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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0월 신차 비평
2017년 10월 31일 (화) 12:32:32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c2@iautocar.co.kr

제네시스 G70

   
 

구상: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 G70이 나왔다. 제네시스 브랜드처럼 양산 메이커에서 별도로 독립시킨 고급 브랜드의 성공 사례는 렉서스가 유일하지만, 그런 성공한 브랜드 렉서스도 유럽에서의 영향력은 신통치 않다. 그렇지만 새로운 후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렉서스를 모범 사례로 생각하고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 같다.


G70은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등을 경쟁상대로 삼고 있다. 모두가 결코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기에, G70이 이들과 겨루려면 적어도 차체 디자인에서의 독자적 가치가 필요하다. 게다가 G70의 국내 시판 가격은 이들 차종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일면일 수 있지만. 저들과 겨루려면 조금 더 강한 주장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 G70의 내/외장 디자인은 현대차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의 가장 최근 내공을 보여준다. 최근의 현대차,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들을 타보면 동급의 수입차보다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고급스러워 보인다. 이른바 ‘가성비’, 즉 가격 대비 좋은 차를 지향하고 있는 것인데, 고급차라면 물리적 품질 이외에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새로운 G70의 내/외장 디자인은 크게 흠잡을 데는 없어 보이고, 아마도 미국 시판 가격은 국내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BMW나 벤츠와 엇비슷한 느낌의 차로서 소비자에게 다가설 것이고, 미국 시장에서는 그런 마케팅이 통할 것이다. 그렇지만 늘 그래왔듯이 현대차는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법규가 다르다는 핑계로 더 낮은 사양으로 나온다. 같은 이유로 리콜도 안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그런 이유에서 현대차에게 냉소적이다. 


고급 브랜드는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이나 존경을 받아야 한다. 렉서스는 유럽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가 만든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존경이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이건 어느 모델의 디자인이나 품질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네시스는 심지어 롤스로이스급의 차를 내놓는다고 해도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류청희: 제네시스 브랜드의 엔트리 세단인 G70이 데뷔했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기아 스팅어와 더불어 스포티한 주행 특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는 이야기에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차다. 간단히 말하면 같은 파워트레인을 기준으로 스팅어보다 대부분 200만~300만 원 정도 비싸고, 뒷좌석은 좁지만 실내는 훨씬 더 고급스럽다. 동급 해외 브랜드 차들과 비교하면 1000만 원 정도 싸고, 수치상 성능이나 장비 수준은 높다.


여러 관계자로부터 들은 설명을 종합해 보면, 실내외 색상 선정과 공법, 구조 보강과 경량화 등 세심한 부분에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윗급 모델들과 달리 전에 없던 세그먼트에 뛰어들기 위해 새로 개발한 모델이므로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실제 차를 둘러보면 최고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웬만한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낮게 놓인 좌석, 운전자 중심의 대시보드 구성, 무릎 공간 여유가 적은 뒷좌석 등을 보면 운전자 중심의 스포츠 세단이라는 G70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스팅어를 함께 놓고 저울질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을 텐데, 상품성과 물리적 특성 외에도 같은 파워트레인으로 달리기 면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만들어 냈느냐도 선택에 영향을 줄 듯하다.


다만 BMW 3시리즈만큼 잘 달리고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만큼 고급스럽다는 이야기는 소비자들이 G70을 그런 차들과 비교해주길 바라는 현대의 희망사항이다. 소비자가 차를 고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G70이 뛰어든 시장은 EQ900, G80과는 소비자층이 다르다. 차를 고르는 이유가 다르다는 뜻이고, 아래로는 현대 그랜저, 위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세단과 경쟁해야 한다.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새로운 소비자를 유인하는 역할만으로도 버거운데, G70이 싸워야할 상대는 너무 많아 보인다.

 

볼보 XC60

   
 

구상: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XC60은 2009년엔가 나왔던 1세대 모델의 풀 모델 체인지인 2세대 모델이다. 처음 나올 때도 그랬지만 볼보의 중형급 S60의 중형 세단 승용차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션 왜건형 차체를 4륜구동 SUV 차대 위에 얹은 개념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전통적으로 볼보는 견고한 차체에 의한 안전성을 브랜드의 기술 철학으로 유지해왔고, 그런 맥락에서 스테이션 왜건의 장점이 크게 부각돼 왔다. 그런 왜건을 기반으로 한 승용형 SUV는 그대로 볼보의 장점이 됐다. 게다가 D필러 전체를 덮은 수직형 테일 램프는 볼보의 스테이션 왜건과 그를 기반으로 한 SUV들의 아이콘과도 같은 디자인 요소였다.


새로운 XC60은 최근의 볼보의 디자인 혁신을 이어받은 모습이다. 일명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특징적인 주간주행등의 디자인이 마치 차체를 관통해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연결된 모습은 자못 흥미롭다. 일견 BMW의 3시리즈에서 처음 쓰였던 이른바 옆트임 그릴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XC60은 BMW와는 반대로 헤드램프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을 향해 뚫고 들어간 모습이다. 게다가 마치 사각 얼음처럼 보이는 네 개의 LED를 사용한 헤드램프 디자인과 범퍼의 가장 아래쪽에 설치된 LED 안개등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고급 승용차의 이미지를 풍겨주고 있다.


처음 볼보가 중국 메이커에 인수됐을 때의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이제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중국 업체라는 이미지보다는 ‘볼보’ 그 자체로 여전히 어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유럽 특유의 간결하고 절제돼 있으며 기능적인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측면에서 강조되는 육중한 휠의 비례와 깔끔하고 기능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본래 볼보의 정체성을 여전히 보여준다.


한편으로 이처럼 높은 수준의 디자인 완성도가 점차 다른 중국 메이커로 확산되는 듯한 분위기가 요즘의 추세인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점차로 경쟁력을 갖추어가는 중국 메이커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 신형 XC60의 모습일지 모른다.


류청희: XC60은 볼보 역사에서 손꼽는 인기 모델이다. 데뷔 후 중형 SUV 중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전체 볼보 판매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팔리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가장 핫한 차급에 속해 있는데도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쨌든 볼보코리아는 새 XC60이 그런 분위기를 바꿔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등장한 일련의 90시리즈들이 그랬듯, 요즘 볼보는 뚜렷한 개성과 높은 품질감이 매력이다. 같은 플랫폼을 길이 중심으로 줄여 만든 XC60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태블릿 스타일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질감 좋은 목재와 가죽으로 세련되게 치장한 실내도 마찬가지다. 편의장비 면에서도 이전보다 수준이 높아져 과거 윗급으로 여겨지던 프리미엄 브랜드와 견주기에 충분하다. 플랫폼 특성상 실내 공간 여유는 이전보다 더 커진 것은 물론 동급 경쟁 모델을 위협하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간단히 말하면 짧게 만든 XC90이라 해도 좋겠다.


글을 쓰는 시점까지 국내 판매 모델에 관한 상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워트레인은 90시리즈에 쓰인 것을 대부분 공유할 것이고, 플랫폼 변화를 고려해도 달리기 특성은 안정감과 편안함은 적당하지만 세련미가 살짝 부족한 XC90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꽤 매력적인 차가 되리라 기대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쟁차들이 시장에서 너무 자리를 잘 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BMW X3, 언젠가는 판매가 재개될 아우디 Q5 모두 쉽게 입지가 흔들릴 차들이 아니다. 윗급 모델에서 보여준 볼보코리아의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 정책이 이어진다면 XC60의 파괴력은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잘 만든 차를 비싸게 받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당연하지만, 일단 소비자를 설득해 긍정적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다.

 

레인지로버 벨라

   
 

구상: 랜드로버 브랜드의 여러 모델 중에서 최고급 모델에 속하는 레인지로버는 전통적으로 SUV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릴 정도로 고급 SUV로 인식돼 왔다. 그런 중에서 다시 레인지로버 벨라(Range Rover Vela)라는 이름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에 포지셔닝 된 중형급 모델이다. ‘벨라’ 라는 명칭의 사용은 1969년에 처음 만들어진 ‘벨라 프로토타입’ 이 그 시초라고 알려지고 있다. 독립된 차종이기보다는 변형 모델로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벨라의 차체 형태는 적잖이 차이난다.
휠 아치에는 검은색 프로텍터가 없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고, 차체를 비롯해 D필러의 그래픽이 부드럽게 처리된 것 등이 먼저 눈에 띈다. 후드와 앞 펜더의 휠 아치가 만나는 부분의 형태 역시 이보크와 차이를 보인다. 벨트라인과 캐릭터 라인 사이를 슬림하게 하고 그 아래쪽으로 둥근 휠 아치를 돌렸다. 여기에 22인치의 정말 큰 휠을 달아서 매우 건장한 인상을 주고 있다.


벨라의 외관에서 가장 큰 차이는 지붕을 검은색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것은 이보크가 마치 미니처럼 지붕만 따로 떨어진 디자인으로 지붕색을 달리하는 것과, 스포츠 모델이 차체 색의 지붕으로 SUV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즉 A필러부터 시작해서 B, C, D필러까지, 그리고 지붕면 전체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마치 그린하우스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진 듯한 매우 진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지붕 처리는 매립형 디자인의 매끈한 도어 핸들과 어우러지며 매우 첨단적인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레인지로버 벨라는 디테일을 추구하기보다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디지털 기기를 보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이것은 21세기의 랜드로버임을 나타내는, 즉 이전 전천후 차량이라는 기계로서의 랜드로버보다는 한층 진보한 기술을 투영해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차종임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라인업 틈새 메우기는 최근 나오는 랜드로버 모델에서도 뚜렷하다. 레인지로버의 새 모델 벨라가 대표적이다. 벨라는 랜드로버 계열 차 중 처음으로 F-페이스에 쓰인 재규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물론 실내외를 완전히 새로 꾸미고,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이 꽤 많이 바뀌었다. F-페이스보다 조금 높은 좌석과 천장이 대표적이다.


최신 모델인 만큼 내장재와 치장, 각종 장비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덕분에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첨단 느낌이 뚜렷하다.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상단 디스플레이로 분리하고 공기조절 및 주행관련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한 새 인터페이스는 아주 신선하다. 다만 기능 통합에 집중한 탓에 직관성과 조작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뒷좌석과 적재 공간 여유가 크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재규어 플랫폼을 쓴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벨라는 레인지로버 중 일반도로 주행 특성이 가장 자연스럽고 비교적 차분한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 고속주행 안정성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높이면 일찍 바람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지만 전반적인 소음도 잘 걸러져 실내로 들어온다. 이미 여러 모델에 쓰이면서 잘 숙성된 V6 3.0L 디젤 엔진은 필요할 때 충분한 힘을 내고 진동과 소음도 무난하다.


달리기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만, 값은 비교적 높은 느낌이다.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모델에 따라 알차지 못한 편의장비 구성이 아쉽기도 하다. 레인지로버의 권위와 존재감이 아랫급 모델까지 온전히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벨라를 보면 랜드로버가 조금 서두르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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