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르노삼성 Q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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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워진 르노삼성 QM3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0.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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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진 소형 SUV 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QM3은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해 보인다

소형 SUV 시장이 뜨겁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2월 쉐보레 트랙스 한 가지 모델로 시작해 그해 말 르노삼성 QM3이, 2015년 초에 쌍용 티볼리가 데뷔하며 3각 편대가 만들어졌다. 물론 기아 니로가 비슷한 차체 크기와 가격대에 있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이어서 디젤 엔진을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국내 SUV 예비 소비자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결국 올해 7월 기아 스토닉과 현대 코나가 출시해 국내 자동차 회사 5곳 모두가 참여하게 되었다.

 

입체감을 더한 테일램프는 더욱 또렸해졌다

올해만 놓고 보더라도, 기아 니로를 제외하고 1~6월까지 콤팩트 SUV는 월평균 7267대가 팔렸다. 1월이 5479대가 팔려 가장 적었고, 3월이 가장 많아 9073대가 팔렸다. 반면 코나와 스토닉이 출고를 시작한 7월부터 판매가 급증해 7~8월 두 달 평균 1만1986대가 등록되었다. 1~6월 평균과 비교하면 무려 65%가 성장한 것으로 같은 기간 동안 전체 국산차 시장의 평균 판매가 1~6월 12만7069에서 7~8월 12만2874로 바뀌어 되려 3%가 줄어든 것을 볼 때 극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거의 정체되었다고 할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는 느낌은 나긋해졌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르노삼성 QM3은 가장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모든 역량을 동원한 쌍용차와 몇 년 동안 같은 세그먼트에 팔 차가 아예 없어서 경쟁사들의 성장을 지켜보기만 했던 현대차의 진출은 큰 위협이다. 회사 차원에서 어느 한 모델의 판매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품 기획부터 공격적이 된다는 말이다. 이 두 회사에서 나오는 티볼리와 코나를 놓고 볼 때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엔진이 각 1개씩이고 여기에 각 4개씩의 등급을 고를 수 있다. 선택 사양도 모델마다 3~4개씩이어서 소비자가 조합 수 있는 차는 30가지가 넘는다. 이는 엔진 한 가지에 모델 4개, 선택 사양이 최대 2개인 QM3과 비교할 때 현대와 쌍용이 얼마나 꼼꼼하게 모델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인테리어 구성이 바뀌진 않았으나 소재가 개선됐다

이는 유럽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캡처(Captur)를 수입해 판매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유럽 판매 1위 B 세그먼트 SUV답게 현지에서는 3가지 휘발유 모델과 2종의 디젤 엔진에 각각 4개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어 국내 경쟁 모델보다 더 촘촘하게 모델이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휘발유 모델의 경우, 미국과 비슷한 국내 인증 기준을 사용하는 국내 휘발유 엔진 법규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 물론 기준에 맞춘 엔진 제어 시스템을 얹으면 될 일이지만,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만큼 시장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소한 경쟁 모델들의 휘발유 엔진 판매가 어느 정도 올라가고, ‘근거’가 되어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연료 효율과 유지비’에 가장 유리한 기본형 90마력 디젤 엔진만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렇게 안팎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말 데뷔한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간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들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무엇보다 예뻐지고 고급스러워진 안팎 디자인이 변화의 대부분이다. 윗급인 SM6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은 전면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왔다. 트랙스가 작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멋진 디자인을 가지게 된 것에 반해 오래된 디자인이라는 이미지를 단번에 깨트린 변경이다. 페이스리프트여서 차체의 전체적인 선은 그대로지만 앞뒤 모습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고 있다. LED 주간 주행등이 ㄷ자 형상으로 바뀌면서, 앞모습이 더 높고 크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차체 사이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콤팩트 SUV에서 당당해 보이는 앞모습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데, 새로 바뀐 얼굴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양을 높이면 전 좌석에 가죽이 씌어진다

RE 트림 이상에서 쓰인 LED 헤드램프와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 들어간 LED 방향지시등, 아랫급인 LE부터 기본인 LED 안개등으로 바뀐 인상에 포인트가 된다. 기능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물론 안개등이 코너링 램프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입체적인 새 테일램프도 LED로 꾸며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다만 테일 게이트의 르노삼성 태풍 엠블럼 위쪽이 르노의 마름모 로고에 맞춰진 형상이어서 말끔한 모양에 옥의 티 같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금형을 바꾸고 부품 관리도 복잡해지는 등 비용 문제가 생길 것이라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앞유리 등 곳곳에 ‘르노’ 마크가 있는 등 모회사를 드러내는 부분이라 큰 문제는 아니다.

 

공간 활용성 좋은 트렁크

실내도 큰 틀은 같지만 재질을 개선하고 금속 장식으로 포인트를 줘 상품성을 높였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가죽 스티어링 휠이나 암레스트, 도어트림의 팔 닿는 부분에 들어가는 가죽 트림 등은 중상위 버전인 RE부터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업그레이드 된 인테리어의 혜택을 보려면 비싼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건 경쟁 모델들도 비슷한 전략이어서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닌 듯싶다가도, 한 등급 아래인 LE에서도 같은 인테리어가 들어간다면 훨씬 더 접근성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화야말로 르노삼성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니던가. 

동급 유일이라는 슬라이딩 2열 시트도 그렇다. 벤치 시트를 앞뒤로 움직여 짐 공간을 늘릴 수 있다는 건데, 6:4 분할 폴딩 기능이 이미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에 대해 확실하게 고객을 설득할 수 있도록 분명한 혜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지 않고 약간 단단해 쿠션감이 떨어지는 2열 시트의 단점을 커버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같은 비용이라면 슬라이딩보다 2열 등받이 각도 조절이 더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좋지 않을까? 후진하면서 카메라 영상을 기록해 서라운드 모니터 효과를 내는 이지(Ez) 파킹 기술, 동급 유일이라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나 역시 동급에서 찾기 힘든 나파 가죽 등 고급 사양이 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1.5L 디젤 90마력 엔진은 연비가 좋다

달리기 성능은 한마디로 말해 많이 나긋해졌다. 구형 모델이 누군가에게는 단단함으로 느껴졌을 ‘유럽 감각’의 탄탄함이 특징이었다면 새 QM3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좌우 롤이나 위아래 움직임 모두가 커졌다. 그렇다고 출렁거린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코너에서의 동작이 커져 휘청거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때문에 달리기 성능 자체는 구형보다 못하다거나 운전 재미가 떨어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다만 실제 이 차의 주 사용자를 생각하면 부드러운 쪽을 더 선호할 것이 분명하므로 좋은 방향으로 바뀐 셈이다. 경쟁모델 중 가장 탄탄한 트랙스와 코나를 생각해보면 QM3의 변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파워트레인도 큰 변화가 없는데 90마력이라는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연비 부분은 확실한 우위에 있다. 평지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켜 시속 100km로 달릴 때, 계기판에 보이는 순간연비는 27km/L를 넘나든다. 시내와 교외를 섞어 달린 평균 연비는 19km/L로 경제성에서만큼은 동급 최고임을 증명했다. 에코 모드와 속도 제한 기능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연비와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티 커뮤터나 세컨카로써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2220만원인 SE 기본형부터 한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가격도 110만~120만원이 함께 오른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가격보다 편의장비가 아직은 부족할 수 있다. 특히 2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가장 뼈아픈 부분일 것이다. 어쨌든 콤팩트 SUV 시장은 뜨겁다. 트랙스가 가장 먼저 나왔지만 이 시장을 실질적으로 개척한 것은 QM3다. 이후 티볼리와 코나, 스토닉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덧 뒤로 밀린 셈이 되었다. 도입 모델이라는 한계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결국 할 수 있는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 될 것이다. 주력 등급인 LE와 RE 모델의 상품성을 어떻게든 더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소형차가 많이 팔리는 유럽에서도 동급 판매 1위의 이유가 된 장점을 소비자에게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가장 성장하는 시장에서 회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랄 뿐이다.

 

투톤 휠로 포인트를 줬다
 
RENAULT SAMSUNG NEW QM3 1.5 dCi RE SIGNATURE
가격 257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125×1780×1565mm
휠베이스 2605mm
엔진 직렬 4기통 1461cc 터보 디젤
최고출력 90마력/4000rpm
최대토크 22.4kg·m/1750-2500rpm
변속기 자동 6단 DCT
무게 1300kg
연비(복합) 17.3km/L
CO₂배출량 107g/km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드럼
타이어(앞/뒤) 모두 205/5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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