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도심형 SUV 4X4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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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도심형 SUV 4X4 기술
  •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 승인 2017.08.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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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브랜드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각 국가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안전에 대한 요구나 관련 법규가 바뀌어 차를 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에 달아야 하는 기술이다. 에어백이나 전자식 자세제어장치(ESP)가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도 ESP가 달리지 않은 승용차를 판매할 수 없다. 물론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신기술을 적용하는데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세계 최초라던가 동급 최초 등 신기술을 먼저 적용하거나 차별화된 기술을 쓸 경우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 개발된 신기술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1단에 고정시키는 트레일호크의 로 모드

험한 오프로드를 달리는 SUV의 대명사인 지프도 마찬가지다. 지프 배지를 달고 있는 차는 기본적으로 오프로드를 잘 달릴 수 있도록 만든다. 즉 브랜드 특성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장비와 신기술을 갖춘다는 말이다. 이런 장비 중에 대표적인 것이 로(Low) 레인지라 불리는 2단 트랜스퍼 케이스다. 일반적인 AWD와는 달리 2단 트랜스퍼 케이스가 달리면 2.7:1의 비율로 추가 감속이 가능하다. 같은 기어 단수와 엔진 회전수에서 차의 속도는 1/2.7로 줄어들고 대신 바퀴로 가는 토크는 2.7배가 커져 큰 힘이 필요한 험로에서 꼭 필요하다. 특히 오프로드에서는 가장 낮은 기어비가 얼마나 큰지가 중요한데, 이는 변속기의 1단 기어와 차동장치(디퍼렌셜)의 기어비를 곱해서 계산한다.

 

로 레인지는 험로에서 꼭 필요한 장치다

예를 들어 현재 그랜드 체로키는 1단 기어비가 4.71이다. 디퍼렌셜 기어비는 엔진에 따라 다른데 V6 3.0L 터보 디젤 엔진은 3.45로 이를 곱하면 총 감속비가 약 16:1이 된다. 만약 로 레인지를 선택하면 여기에 트랜스퍼의 기어비 2.7을 더 곱해 총 감속비가 약 44:1로 늘어난다. 즉 엔진에서 1이라는 힘이 만들어졌을 때 전자는 16배를, 후자는 44배를 낸다는 말이다. 트랜스퍼 케이스 유무가 본격적인 하드코어 SUV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장비들이 모든 차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아예 험로를 달릴 생각이 없는 오너들을 위해 만든  도심형 모델이 그랬다. 기껏해야 숲길 정도를 달리거나 잠깐 동안 큰 힘이 필요한 견인 등에는 굳이 트랜스퍼 케이스를 달 필요가 없다. 지프 브랜드에서는 2006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컴패스와 패트리어트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4기통 2.4L 휘발유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단 파워트레인은 평범했다. 

그렇다고 다른 회사들처럼 밋밋한 SUV를 내놓을 회사가 아니었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프로드나 견인을 위한 AWD 시스템인 프리덤 드라이브Ⅱ에는 독특한 장비를 갖추었다. 우선 무단 변속기의 기어비는 2.349~0.394까지 같은 기어비를 가졌지만, 동력의 방향을 바꾸는 트랜스액슬 기어비가 프리덤 드라이브Ⅰ은 6.12이고 프리덤 드라이브Ⅱ는 8.15로 훨씬 높았다. 결국 가장 낮은 기어비 기준으로 전자는 약 14:1(2.349×6.12)이 되고 후자는 약 19:1(2.349×8.15)이 되어 로 기어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사실 1단 기어만을 극단적으로 낮춰 오프로드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은 과거 포르쉐의 수퍼카 959가 랠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넣었던 ‘G’ 기어 포지션에 있었던 것이지만, 도심형 SUV에서 오프로드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컴패스/패트리어트가 처음이다.

 

그랜드 체로키에 탑재된 콰드라 드라이브Ⅱ 시스템

이런 전통은 현재 지프 브랜드의 막내인 레니게이드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론칭한 트레일호크 모델에 달린 액티브 드라이브 로 4×4 시스템은 9단 자동변속기의 1단 기어비가 4.7로 매우 낮고 최종 감속비가 4.334여서 총 기어비는 20:1을 살짝 넘어 프리덤 드라이브Ⅱ에서 쓰였던 기어비를 뛰어 넘는다. 사실 일반적인 액티브 드라이브 4×4도 같은 기어비를 가지고 있어 기계적으로는 동일하다. 

하지만 트레일호크 모델의 4WD 로 모드는 변속기를 1단으로 고정, 변속을 억제함으로써 가장 높은 기어비를 사용해 로 레인지를 선택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바위(Rock) 모드가 추가되고 특별한 트랙션 컨트롤 프로그램이 더해진 셀렉 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이 쓰인다. 게다가 차 아래 주요 장비를 보호하는 스키드 플레이트까지 달려 지프 브랜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할 때 부여되는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를 받았다. 도심형 SUV를 오프로드의 명가인 지프답게 해석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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