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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의 아이콘, 시빅
시빅의 장수 비결은 위기를 하나씩 헤쳐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화한 10세대 시빅은 한층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2017년 10월 03일 (화) 17:41:37 전상현 에디터 c2@iautocar.co.kr
이충희 포토그래퍼 c2@iautocar.co.kr
   
 

시승과 촬영 일정이 잡히면 일기예보를 꼼꼼히 살핀다. 당연히 맑은 날씨를 기대하지만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비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비오는 날에는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도 않지만 여러모로 번거롭고 힘들다. 이번 10세대 신형 시빅 촬영 날에도 비가 내렸다. 고생 끝에 촬영을 끝마치고 나니 괜히 뿌듯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든 회사든 위기를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성장하고 더 강해지는 것 같다.  

 
혼다 시빅도 수많은 위기를 견뎌내고 탄생했다. 혼다 소이치로 회장의 자서전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를 보면 시빅 출시 전후 상황이 기록돼 있다. 1세대 시빅이 출시되기 전이었던 1970년대 초반 혼다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먼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첫 소형차 H1300이 완전히 실패했다. 게다가 회사 안에서는 젊은 연구원들과 혼다 소이치로 회장 사이에 공랭식 엔진과 수랭식 엔진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1966년 일본 그리고 1970년 미국에서 엄격한 배기가스규제 법안이 생기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어났다.

 

   
 

일본 자동차업체 중 후발주자였던 혼다는 위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기회로 만들었다. H1300 실패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시빅을 개발하는데 참고했다. 엔진에 대한 내부 논란은 혼다 소이치로 회장이 젊은 연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랭식 엔진을 개발했다. 배기가스규제 문제는 오랜 연구 끝에 CVCC 엔진을 개발하면서 해결했다. 특히 배기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인 CVCC 엔진은 시빅 성공 신화의 기반을 마련한 신의 한수가 됐다. 미국의 엄격한 배기가스규제 법안을 통과한 1호 자동차가 됐을 뿐 아니라 1차 석유파동으로 혜택을 가장 많이 봤다. 그렇게 이번 10세대까지 진화하면서 2400여만대(2017년 5월 기준)에 이르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물론 그 사이 작은 위기도 있었다. 세계에서 잘 나가는 시빅이었으나 정작 일본에서는 동생인 피트에 밀려 판매가 중단됐다. 그리고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유독 국내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06년 8세대 시빅을 처음 출시했지만 2017년 5월까지 6275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10세대 시빅은 다시 일본 판매가 확정됐고 국내에도 새롭게 출시됐다. 따라서 1세대 시빅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월드 베스트셀링 모델로서 명예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렬 4기통 2.0L  DOHC i-VTEC 엔진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19.1kg·m의 성능을 낸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소형차가 아닌 준중형 크기가 된 시빅은 이번 10세대에서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앞모습은 혼다의 시그니처인 ‘솔리드 윙 페이스’를 적용해 어코드와 매우 닮았고 CR-V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혼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익사이팅 H 디자인’(Exciting H Design)을 바탕으로 한 패밀리룩이 각 모델에 맞게 제대로 스며든 듯하다. LED가 촘촘하게 박힌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크롬을 둘러 강조한 얇은 그릴은 강렬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다. 옆모습은 평범한 세단이 아닌 패스트백 혹은 쿠페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쿠페 버전보다 프로포션이 더 안정적이다. 노즈를 낮추고 트렁크를 높였으며 17인치 알로이 휠을 달아 아주 역동적이다. 어코드와 비슷한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9세대 시빅의 모습이 약간 남아있다. 준중형 세단에 맞게 발랄하면서도 세련되게 다듬었다. 특히 모델명 시빅의 C자를 형상화한 시그니처 테일램프가 인상적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650×1800×1415mm다. 이전 모델보다 길이는 75mm, 너비는 45mm 늘어났지만 높이는 20mm 낮아졌다.  

 

   
시인성이 뛰어난 TFT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했다

최근 혼다 모델의 실내를 보면 화려한 더하기보다 뺄셈의 미학이 돋보인다. 시빅 역시 역동적인 외관과 달리 차분하다. 관점에 따라 소박하고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간결하게 다듬어 대중차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재 질감이나 마감품질이 일본차답게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팔걸이, 기어 레버 등 손길이 주로 닿을 곳에 부드러운 가죽을 적용하고 스티치로 포인트를 줘 감성을 높였다. 시트는 넉넉하고 부드러우며  위치가 적당해 편안하고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을 수 있다. 휠베이스가 30mm 늘어나 뒷공간도 한층 여유롭다. 높이가 낮아졌지만 머리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키가 큰 성인이 앉는데 무리가 없다. 뒤 시트는 6:4 폴딩이 가능하며 트렁크 용량이 517L 달해 공간활용성을 높였다.  

 

   
휠베이스가 30mm 늘어나 뒷공간이 한층 여유롭다

대시보드는 위아래로 나뉘어 있고 가운데 무광 알루미늄 패널이 좌우로 길게 뻗어 있다. TFT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으며 간단한 차량 정보 외에도 오디오, 전화 등 운전자 메뉴가 표시된다. 가운데에는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한 공조장치, 네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는 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있다. 위에는 에어컨 송풍구 아래에는 온도 및 열선 기능 버튼을 배치했다. 센터콘솔 아래 비밀공간을 만들어 2개의 USB 포트와 12V 아웃렛을 배치했다. 스마트폰을 충전할 때 기어레버 주변에서 케이블선이 엉키지 않아 편리하다. 슬라이드 기능이 있는 센터박스는 깊고 넓어 활용성이 높다. 이외에도 앞뒤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해 실용적이다.  

 

   
트렁크 용량은 517L. 뒤 시트에 6:4 폴딩 기능을 넣어 공간활용성을 높였다

신형 시빅은 국내에 한 가지 파워트레인으로만 나온다. 직렬 4기통 2.0L DOHC i-VTEC 엔진과 무단변속기(CVT)의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6500rpm에서 160마력, 최대토크는 4200rpm에서 19.1kg·m을 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연흡기 엔진답게 즉시 반응하며 회전수를 높인다. 무단변속기는 다른 혼다 모델과 달리 엔진의 힘을 바로 앞바퀴에 전달한다. 그러나 고속에서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특유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난다. 신형 시빅의 제원상 공인 복합연비는 14.3km/L, CO₂배출량은 118g/km로 비슷한 동급 엔진보다 뛰어나다. 


승차감은 단단하며 직선 구간과 코너 모두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차급에 비해 한층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하게 운전할 수 있다. 특히 시승한 날에 폭우가 쏟아졌지만 브레이크와 차체 움직임에 흔들림이 없었다. 이는 새로 설계한 섀시, 서스펜션, 스티어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신형 섀시는 20mm 낮추고 무게를 덜어냈으며 여기에 견고한 서브 프레임을 더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구성으로 생각보다 딱딱하다. 저속에서는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는 반면 고속에서는 다소 강하게 올라온다. 스티어링은 적당한 무게감과 빠른 반응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또한 듀얼 피니언 EPS 방식을 적용해 록투록이 2.2회전에서 3.1회전으로 바뀌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깔끔한 실내는 소재와 마감품질이 뛰어나다

신형 시빅은 준중형급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전장비와 편의장비가 있다. 직진주행보조장치는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평행이 맞지 않는 도로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아 똑바로 간다. 코너링자세제어장치는 코너를 돌 때 언더스티어링을 줄이고 안쪽 바퀴에 더 많은 제동을 걸어 민첩하게 돈다. 이외에도 스마트키를 갖고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워크 어웨이락, ECM 룸미러, 멀티 앵글 후방카메라,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이 있다. 요즘은 준중형차에도 웬만한 주행보조시스템이 들어가 있는 시대인데 이러한 기능이 빠진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신형 10세대 시빅은 산전수전 다 겪은 장수모델답게 탄탄한 기본기와 특유의 스포티한 감각이 살아 있다. 자신감의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3000만원이 넘는 가격은 너무 많은 경쟁 모델을 끌어들였다. 국산 준중형 세단은 물론이고 중형 세단, SUV, 수입 소형 SUV, 해치백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시빅은 차의 성격과 목적성이 분명하지만 가격대비 가치는 애매하다. 월드 베스트셀링 모델의 진면목을 좀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HONDA Civic 2.0
가격 306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650×1800×1414mm 
휠베이스 2700mm
엔진 직렬 4기통 1996cc 휘발유
최고출력 160마력/6500rpm   
최대토크 19.1kg·m/4200rpm 
변속기 CVT  
무게 1300kg
연비(복합) 14.3km/L     
CO₂배출량 118g/km
서스펜션 (앞) 맥퍼슨 스트럿 / (뒤)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 V 디스크 / (뒤) 디스크
타이어(앞/뒤) 212/50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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