마도 포르쉐 911 사파리 랠리카 이후 처음으로 스포츠카와 크로스오버 결합을 시도한 X플레이 버전이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생김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그럼에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2일 동안 이 작은 차와 함께 하고 나니 볼수록 정이 들었다.

혼다 S660 가격은 1만4500파운드(약 2127만 원)다. 그러나 다이하쓰 코펜은 1만2500파운드(약 1834만 원)로 더 싸다. 실제로 두 차의 시작가격은 세금, 보험료, 유지비를 아끼기 위한 경차치곤 비싼 편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성능이 좋은 소형차도 이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 구입예산을 조금 더 올리면 가격이 1만6500파운드(약 2421만 원) 정도 되는 마쓰다 MX-5도 눈에 들어온다. 물론 경차에 주어지는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는 없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2대의 경차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본 경스포츠카는 그들만의 시장이 있다. 실제로 작년에 일본에서 등록된 S660은 1만298대로 5152대를 기록한 코펜보다 2배 정도 많고 혼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목표로 잡았던 판매대수보다도 훨씬 높다. 

 

내가 먼저 올라탄 차는 코펜. 적어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클러치는 느낌이 불분명했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처음 1/4은 거의 반응이 없었다. 또한 3단 기어를 넣기 위해 어디를 찔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충격을 받았을 때 이를 다루는 섀시의 정교함만큼은 무척 뛰어난 인상을 주었다.  

코펜에서 바라보는 혼다 S660의 뒷모습이 멋있다. 마치 크기를 줄인 맥라렌 같다. 3기통 64마력 엔진사운드를 듣고 싶으면 맥라렌 650S 스파이더와 비슷한 S660의 작은 뒷창문을 내리면 된다. 내가 코펜에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은 느낌을 주었다. 스티어링 휠은 크고, 타이어는 바이크처럼 얇았으나 훌륭했다. 코펜의 움직임은 조금 가벼운 편이었으나 복잡한 시내에서 운전하는데 충분했다. 또한 푸조나 알파로메오 등 몇몇 브랜드에 달려 나오는 최신 영어 내비게이션 시스템보다 일본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우리는 도쿄에서 두 곳을 들렀다. 먼저 일본에서 ‘고스트 터널’이라 부르는, 이제 곧 폐쇄될 가장 낮은 터널에 갔다. 목을 길게 빼고 걸어 들어가 보니 S660 시승을 준비하는 데 어울리는 장소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유명한 레인보우 브릿지로 향했다. 내 눈에는 레인보우 브릿지가 마치 하얀색으로 칠한 금문교처럼 보였으나 사진기자 눈에는 영국에 있는 세번교처럼 보였나 보다. 생각해 보니 많은 다리가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그러나 도쿄에는 영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하고 멋진 차들이 많이 굴러다녔다. 일본 경차뿐 아니라 SUV와는 다른 여러 가지 크기와 디자인을 갖춘 일본 MPV도 많았다. 

후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는 코펜이 더 어울렸다. 이곳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후지산에 오르기로 했다. 가는 동안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교통정체가 이유는 아니었다. 길가에 자주 보이는 자판기와 장난감 케이크에서 고양이발 모양의 부엌집게까지 모든 것을 판매하는 주유소 구경의 즐거움 때문이었다. 주유소 주차장에서 자동차동호회 모임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주는 토요타 하이에이스 밴 동호회 사람들이 모여 있다.

 

코펜의 속도를 높이니 매력이 도드라졌다. 빨리 달리니 좋은 느낌이 한층 더 살아났다. 교통흐름을 따라가는 데도 충분했다. 명목상 일본 경차는 시속 100km로 제한되어 있지만 실제속도는 더 나왔다. 힘은 약간 부족하지만 계기판에 시속 140km를 가볍게 찍었다. 그러자 ‘실망했다’는 듯한 여자 목소리(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전혀 알 수는 없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혼내기 시작했다. 토요일 밤이 되어서야 우리는 후지에 도착했다. 머물기보다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 더 나아 보이는 항구도시다. 사진기자가 멋진 네온사인 풍경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불빛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식사로 복어를 먹었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혼다에 올라탔다. 실내는 몇 년 전 영국에서 판매를 중단한 CR-Z 하이브리드와 비슷하다. 깔끔한 디지털 계기판, 작고 두툼한 스티어링 휠, 멋진 기어레버, 편안한 좌석을 갖추고 있다. 또한 대시보드 위에 있는 스크린에서는 일본 경스포츠카를 대표하는 혼다 S660의 특성을 드러내듯 중력가속도를 보여준다. 다이하쓰 코펜보다 훨씬 더 스포츠카답다. 무게가 더 무겁고 운전에 몰입할 수 있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를 다루는 섀시의 정교함이 부족해 보였다. 코펜보다는 나은 성능이지만 작은 로터스 엘리스가 되려면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우리는 구름을 향해 걸어 올라가기 위해 후지산 동쪽 기슭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거친 산길을 바람처럼 내달렸다. 나는 혼다 S660에서, 저속으로 달릴 때 느꼈던 로터스와 비슷한 핸들링이 터져 나오기를 기대했다. 나는 핸들링에는 어느 정도 만족했으나 트랙션컨트롤은 반대였다. 시스템을 꺼도 속도에 상관없이 코너를 돌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트랙션컨트롤에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혼다 S660은 코너를 잘 돌았고 탈출할 때는 의도적으로 뒤를 흘릴 수 있었다. 혼다 S660은 좋은 스포츠카다. 좋은 경차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코펜으로 옮겨 타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놀라웠다. 언더스티어에 강하고 전자장비 없이 코너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 다이하쓰를 칭찬하고 싶다. 더욱 빠른 속도를 내며 코너를 빠져나오기에도 충분했다. 이 도로에서 코펜의 성능은 ‘웜해치’(warm-hatch) 같았고, 경스포츠카다운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도쿄로 돌아가면서 후지산 신사에 멈춰 혼다 S660으로 갈아탔다. 비 오는 내리막길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없었다. 빗줄기가 몰아쳤고, 앞에 차 몇 대만 겨우 보이는 최악의 가시성을 마주하고 달려야 했다. 아마 많은 사람이 혼다 S660이나 일본 경차가 이러한 환경에 약하다고 예상하겠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오히려 대형차 같은 느낌을 주었고, 운전에 자신감이 붙는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롤오버 후프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목을 구부려야 하는 일은 정말 성가시다. 내 키는 178cm로 거인은 아니지만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은 타기 어렵다. 시내나 산길을 달리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지만,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은 힘들다.

늦은 밤 도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도쿄에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었던 태풍 란은 월요일 아침 시내를 비껴갔다. 청명한 하늘이 나타났다. 후지산에 꼈던 구름도 완전히 사라졌다. 일본 경스포츠카는 일본과 일본 문화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에는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듯 싶지만 직접 사기에는 망설이게 된다. 그저 일본 경차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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