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효율 함께 올려주는 인피니티 가변 압축비 엔진
성능과 효율 함께 올려주는 인피니티 가변 압축비 엔진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 승인 2017.10.3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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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연비를 높이는 기술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처음 이슈가 시작되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1980~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15년 디젤 게이트가 터진 이후, 효율성과 이산화탄소 저감을 이유로 친환경 이미지를 갖고 있던 디젤 엔진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휘발유 엔진에서도 연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동계, 터보차저를 이용해 출력을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 스탑 앤 고 등의 ISG(Idle Stop and Go)와 에코 모드 등으로 불리는 경제 주행 모드 등이 해당한다. 이중 ISG 같은 경우 정차 시 디젤 엔진의 진동을 줄이기 위함이었지만 평균 약 7% 정도의 연료 절약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며 현재 휘발유 엔진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다양한 연비 향상 기술이 끊이지 않고 선보이고 있다.

 

각 실린더의 압축비를 필요에 따라 전자식으로 조절한다

엔진 스트로크 바꿔 상황에 따라 압축비 조절
닛산이 발표해 인피니티의 몇몇 모델에 쓸 예정인 가변 압축비 기술은 현재 엔진 생산을 준비중인데 매우 독특하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엔진은 실린더 안으로 들어온 공기와 연료를 섞은 혼합기를 압축해 폭발시켰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공기는 압축하면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 온도상승을 이용하는 디젤 엔진 쪽의 압축비가 더 높다. 사실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얼마나 많이 압축하느냐는 엔진 효율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급기의 여부, 엔진의 속도와 부하에 따라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압축비가 다르다. 따라서 엔진이 구동과 배터리 충전을 같이해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연료를 조금만 사용해 희박 연소가 가능한 앳킨슨 사이클(Atkinson cycle)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인피니티의 가변 압축비 터보 엔진(VC-T)은 MR20 DDT라는 코드명으로 4기통 2.0L다. 핵심 기술은 크랭크샤프트에 달린 4개의 멀티 링크 구조로 각 실린더의 압축비를 필요에 따라 전자식으로 조절한다. 피스톤을 크랭크샤프트에 연결하는 커넥팅 로드 끝에 달리는 이 멀티 링크에는 마름모꼴의 링크가 달린다. 전자식 액추에이터가 링크를 움직여 피스톤의 상하 움직임인 스트로크를 바꾸게 된다. 실린더 지름이 같은 상태에서 피스톤이 위로 덜 올라가면 압축비가 내려가고 높게 올라가면 압축비는 올라간다. 이렇게 조절 가능한 압축비의 범위는 8.0:1에서 14.0:1이다. 일반적인 2.0L 터보차저 엔진의 압축비가 9.5:1에서 11.0:1인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넓은 압축비 영역에서 조절이 가능하다. 


사실 터보 엔진에서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 압축비는 낮추고 과급압을 높이게 되는데, 375마력을 내 동급 엔진에서 가장 출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벤츠 AMG의 4기통 2.0L 터보 엔진의 압축비가 8.6:1인 것을 생각하면 인피니티 새 엔진의 압축비가 얼마나 낮춰질 수 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부하 정속주행을 할 때는 14.0:1로 압축비를 낮춰 앳킨슨 엔진 수준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고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는 터보의 과급압에 따라 8.0:1까지 압축비를 낮춰 가장 높은 출력을 내도록 바뀐다.

여기에 더 높은 효율을 내기 위해 현존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더해졌다. 실린더 직간접 분사 방식의 연료 분사 장치, 각 실린더마다 달린 점화 시기 조절기, 가변 흡기/배기 밸브 조절과 전자식 과급압 조절 기능 등이 그것이다. 마찰 저항을 줄이고 움직이는 기구가 늘어남에 따라 떨어질 수 있는 전체 엔진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엔진보다 3배나 많은 베어링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무게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기 매니폴드가 실린더 헤드에 직접 결합된 구조이며 실린더 블록과 엔진 헤드 모두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그런데 막상 현재 이 엔진의 목표는 최고출력 268마력, 최대토크 39.82kg.m로 가장 높은 것은 아니다. 대신 다른 고출력 2.0L 터보 엔진처럼 최고출력이 나오는 부분에서 갑자기 큰 힘이 나오지 않고 훨씬 더 부드러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닛산에서는 주장한다. 실제로 인피니티는 현재 V6 엔진의 상당 부분을 이 4기통 엔진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넉넉한 출력은 물론 실제 주행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내 연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내연기관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엔진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변 압축비 엔진에 대한 개념은 1920년대에 시작되었고 영국의 로터스도 2008년 헤드 부분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의 2스트로크 엔진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닛산은 2003년부터 시작해 2010년에 현재의 시스템을 확정했고, 400개 이상의 관련 특허를 얻을 정도로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전기차의 시대가 눈앞에 있다고 해서 내연기관의 죽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이 재료의 발전과 연구 결과의 축적으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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