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를 위한 슈퍼카 운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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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를 위한 슈퍼카 운전교실
  • 존 에반스(John Evans)
  • 승인 2017.05.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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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 기간 동안 여러 클럽은 새로운 선수를 10억파운드(약 148억원) 상당의 금액으로 사들이고, 주요 클럽과 가까운 고급 자동차 딜러십들은 어김없이 젊고 돈 많은 축구선수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축구선수에게 슈퍼카는 명예 훈장과도 같은 의미이기 때문. 따라서 하위 리그에서 승격된 선수들은 더욱 슈퍼카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돈만 많은 선수는 나쁜 결말을 맞이한다. 지난 2009년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뛰고 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당시 23세)는 맨체스터 인근 터널에서 페라리 599 GTB를 몰다 중심을 잃고 사고를 냈다. 차는 반파됐지만 호날두는 다행히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초,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의 선수인 디아프라 사코(당시 26세)가 자신의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정원에 들이박는 사고가 있었다. 이렇게 젊은 축구선수가 슈퍼카를 몰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리학자이자 스포츠 심리학 회사인 이너드라이브의 이사 브래들리 부쉬(Bradley Busch)는 새롭게 떠오르는 축구선수 같이 젊은 사람들은 자동차 사고 위험도가 더욱 높다고 말한다. “20대 초반의 사람들은 다소 모험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뽐내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특히 수많은 관중들이 모인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높은 아드레날린에 자극받는데, 운전을 할 때에도 그런 경향을 드러낸다”. 축구선수들의 빈번한 자동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 프리미어 스포츠 네트워크의 창립자 스펜서 히지(Spencer Hidge)가 나섰다. 그는 “많은 딜러들이 선수들에게 파워풀한 자동차를 팔지만, 그들은 구매자들의 자동차 안전에는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운전자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축구스타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HR 오웬(Owen) 딜러사는 축구선수를 위한 드라이빙 강좌를 개설했다. 운전석에서 자신의 넘치는 아드레날린을 제어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트레이닝 시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는 스타 축구선수들이 어떻게 운전 교육을 받는지 정확히 알고자 직접 강좌를 체험하기로 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무렵, HR 오웬 딜러사가 빌려준 벤틀리 콘티넨탈 GTC V8 S를 몰고 축구선수 운전교실 운영자인 이반 톰셋(Ivan Thompsett)을 만나기 위해 베드퍼드셔로 향했다. 톰셋은 이 강좌의 핵심은 심신의 컨트롤이라고 설명한다.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써 난폭한 드라이빙을 자제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갓 면허를 딴 젊은 운전자들에게 고출력차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최근에는 아버지로부터 BMW 신형 M5를 선물로 받은 17살 우크라이나 소년을 가르쳤다. 톰셋은 그 소년에 대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고 미숙한 운전자의 모든 면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주의력은 떨어지고 공격성은 넘치며 자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소년은 운전 중 전방을 멀리 보지 않았다. 그나마 축구선수는 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다루다 보니 멀리 내다보는 눈은 가지고 있다. 이는 운전에서 아주 중요하다. 전방을 멀리 주시해야 만약의 사고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톰셋의 말이다. 
 

운전중 전방을 멀리 주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밀브룩의 고속 서킷을 찾아갔다. 그곳은 총길이 2마일(약 3.2km)에 5차선으로 이뤄진 곳이다. 나는 가장 바깥 차선에서 2.5톤의 벤틀리를 시속 210km의 속도까지 가속했다. 그리고 내 눈은 길게 펼쳐진 가드레일의 끝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끔씩 시야를 넓혀보기도 했지만, 결코 바로 앞의 도로는 보지 않았다. 톰셋은 “차를 제어하는 인지와 운전중 주변 상황을 읽어내는 인지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에게 차를 자신의 자아 확장이 아닌 신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게끔 가르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에 오르기 전, 마음을 가다듬듯이 운전석에 오를 때에도 평온함을 유지해야 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안전하고 부드럽게 주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은 축구경기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선수가 공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공간을 만들 듯 자동차 역시 주변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공을 몰고 달리다 멈추듯 자동차도 브레이크 컨트롤을 통해 완벽한 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격적인 수비가 없는지 주변을 살피듯 운전에서도 주변의 위험요소를 잘 파악해야하며, 공을 멀리 패스하기 위해 멀리 내다보듯 운전자도 안전운전을 위해 시야를 멀리 둬야 한다. 축구선수 운전교실 수업을 마친 뒤 밀브룩을 떠날 때, 귓가에서는 톰셋의 가르침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군중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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