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5월 신차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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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5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자동차평론가
  • 승인 2017.05.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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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구상: 그랜저 6세대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왔다. 물론 내외장 디자인은 기존의 6세대 그랜저와 완전히 동일하다. 외장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차이라면 일반(?) 그랜저가 19인치 휠을 쓰는 것에 비해 다소 작은 17인치 휠을 쓴다는 점과 휠 디자인이 회전시의 와류 발생을 줄이기 위해 형태 굴곡이 조금 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 정도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징과도 같았던 날 세운 범퍼 형상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새로운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하이브리드 카로서의 차별화보다는 연비 좋은 고급 승용차라는 성격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국내 시장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과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모델은 가깝게는 기아 K7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고, 수입차 중에서는 렉서스 ES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을 것이다. 이들 중 K7 하이브리드는 같은 그룹 내의 다른 브랜드이므로, 실질적인 하드웨어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완전히 동일해 물리적 성능이나 승차감 등에서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현대 브랜드 내에서는 최고급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그런 관점에서 실내 정숙성을 높이기 위한 차음 글래스 적용과 같은 사양 등으로 렉서스와의 경쟁을 더 염두에 둔 듯하다.

차량의 디자인은 다분히 시각적 요소에 의한 것이겠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디자인 감성은 청각과 촉각, 후각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종합적인 ‘추상성’으로 만들어진다. 그런 관점에서 렉서스 같은 브랜드들이 강점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시각적 디자인에서는 휘발유 모델과 동일하다고 해도, 청각적 측면에서의 ‘고요함’이 더해짐에 따라 종합적인 감성에서는 차이를 가질 것이다. 휘발유 모델보다 더 나은 연비 또한 긍정적 감성을 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류청희: 새 그랜저는 데뷔 직후 아랫급인 쏘나타를 ‘팀킬’하며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라섰다. 비판적인 의견도 있고 마땅한 경쟁차가 드문 영향도 있지만, 현대차의 전통적 강점인 높은 값 대비 상품성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다. 이번에 추가된 하이브리드 모델도 그런 배경을 등에 업고 이전 세대에 이어 하이브리드 시장 방어용 모델 역할을 맡는다.

파워트레인은 앞서 기아 K7 하이브리드에서 선보인 2.4L 159마력 세타 II 가솔린 엔진과 38kW 전기 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구성이다. 배터리 충전 전력량도 1.76kWh로 같다. 일반 그랜저보다 세부적인 공기역학 특성을 개선하고 하이브리드 특성에 맞춰 구동계를 손질하는 등 최소한의 변화로 주어진 조건에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 시장에서 이 값으로 이 정도 편의성과 효율성을 모두 지닌 중대형 세단은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 K7 하이브리드도 그랬듯 수치상의 성능이나 효율은 나쁘지 않다. 다만 갈수록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동화가 소극적인 점은 아쉽다. 모델 수명이 거의 끝나가는 렉서스 ES 300h와 비교해도 소비자에게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점이 많지 않다.

새 그랜저가 데뷔 후 금세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만큼,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몫을 차지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수적 소비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할 기회를 준다는 상투적 의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쏘나타의 침체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의 성향은 바뀌고 있고, 소비자의 관심 속에 전동화된 차가 점점 더 자리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Q30

구상: 인피니티의 모델 확장은 준중형급 SUV까지 넓어지고 있다. 물론 Q30은 작년에 나온 모델이지만, 실질적 출시로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체 치수를 보면 길이 4425mm, 너비 1805mm, 높이 1495mm에 휠베이스 2700mm로 현대차 투싼의 4475, 1850, 1645mm 보다도 각각 50mm 에서 150mm까지 작은, 그야말로 준중형급의 크기이다. 닛산 모델 중에서는 캐시카이와 엇비슷한 치수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Q30의 차체 디자인은 유기적 형태의 근육질 디자인이다. 이런 인피니티의 차체 스타일링은 2007년에 등장했던 인피니티의 콘셉트카 에쎈스 이후 발전되어 온 것으로, 얼마 전 퇴임한 닛산 디자인수장 시로 나카무라가 줄곧 견지해 온 방향이었다. 과거 닛산의 차량들은 기술적인 특색은 강했으나, 차체 디자인은 다소 각지고 개성이 적은 성향이었다. 그러나 나카무라 취임 이후 인피니티에서 근육질의 스타일링 도입을 필두로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인피니티 Q30은 차체의 어느 부분에서도 직선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 강렬한 눈매의 헤드램프와 모서리를 강조한 앞 범퍼와 크롬 몰드로 강조된 메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은 공격적 인상을 준다. 차체 측면에서는 보닛에서 도어 패널로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과 로커패널로 흘러가는 또 다른 캐릭터 라인으로 측면 볼륨감을 강조한다. 차체 측면의 인상은 초승달 모양의 C-필러를 타고 테일 램프와 역시 모서리를 강조한 뒤 범퍼로 이어진다. 뒷모습 또한 다양한 조형요소들이 마치 조각품들을 전시해 놓은 것처럼 펼쳐져 있다.

이런 다채로운 차체 디자인을 보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동차라는 기계의 철판을 이렇게 마치 떡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그들만의 영역을 개척한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류청희: Q30은 인피니티 라인업에서 가장 아랫급으로 새로 추가된 모델이다. 모델 이름만으로는 승용차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해치백과 SUV의 중간에 해당하는 크로스오버 카다. 르노닛산에 이 차급에 속하는 차가 있는데도 굳이 메르세데스-벤츠 플랫폼을 가져다 새 모델을 만든 것은 작은 차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격을 이어나가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Q30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를 인피니티 풍으로 새롭게 꾸민 모델이다.

인피니티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겉모습과 달리, 전체적으로는 다르면서도 구석구석 메르세데스-벤츠 부품을 써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실내는 Q30의 혈통을 짐작케 한다. 국내에 먼저 들어온 2.0L 터보 엔진이 바탕이 된 A클래스와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의도와는 관계없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결과가 되었다. 다만, 인피니티 브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들과는 성격이 다르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장비가 많이 들어간 모델의 값이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정해진 것은 약점으로 꼽을 수 있다.

순수하게 제품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모두 메르세데스-벤츠 것이어서, A-클래스와 값 차이가 크지 않다는 약점을 소비자에게 풍부한 장비로 설득할 수 있을지, 주행감각 면에서 인피니티의 개성이 어떻게 반영되어 차별화했는가가 평가를 가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반 소비자가 Q30만의 장점으로 받아들일 것들과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무기를 찾아내는 것이 Q30이 풀어야 할 숙제다.

 

푸조 3008 SUV

구상: 유럽, 특히 프랑스 메이커의 SUV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게 보통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푸조의 차량들은 더욱 더 그러했다. 그런데 국내에 새로이 출시된 푸조 3008은 엣지를 강조한 샤프한 차체 디테일로 도시적인 이미지와 미래지향적 감성으로 자못 신선한 임팩트를 주고 있다. 프랑스 메이커의 차들이 창의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이 낯선 이미지로 어필되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특징이 되어 가고 있는 요즘 가치관의 흐름으로 본다면, 더 이상 낯설기만 한 것도 아닐지 모른다.

푸조의 차체 디자인은 매 세대의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진화와 성숙을 거듭하고 있다. 무릇 모든 브랜드가 신형차에서 진화와 성숙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특히 푸조의 차들은 ‘아방가르드’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위예술과도 같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특징의 전위예술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헤드램프와 날카로운 에지로 연결된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어딘가 모르게 공격적인 사자의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측면 유리창에 이어 뒤쪽 쿼터 글라스와 테일 게이트의 D-필러로 연결된 부분의 디테일은 마치 유리로 지어진 포스트모던 양식의 건축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피아노 블랙 마감 처리의 테일 게이트와 기하학적 조형의 테일 램프는 미래의 도시같은 이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첨단적 조형은 오히려 실내에서 절정을 이룬다. 육각형 조종간처럼 보이는 스티어링 휠과 메탈 질감으로 마감된 센터 페시아의 토글 스위치와 독특한 기어 레버가 달린 콘솔박스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의 우주선 조종석에 앉아있는 인상을 준다.

지금까지는 푸조를 필두로 하는 프랑스의 차들이 낯선 인상으로 국내에서 호응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3008을 보면서 어쩌면 이제부터는 변화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류청희: 인증 문제와 디젤 게이트 여파로 폭스바겐 티구안이 빠져버린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꽤 오랫동안 티구안을 대신해 대세를 휘어잡는 차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세대교체를 거치며 미니밴에 가까웠던 3008이 SUV 색깔을 분명히 하며 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바퀴굴림 방식으로만 만들어지는 3008은 네바퀴굴림이 없다는 약점을 그립 컨트롤이라는 이름의 전자제어 지형 대응 시스템으로 보완해 SUV의 특성을 강조한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잘 닦인 도심 도로에서 보낼 대다수 운전자들이 쓸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 차에서 더 중요한 점은 실용성이다. 이미 전 세대에서 미니밴으로서의 장점을 잘 살렸던 3008은 세대가 바뀌면서 부족했던 꼼꼼함과 세련미를 더해 경쟁력이 높아졌다. 독일차 못지않은 꼼꼼함과 대중차 브랜드로서는 비교적 고급스러운 꾸밈새, 프랑스차 특유의 개성 있는 디자인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1.6L 120마력 디젤 엔진은 넉넉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정도의 힘만 내지만 안정된 승차감과 세련된 핸들링 덕분에 전반적으로 몰기 편하다.

실내 구성만큼 감각적이면서 화려한 디자인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보기는 좋지만 조작 과정이 어색하고 구성의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새 플랫폼을 썼지만 어딘가 모르게 옛 뼈대에 새로운 치장만 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전과는 달리 보편적 소비자의 취향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자질이 엿보인다. 유럽 올해의 차로 뽑힌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수입 대중 브랜드 소형 SUV에는 없는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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