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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메이커 엔진’을 쓰는 게 불만인가?
자동차업체가 자신들이 만든 차에 ‘다른 메이커 엔진’을 얹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과연 그것이 브랜드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일일까?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여러 사례를 들어 옹호에 나선다
2018년 01월 24일 (수) 15:16:43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c2@iautocar.co.kr
   
F1은 맥라렌이 만든 상징적 모델이면서 다른 메이커 엔진을 썼다

이제 새 애스턴 마틴 DB11은 애스턴 마틴이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애스턴 마틴은 출력이나 소리를 원하는 대로 내도록 약간 손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것이 다른 누군가가 만든 엔진이라는 사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손질일 뿐이다. 문제는 과연 그런 사실이 중요하냐는 것이다.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싶다. 엔진은 설계하기 끔찍할 정도로 까다롭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든다. 또한, 소규모 스포츠카회사 대부분은 정말 그런 일을 할 자원이 없기도 하다.


그런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애스턴 마틴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애스턴 마틴 역사에는 백지 상태부터 직접 설계한 엔진이 단 두 개뿐이다. DB4, 5, 6, S에 쓰인 직렬 6기통 엔진과 DBS와 21세기가 될 때까지 DB7을 뺀 나머지 모든 애스턴 마틴에 쓰인 V8 엔진이 그것이다. 둘 다 악몽같은 개발과정을 거쳤다. 2차세계대전 이후 라곤다를 인수했을 때 넘겨받아 DB2에 썼던 것(다름 아닌 월터 오웬 벤틀리가 설계했다)에서부터 원래 재규어로부터 공급받았던 현행 밴티지 V8에 이르기까지, 그밖의 모든 엔진은 다른 회사가 설계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차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메이커 엔진’을 쓴다. 맥라렌 F1은 BMW가 공급한 6.1L 엔진을 얹은 것으로 유명하고, BMW 기본모델에 올라간 것 중에서 어떤 엔진을 바탕으로 만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 맥라렌에 들어가는 엔진은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톰 워킨쇼 레이싱(Tom Walkinshaw Racing)이 닛산을 위해 개발하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인디카(IndyCar) 경주차용 엔진에서 파생된 것이다. 심지어 부가티 시론과 베이론에 얹은 W16 엔진은 믿기 어렵지만, 구조적으로 폭스바겐 파사트 보닛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가 금세 사라진 W8 엔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토요타 캠리에서 로터스 에보라 400으로 이식된 엔진

독자적으로 새로 엔진을 설계한다는 아이디어를 버린 소규모 메이커는 애스턴 마틴 뿐만이 아니다. 아름다울 만큼 작고 대단히 개성 있는 3.5L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던 로터스 에스프리 V8을 기억하는가? 달릴 때보다 제도판에서 더 훌륭한 엔진이 존재한다면, 이 엔진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소리는 끔찍했고 초기 신뢰성 문제가 심각한 엔진이었다. 그 이후로 로터스는 다른 메이커 엔진을 쓴다는 현명한 선택을 해 왔다.


다른 곳에서 공급받은 엔진들로 완성한 결과물들은 정말 놀랍다. 로터스 에보라 400을 몰아보면 당신을 지평선 너머로 집어던질 듯 으르렁대는 엔진룸 속 괴물이 토요타 캠리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엔진이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울 지도 모른다. 운 좋게도 노블 M600을 몰아볼 기회가 있다면, 600마력의 최고출력과 시간을 뛰어 넘을 듯한 가속력의 근원이 되는 엔진을 구형 볼보 XC90의 보닛 아래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음에 훨씬 더 당황스러울 것이다.  


몇 년 전, 우리 중 몇 명은 특집기사를 위해 주말 동안 케이터햄 세븐을 조립했고, 캐벌리어와 칼리브라를 위해 설계한 복스홀의 유명한 ‘레드 톱’ 2.0L 엔진을 썼다. 그러나 웨버 45mm 카뷰레터 한 쌍을 한쪽에 달고 직관 배기구를 최대한 서로 가깝게 배치해 치약 한 튜브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차에 얹고 나니, 내부에 손끝하나 대지 않고도 광란의 도가니를 경험하게 만드는 엔진으로 변신했다. 


물론, 다른 메이커 엔진을 얹는 접근방식이 지나칠 때도 있다. 재규어는 1988년에 XJ220 수퍼카를 선보였다. 독자 개발한 4밸브 헤드의 V12 엔진으로 달리는 차였다. 당대 뜨겁게 달아오른 시장 덕분에 부를 쌓은 사람들이 주문을 위해 줄을 섰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992년이 되고 양산 버전이 나왔을 때, 세상은 전보다 훨씬 희망이 덜한 경제상황을 맞았다. V12 엔진은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사실 새 V6 3.5L 엔진은 소형차 메트로에서 가져온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약속과는 다른 것을 내놓음으로써 말한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신랄한 비판이 뒤따랐다.

 

   
BMW가 만든 V12 6.1L 엔진을 쓴 전설적 스포츠카

그러나 그와는 달리 다른 메이커 엔진 덕분에 완전히 평범한 차가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피아트 크로마, 사브 9000과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었지만 페라리 엔진을 썼던 란치아 테마 8.32다. 실제로, 그 차는 그보다 훨씬 더 나았다. 세단에 얹었을 때 훨씬 더 잘 맞도록 만들기 위해, 페라리는 크랭크샤프트를 180도가 아니라 90도마다 점화되도록 했고 그 덕분에 마치 디트로이트에서 설계했을 법한 소리를 냈다. 실질적으로 두 개의 4기통 엔진이 하나의 크랭크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페라리 V8 엔진은 당시까지 그 엔진이 유일했다.


디트로이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미국인들은 다른 모든 사례를 더한 것보다 다른 메이커 엔진을 더 많이 썼다. 포드 V8 엔진이 없었다면 AC 코브라나 데 토마소는 존재하지 않았을 테고, 브리스톨과 젠센은 크라이슬러 엔진에 전적으로 의지했으며, 더 많은 스타트업 수퍼카 메이커들은 다른 모든 예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제너럴 모터스의 빅 블록 및 스몰 블록 파워트레인에 의존했다. 강력하고, 값이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흔한 ‘쉐비 V8’ 엔진은 다른 메이커 엔진 사용의 궁극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는 다른 메이커 엔진을 쓰는 사례가 늘어나리라는 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배출가스 규제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까다롭고 큰 비용이 든다. 대부분의 소량 생산 메이커에게 있어서 다른 메이커 엔진을 쓰는 것은 단순히 편리한 해법이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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