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버리고 날다, 링컨 컨티넨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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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버리고 날다, 링컨 컨티넨탈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03.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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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어쩌다 링컨을 볼 때면 새가 떠올랐다. 마이클 키튼이 주연으로 나온(엠마 스톤이 그의 딸로 등장했다) 영화 ‘버드맨’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영화의 배경인 뉴욕 거리풍경이 아른거렸다. 도시의 지상 위를 달리는 새. 링컨은 그런 날갯짓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오늘 만나는 링컨은 그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10여년 만에 부활한 컨티넨탈이다. 날개를 감춘 까닭은 이제 확실히 지상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일까.
 

벤틀리에 동명의 모델 이름이 있지만 그 역사는 링컨이 더 오래다. 1938년 헨리 포드의 아들 애드셀 포드가 제퍼(Zephyr)를 기반으로 만든 '단 한 대'(one-off)의 모델로 출발해 초기 컨버터블, 쿠페 보디에서 1958년 존 나자르(John Najjar, 머스탱의 원형 디자인을 그렸다) 디자인의 4도어 세단으로 변경되었다. 링컨 브랜드로 나오기 시작한 때는 1961년부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탔던 SS-100-X 퍼레이드용 컨버터블은 4세대 컨티넨탈을 개조한 것이었다. 그리고 1980년대 오일쇼크 여파로 6세대는 무게를 줄이는 한편 40년간 고수해온 뒷바퀴굴림(FR) 방식을 버리고 앞바퀴굴림(FF)으로 바꾼다. 화려함보다 실용 노선을 택한 것인데 이후 컨티넨탈은 2003년 단종을 맞이한다.
 

13년 만에 재등장한 컨티넨탈은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헤리티지의 복원이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특히 명성을 먹고사는 럭셔리 시장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라는 명함은 상당히 유용한 무기다. 링컨 컨티넨탈은 포드 퓨전부터 링컨 MKX까지 아우르는 CD4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원포드 전략으로 개발된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까지 뒷받침한다. 기존 틀을 활용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끄집어냈으니 꽤 실용적인 전략이다. 어쨌든 MKS의 자리를 이어받는 컨티넨탈이지만 상대하는 체급이 달라졌다. 여러모로 플래그십의 면모를 강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말하자면 한 체급 올리고 링 위에 뛰어든 셈인데 몸값 역시 올랐다. 그렇다면 그 전력은 어떨까?
 

스플릿 윙 그릴이 사라진 자리에는 중후하고 클래식한 메쉬 타입 그릴이 자리한다. 가운데 링컨 엠블럼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은 2017 MKZ에도 적용되는데 향후 링컨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될 전망이다. 길이ⅹ너비Ⅹ높이 5115ⅹ1910ⅹ1495mm의 차체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5120ⅹ1900ⅹ1500mm)와 거의 비슷한 크기다. 대형 차체지만 간결한 디자인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모던한 이미지를 준다. 
 

외관에서의 특징은 도어 손잡이가 다른 차와 다르게 윈도 끝의 사이드 몰딩에 이어진다는 점이다. 손잡이를 살짝 잡기만 해도 문이 쉽게 열린다. 링컨은 이를 e-랫치도어라고 부른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가는 과정이 산뜻하고 기분이 좋다. 실내에 들어서면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몸에 착 밀착되는 시트가 무척 편안하다. 사이드 볼스터를 아래위 2단계로 나누어 조절하는 것을 비롯해 헤드레스트와 허벅지 조절 등 총 30가지 방법으로 몸에 맞출 수 있다는 시트는 일일이 다 해보지는 않아도 근래에 탔던 차들 중 가장 편안한 시트임은 분명하다. 인체공학적이라는 말은 이쯤 돼야 쓸 수 있겠다.
 

기어 레버를 찾기 위해 잠시 손이 서성였다. 기존 링컨과 마찬가지로 센터페시아의 스크린 옆에 버튼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을 곧 확인한다. 마치 초인종을 누르듯 필요한 기어를 꾹 누르면 된다. 익숙해지면 편리하겠지만 기어는 왠지 손으로 밀거나 잡아당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래서 패들 시프트가 반갑다. 계기판 그래픽은 3가지중 선택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만이 rpm 계기가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 오른쪽에는 터보 게이지도 나타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는게 아쉽다.
 

인테리어의 주제는 터치가 아닐까. 8인치 스크린도 터치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3’을 다룬다. 내비게이션은 싱크3에서 별도 앱 메뉴로 나타나 있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화살촉 모양 버튼을 2초 정도 누르면 아틀란 지도가 열린다. 아이폰 유저라면 역시 카플레이를 사용하는 맛이 있다.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다루는 버튼과 다이얼을 제외하면 별도의 중앙 컨트롤 노브는 없다. 그래서 수납공간이 많다. 처음엔 조금 허전하다싶지만 쓰기는 편하다. 독일차와 비교되는 미국식 실용주의다.
 

도어안쪽에 달린 스피커는 레벨사 제품이다. 도어포켓면에 자리한 스피커가 엄청 크다. 여기에 물건을 두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조심스럽다. 보이는 것 이상으로 스피커는 멋진 사운드를 낸다. 실내에서 도어를 열고 나갈 때도 도어트림 바깥면의 네모난 버튼을 살짝 누르면 쉽게 열린다. 탈 때와 마찬가지로 터치로 마무리 된다.

컨티넨탈은 V6 2.7L 335마력과 V6 3.0L 393마력 휘발유 엔진 두 가지가 들어오고 모두 자동 6단 변속기와 매칭된다. 구동방식은 AWD 한 가지다. 시승차는 3.0L 중에서 고급형인 프레지덴셜(presidential) 트림. 랩소디, 살레, 서러브레드 라는 3가지 디자인 테마 중 알프스의 눈 같은 흰색 퀼트 가죽을 컨셉으로 한 살레다. 그리고 20인치 휠을 달았다는 점이 다르다. D 버튼을 누르고 출발이다.
 

시작은 부드럽다. 그리고 부드러움을 받쳐주는 강한 힘의 존재를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로틀 반응이 예상보다 빠르다.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싣는 순간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다. 최대토크55.3kg.m이 발휘되는 구간은 3,500rpm. 낮은 구간은 아니지만 트윈 터보가 rpm의 빠른 상승을 돕는다. 빠른 가속은 무척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터보 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속 시 쾌적한 느낌은 몸을 잘 잡아주는 시트의 영향이 크다. 정말 오랫동안 앉아있고 싶어지는 시트다. 조용하고 기분 좋은 실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AWD지만 전반적인 주행감은 앞바퀴굴림에 가깝고 가속할 때 뒷바퀴에 힘이 실린다. 스티어링도 활발해서 대형차지만 경쾌한 주행감이다. D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는 S 하나다. 세팅의 드라이브 컨트롤에서 각각 컴포트, 노멀, 스포츠 중 선택할 수 있다. 자기 운전습관에 따라 미리 세팅해두는 게 좋다.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은 0.02초마다 노면 상태를 모니터링해 어떤 충격이 전해질 때 각 바퀴로 분산 조절한다는데, 연속댐핑제어(CCD)라고 하는 기능이다. 덕분에 일정한 승차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S 모드로 바꾸는 순간 차체가 긴장감을 가졌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가속은 더 한층 탄탄하고 빨라진다. 이때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스포츠 드라이빙의 손맛이 더해진다. 달리기의 움직임은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코너에서 토크 벡터링의 효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마치 반대쪽에서 잡아주듯 안정적으로 코너를 감아 돌았다.
 

고속에서 고출력 휘발유 엔진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즐기는 순간은 평온했다. 부드럽지만 허둥대는 느낌은 거의 없다. 하체는 중간 수준에서 조금 단단한 정도. 피렐리 P제로 20인치 타이어와의 매칭도 잘 어울렸다. 접지력도 좋은 편이고 로드 노이즈는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자동 6단 기어는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다만 연비효율을 위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뒷좌석에 잠시 타본다. 쇼퍼 드리븐카로서 부족함이 없는 구성, 앞좌석보다 더 화려한 분위기다. 버튼으로 앞 동반석의 시트를 세우고 앞으로 길게 밀어버릴 수 있다. 뒷좌석 등받이도 조금 뉘일 수 있다. 시트도 편안하지만 앞 시트의 수준에는 살짝 미치지 못한다. 대형 암레스트에는 수납함,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 듀얼 컵홀더 구성이다. 뒤에서도 파노라마 선루프를 작동할 수 있다. 비스듬히 기댄 자세에서 하늘이 넓게 펼쳐진다.
 

컨티넨탈은 그동안 링컨이 지녔던 입문용 럭셔리의 테두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경쟁하고자 한다. 지나친 화려함보다 조금의 사치와 더불어 실용성을 강조하는 컨티넨탈의 노력은 충분히 표현된 것 같다. 체급과 몸값을 올린 컨티넨탈의 전력은 일단 해볼만하다는 것. 다만 상대를 단번에 KO시킬 수 있는 핵주먹은 아닌 것 같다. 매 라운드마다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나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 더 흥미로운 부분을 보여주면 좋을 것이다. 새로운 컨티넨탈이 과거의 헤리티지를 뛰어넘어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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