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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감성을 자극하다
달리기는 기본에 충실하다. 2.0 터보 모델에서는 엔진보다 섀시가 더 빛난다
2017년 09월 02일 (토) 12:28:47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c2@iautocar.co.kr
이충희 포토그래퍼 c2@iautocar.co.kr
   
 

스팅어는 GT 개념이 담긴 기아의 첫 차다. 스포티한 주행특성을 지닌 차를 만드는 데 뒷바퀴굴림 플랫폼은 아주 쓸모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공유하는 뒷바퀴굴림 플랫폼은 K9에 먼저 쓰였지만, K9와 스팅어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스팅어는 ‘우리도 이제 제대로 스포티하게 만든 차를 만들겠다’는 선언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그런 선언을 하기에는 정통 스포츠카가 제격이다. 그러나 정통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실용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4도어 패스트백 세단으로 타협은 했어도, 스팅어 같은 장르의 차를 만든 것도 기아로서는 도박이나 다름없는 도전이다. 

 

   
▲ 양쪽에 달린 듀얼 머플러가 이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실제로 스팅어를 ‘현실적 드림카’라고 이야기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스타일과 성능, 실용성을 고루 지닌 차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스노 화이트 펄 색을 입은 시승차는 렉시콘 오디오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패키지가 포함된 익스트림 팩을 더한 2.0 터보 플래티넘 풀 옵션에서 AWD만 빠져 있다. 값은 10만원만 보태면 4500만원이다. 크기 면에서는 수입 중형 4도어 쿠페를 넘보지만 값은 수입 엔트리급 4도어 세단과 같거나 비슷하다.

 

   
▲ 엔진룸에 스트럿 바를 달아 주행 안정감을 높였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GT 콘셉트카의 강렬한 인상이 양산차에서 조금 희석되기는 했지만 특히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헤드램프가 아쉽다. 전체적 흐름을 이어받아 날렵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모습에서 차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는 점만큼은 훌륭하다. 이차 저차 흉내내어 짜깁기 했다는 소리를 듣는 실내도 막상 차에 앉아보면 개성이 부족할 뿐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갈색 톤의 내장재는 시선이 바로 닿는 부분만큼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그 덕분에 스티어링 휠의 에어백 커버 재질이 유독 다른 부분보다 저렴해 보이는 효과를 낸다. 낮은 지붕만큼 앞뒤 좌석 모두 앉는 부분이 바닥에 가깝고, 앞좌석 등받이를 적당히 뒤로 기울여야 충분한 시야가 나온다. 앞좌석 공간은 충분한데, 시트는 아주 스포티한 디자인이 아니면서도 몸을 제법 잘 잡아준다. 앞뒤좌석 사이 공간은 그럭저럭 여유가 있지만 뒷좌석은 앉는 부분을 파놓고 등받이를 꽤 기울였음에도 당연히 머리 공간은 비교적 빠듯하다. 전동식으로 여닫는 해치 안쪽 짐 공간은 동급 세단에서 기대할 수준의 크기다.

 

   
▲ 짧은 앞 오버행, 긴 휠베이스, 페스트백 디자인은 비례가 좋아 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제법 진지하게 운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변을 감싼다. 두 개의 원형 계기 사이에는 컬러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너머 앞 유리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놓인다. 독립형 터치스크린은 세 개가 나란히 놓인 원형 송풍구를 사이에 두고 물리적 버튼과 함께 또는 번갈아 쓸 수 있다. 손을 놓기 좋은 기어 레버 뒤쪽에는 주행 관련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다이얼식 드라이브 모드 선택 장치를 돌리면 계기판과 터치스크린으로 다섯 가지(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트, 커스텀) 중 어떤 모드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 모드마다 다른 주제색으로 화면 표시를 달리한 것은 좋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 표시 내용까지 함께 바뀌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선택사항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최신 운전 보조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가격대 수입차 대비 장점이기도 하다.

 

   
▲ 운전자 중심의 앞좌석은 간결하고 기능적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가장 궁금했던 달리기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차를 움직였다. 일단 어느 정도 달리고 난 뒤에 느낌을 정리해 보니 적어도 2.0 터보 모델에서는 엔진보다 섀시가 더 빛난다. 사실 엔진만 놓고 본다면 아쉬울 것 없다. 직렬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엔진에서 나오는 255마력의 최고출력이나 36.0kg·m의 최대토크는 동급 최고 수준은 아니어도 부족한 성능은 아니다. 그럼에도 힘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탄탄하게 잘 만든 섀시의 포용력이 커서다. 섀시의 능력에 비해 힘이 넘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훨씬 더 안심하고 차를 몰아붙일 수 있도록 돕는다. 비교적 넓은 회전영역에서 고르게 이어지는 최대토크 덕분에 차를 다루기는 무척 쉽다. 특히 저회전에서 토크를 얻을 때까지 움찔하는 느낌이 거의 없이 매끄럽게 힘을 뽑아내는 느낌이 좋다. 

 

   
▲ 앞좌석은 장거리 주행에서도 안락함을 선사한다

고른 토크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차를 다루기 쉽게 만든다는 점이다. 가속의 짜릿함이 적은 대신 액셀러레이터로 섬세하게 차의 가속을 조절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토크 변화가 차의 움직임을 흐트러뜨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잘 뻗은 직선 도로에서 가속할 때의 느낌이 조금 밋밋한 것은 사실이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몸으로 느껴지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스피커로 엔진 소리를 과장해 들려주는데, 어색한 구석이 없지는 않아도 과장이 지나치지 않아 들을 만하다. 


8단 자동변속기도 잘 짜여진 시나리오 그대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꽤 빠르고 정확하게 할 일을 하기 때문에 엔진의 장점과 단점을 오롯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딱히 꼬집을 부분을 찾기 어려운 변속기의 유일한 흠은 조작감이 밋밋한 변속 패들 정도다.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변속기 자체의 흠은 아니다. 스포트 모드에서 직결감이 뚜렷하지 않은 것은 차의 성격과 맞지 않아서일 것이다. 매끄럽고 정확한 브레이크도 그동안 기아차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으로 모는 즐거움을 더한다. 차체 크기에 비해 가볍다할 수준의 무게는 아니지만(공차중량 1670kg) 브렘보 브레이크는 페달 감각을 속도를 줄이는 느낌으로 세련되게 이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차체 움직임도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 뒷자석은 공간은 물론 승차감도 편안하다

퍼포먼스 패키지가 포함된 시승차의 에어 서스펜션은 선택한 주행 모드에 따라 댐핑 특성이 달라진다. 변화가 극적이지는 않지만 차이는 느낄 수 있고, 그 차이는 코너를 돌 때 더 뚜렷하다. 코너에 들어서며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매끈한 스티어링 반응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유격이나 지체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양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힘에 맞춰 자연스럽게 머리를 돌린다. 스티어링 반응이 주는 깊은 인상은 뒤따르는 차체 움직임에서 더 커진다. 앞바퀴 접지력도 훌륭하고, 웬만해서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기울어짐이 적당히 억제된 상태에서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코너를 빠져나갈 때까지 끈끈하게 차체를 잘 지탱한다. 

 

   
▲ 2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용량은 1114L에 달한다

스팅어가 잘 만든 차라는 인상을 받게 된 또 한 번의 순간은 코너 한 가운데서 변수를 만났을 때였다. 한껏 가속하며 코너를 돌다가 갑자기 요철이나 젖은 노면을 만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은 드물다. 차체 뒤쪽이 미끄러지기는 해도,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순간 차의 움직임이 갑자기 흐트러지지 않는다. 스포티한 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움직임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 ‘이 정도 상황에서 이만큼 미끄러지겠구나’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19인치 휠과 함께 퍼포먼스 패키지에 포함된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4 타이어는 끈끈한 접지력으로 차의 주행특성을 스포티하게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탠다. 

 

   
▲ 멋진 디자인의 휠에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는 화룡점정이다

정리하면, 스팅어는 달리고 돌고 서는 과정이 모두 자연스럽고 운전자가 차체의 움직임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보편적으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의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셈이다. 이런 달리기라면 운전자가 차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 그룹에 흡수된 이후 기아차들은 같은 플랫폼을 쓰는 현대차보다 주행감성이 살짝 더 스포티한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스포티한 양념을 친 것이 아니라 뼈대부터 제대로 스포티하게 만들어진, 얕고 건조한 스포티함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찰진 스포티함을 담은, 그리고 달리기에서 그런 유전자가 제대로 표현되는 기아차는 내 기억엔 스팅어가 처음이다. 

 

   
▲ 물 흐르는 듯한 루프라인

부정적 이야기보다 긍정적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거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거 없는 헛소리는 아니다. 칭찬할 구석이 많은 차의 시승기에 긍정적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당연하다. 잘 만든 차 스팅어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스팅어는 기아차 라인업에서 전에 없던 성격의 차다. 이런 성격의 차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호응을 하느냐가 스팅어의 장점이 다른 모델이나 새로운 모델로 전파될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 앞으로 나올 기아차의 성격을 바꿀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스팅어의 어깨도, 스팅어의 매력을 소비자에게 설득할 기아의 어깨도 무겁다. 

 

   
▲ 양쪽에 달린 듀얼 머플러가 이 차의 성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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