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중심의 벤츠 스프린터 유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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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중심의 벤츠 스프린터 유로코치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11.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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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프리미엄 밴 시장을 이끌어 온 벤츠 스프린터. 덩치에 비해 운전이 쉬운 느낌이지만 뒷좌석 승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5926×1993×2350mm(길이×너비×높이). 오늘 시승할 차의 제원 크기다. 이 차를 직접 만나기도 전부터 치수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나름 대형 SUV도 많이 시승해봤지만, 길이가 6m에 이르는 크기의 차는 처음이기 때문. 물론 대형 버스와 트럭 등을 모는 기사님에겐 식은 죽 먹기 정도의 차체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에겐 버겁게 다가올 수 있다. 마을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 밴,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얘기다. 

그동안 국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스프린터는 병행수입으로 들어온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 메르세데스-벤츠 밴 공식 서비스 딜러인 와이즈오토홀딩스가 정식 판매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공식 애프터서비스(A/S)까지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또한, 2350mm 높이의 스탠다드-루프 모델을 들여와 지하 주차장 진출입 편의성 등 국내 운행 환경에 최적화했다는 것이 와이즈오토측의 설명이다.

 

두터운 토크 덕분에 거대한 차체를 매끄럽게 이끌 수 있다

압도적인 크기에 다소 긴장했지만, 불안감을 감추고 스프린터의 운전석에 앉았다. 사실 ‘앉는다’라는 표현보다 ‘올라탄다’가 더 적합할 것이다. 일반 승용차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높은 시야는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은 일반 승용차의 것과 같으나 10여 년 전에 쓰이던 디자인. 그래도 익숙한 모습에 긴장감은 한풀 꺾인다. 처음엔 이 차에 대형 버스에서나 볼 법한 대형 스티어링 휠이 들어가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지만, 운전자세와 조작은 일반 SUV와 같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운전석에는 컴포트 시트가 적용되어 운전자의 몸을 더욱 안락하게 떠 바친다. 장거리 운전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고급감과 세련미보다 실용성에 초점 맞춘 운전석

제아무리 삼각별을 달고 있다 한들 모든 차가 고급스러운 건 아니다. 스프린터의 인테리어는 투박하면서도 단조롭다. 특히 대시보드를 비롯한 도어트림 등에 사용된 소재는 싸구려 느낌 팍팍 나는 플라스틱이어서 고급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운전석 주변엔 휴대폰을 충전시킬만한 USB 포트도 없다. 아무래도 스프린터는 소형 버스, 트럭, 앰뷸런스, 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상용차로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진 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승차는 스프린터 ‘유로코치 럭셔리’(11인승) 모델로 뒷좌석 공간은 나름 풍족하게 꾸며졌다. 

나뭇결이 느껴지는 바닥과 실내 전체를 은은하게 밝히는 앰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퀼팅 무늬가 들어간 고급 가죽 시트 등이 실내 분위기를 호화롭게 한다. 또한 발 받침대를 비롯한 접이식 테이블, USB 충전 시스템 등으로 탑승객 편의성을 높였고, 차량 중앙 위에 23인치 FHD급 전동식 폴딩 모니터도 장착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잘 갖췄다. 다만 폴딩 모니터 작동 시 운전자의 뒤쪽 시야가 가려진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11인승이지만 무릎공간이 넉넉한 탑승공간

거대한 차체를 이끌고 나서기 위해 시동을 걸어본다. V6 3.0L 디젤 엔진(OM642)이 걸걸한 소음과 함께 다소 거친 진동을 차체에 전한다. 고급세단인 S클래스와 E클래스에도 들어가는 엔진이지만, 스프린터에선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가속 느낌은 의외다. 3.5톤에 이르는 육중한 차체 때문에 가속이 더딜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힘이 생각보다 가볍게 차체를 이끈다. 특히 1400rpm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는 차선 변경과 추월을 용이하게 하고, 가파른 언덕도 손쉽게 오르도록 돕는다. 자동 7단 변속기(7G-트로닉)와 궁합도 나쁘지 않다. 주행 상황에 맞게 힘을 줬다 풀었다 하는 느낌이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구동력을 뒷바퀴로 전한다. 수동모드도 갖추고 있는데 엔진 브레이크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아쉽게도 스프린터는 법규상 시속 110km에 속도제한이 걸린다. 더 높은 속도를 내기에 충분할 것 같지만, 제한속도에 가까워지면 엔진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숨죽일 뿐이다.

처음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몇 시간 주행하다 보니 거대한 차체는 금세 적응됐다. 차폭이 넓어 차선을 꽉 채우긴 했으나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고, 넓은 시야 덕에 생각보다 운전이 쉬웠다. 더불어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를 비롯한 사각지대 어시스트, 후방카메라 등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든든하다. 특히 측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차량이 밀려나지 않도록 돕는 측풍 어시스트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듬직하기만 하다. 다만 코너에선 속도를 확실하게 줄여야 한다. 높은 차체가 크게 기울어지면서 운전자에게 큰 부담감을 전하기 때문. 물론 이 차를 가지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사람은 없겠지만, 핸들링은 부드럽게 이뤄져야 한다. 뒤쪽에 앉은 여러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도 말이다. 

 

달리는 영화관으로 만드는 23인치 모니터

11인승 대형 밴인 만큼 뒷좌석에 앉은 느낌도 중요할 터. 일단 착좌감 좋은 고급 가죽 시트 덕에 VIP 승객이 된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운전석에서 거슬렸던 엔진 소음과 진동은 뒤로 오면서 줄어들고,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스피커의 음색도 더욱 선명해진다. 차량의 용도에 맞게 뒤쪽 탑승객을 위한 세팅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것도 부족하다 싶으면, 더 호화롭게 꾸며진 유로스타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엔 퍼스트 클래스 스타일의 풀 플랫 리클라이닝 시트가 적용된다고 하는데 가격은 1억원을 넘어선다.

승차감도 승합차치곤 적당히 안락하다. 뒤쪽 서스펜션에 판 스프링(철판을 여러 개 겹쳐서 만든 스프링)이 적용됐기 때문에 일반 세단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지만, 마을버스처럼 엉덩이가 방방 튀어 오를 염려는 없다.

 

S클래스에서 물려받은 V6 3.0L 디젤 엔진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경쟁차 현대 쏠라티와의 대결일 것이다. 전 세계 시장에선 프리미엄 밴의 대명사 스프린터가 단연 압도적인 판매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국내에선 상품성 높은 쏠라티의 입지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양으로 놓고 봐도 쏠라티가 1000만원 가량 저렴하다는 점은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삼각별로 향하는 마음을 억누르긴 어렵다. 1995년부터 20여 년 동안 이어온 헤리티지와 더불어 쌓인 신뢰도는 높기만 하다. 쏠라티는 왠지 스프린터의 외모를 그대로 베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결의 승자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제 공식 AS망을 갖춘 스프린터가 국내 프리미엄 밴 시장에서 당당한 선택지로 떠오른 것만은 확실하다. 

 

 
MERCEDES-BENZ SPRINTER EUROCOACH LUX
가격 9889만원
엔진 V6 2987cc 트윈터보 디젤
최고출력 190마력/3800rpm
최대토크 44.9kg·m/1400-2400rpm
변속기 자동 7단 
무게 3535kg
최고시속 110km(속도제한)
0→시속 100km 가속 na
연비 8.3km/100km
CO₂배출량 217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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