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과 핸들링을 동시에 잡다, 액티브 보디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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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과 핸들링을 동시에 잡다, 액티브 보디 컨트롤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 승인 2017.09.27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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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자동차는 물리 법칙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작 뉴턴이 정리한 뉴턴 역학은 가속과 감속은 물론 코너를 돌아갈 때 받는 관성의 영향을 잘 설명하고 있다. '물체의 질량은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관성의 법칙은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좌우하는 서스펜션 세팅에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구동력을 전달하고 코너에서도 버티는 힘을 만드는 타이어가 노면에 가능한 많이 접촉해야 유리하다. 하지만 차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거나 무게 중심이 움직이면 타이어의 정렬이 달라져 접지력이 크게 떨어진다. 조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차가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이를 위해 서스펜션을 무조건 단단하게 만들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승차감을 망친다.

이렇듯 핸들링과 승차감은 사실상 양립하기 어렵지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가 가변 제어 서스펜션이다.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은 스프링의 역할을 하도록 공기 풍선을 넣은 것으로 사실상 차고 조절의 의미가 더 크다. 물론 랜드로버처럼 좌우의 에어 스프링을 이어 오프로드 주행에 유리한 시소 효과를 발휘하거나 아우디처럼 대각선 방향으로 이어 차의 비틀림을 막고 안정성을 높여 핸들링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 차체 안쪽을 기울여 코너링 성능을 높인다

승차감과 핸들링을 함께 조절하기 위해서는 쇼크 업소버의 감쇠력을 바꿔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가변 쇼크 업소버는 주사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내용물이 빠져나오는 바늘의 구멍이 작다면 뻑뻑하고 크면 쉽게 움직인다. 쇼크 업소버 내부에는 오일과 가스가 채워져 있는데, 스프링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피스톤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유체가 지날 때의 저항을 이용한다. 이 구멍의 크기를 조절해 구멍을 작게 바꾸면 피스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해 단단해지고 키우면 부드러워지는 원리다. 다른 방식으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있다. GM이 처음 개발해 페라리, 아우디 등 여러 회사가 사용하는 것으로 통로가 아닌 아예 유체의 특성을 바꾸는 방식이다. 미세한 금속 성분이 포함된 특수 오일로 채워진 쇼크 업소버에 자기장을 걸면 금속 물질들이 일정한 방향성으로 정렬되면서 오일이 진해지는 효과를 낸다. 결국 피스톤이 뻑뻑하게 움직여 단단해진다. 

 

서스펜션 높이를 제어하는 벤츠의 ABC 시스템
벤츠가 사용하는 액티브 보디 컨트롤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네 바퀴에 쇼크 업소버와 코일 스프링이 결합된 스트럿이 달린 것은 똑같지만, 이를 섀시 위쪽과 결합하는 부분에 유압식 실린더가 달려있다. 여기에 유체를 넣고 빼면서 네 바퀴에 달린 스트럿의 높이를 각각 조절한다. 즉 에어 서스펜션과는 달리 스프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트럿 자체의 높이를 올리거나 내려서 승차감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또한 액티브 보디 컨트롤은 액셀 페달을 급하게 밟아 차가 뒤로 기울어지거나, 혹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앞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도 유압을 앞쪽 혹은 뒤쪽으로 보내 차를 수평으로 유지시켜 운동성능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는 차체에 달린 여러 센서가 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3D 가속 센서가 앞뒤, 좌우 및 상하 움직임을 파악하고 각각의 스프링에 달린 압력 센서를 통해 충격의 정도를 확인한다. 또 앞뒤 액슬과 이어진 서스펜션 링크에 달린 레벨 센서로 차고를 결정하면 전동 유압식 밸브가 미리 계산된 양 만큼의 유체를 각각의 서스펜션에 달린 실린더에 보낸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차체는 수평을 이루어 탑승객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ABC는 엔진에서 만들어지는 최대 200바의 유압을 사용한다. 1/10초 안팎의 빠른 속도로 반응해 차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ABC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프링과 쇼크 업소버의 기본적인 상하 움직임 거리를 바꾸지 않으면서 차고를 조절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행중 10cm 정도 되는 구덩이에 한쪽 바퀴가 빠지게 되었을 때, 일반적인 서스펜션이라면 스프링이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사실상 바퀴가 노면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ABC가 달린 경우라면 서스펜션을 그대로 10cm 낮추고 스프링이 따로 움직이기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차체의 움직임이 줄어든다.  

 

▲ S클래스에 탑재된 액티브 보디 컨트롤 시스템

그렇다면 시동이 꺼져 있을 때는 어떻게 할까? 네 바퀴로 유압을 보내는 통로에 밸브를 달아 차가 멈추거나 시동을 꺼 압력을 만들지 못할 때는 현재 높이를 유지한다. ABC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차가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가 되는데 대부분 이 밸브 제어가 안 될 경우가 많다. 또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 오일의 온도가 올라가거나 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오일 라인과 실린더 주변에 충분한 냉각 장치가 달려 있다. 

이 ABC에 전방 카메라를 결합한 것이 S클래스에 쓰인 매직 보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이다. 일반적인 ABC가 서스펜션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감지해 높이를 조절하는 것에 반해 MBC는 룸미러 뒤에 달린 카메라로 전방의 노면을 스캔하고 주행속도에 따라 미리 서스펜션의 높이를 조절한다. 크게 꺾이는 길에서도 미리 바깥쪽으로 유압을 보내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 데뷔한 S클래스 쿠페는 단순히 수평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차체를 안쪽으로 기울이기도 한다. 역시 속도에 따라 기울어지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모터사이클처럼 원심력을 받는 방향이 바뀌며 차에 탄 사람의 몸이 바깥쪽이 아니라 아래로 눌려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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