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진화, 2세대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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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진화, 2세대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7.04.20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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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4도어 리프트백 세단인 파나메라가 2세대로 진화했다. 포르쉐가 ‘신형’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이런 의미가 있다. 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으로 새롭다고 표현할 만큼 대대적으로 다시 개발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파나메라는 완전히 새로운 뼈대에 완전히 새로운 엔진과 완전히 새로운 변속기,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까지 갖췄다.


물론, 모습 역시 완전히 새로워졌다. 특히 새 차로서 화려함에 좀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면, 구형 파나메라를 그리워할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대단한 발전을 이룬 셈이다. 길이와 너비, 높이가 모두 커진 새 모델은 많은 파나메라 소유자들이 가족용이나 업무용으로 쓰기에 알맞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더 날렵하고 911과 더 비슷한 모습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출시 시점의 모델 구성은 V6 2.9L 트윈터보와 V8 4.0L 디젤로 구성되며 V6 디젤 엔진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제공된 첫 시승차는 네바퀴 조향,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21인치 휠과 스포트 크로노 팩(Sport Chrono Pack)을 포함해 모든 선택사항이 완벽하게 갖춰진 터보 모델이었다.
 

V8 4.0L 엔진은 아우디의 V8 4.0리터 엔진과 무관하고, V자형 실린더 뱅크 안쪽에 터보를 몰아넣어 반응이 더 뛰어난 것은 물론 예열도 빠르다. 이전 세대에 쓰인 것보다 배기량이 0.8L 줄었지만, 최고출력이 550마력으로 30마력 높아졌고 그와 함께 넉넉하게 늘어난 토크는 좀 더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게 되었다.
 

새 모델은 금세 깊은 인상을 준다. 든든히 몸을 받쳐주는 파나메라의 앞좌석에 깊숙이 앉는 순간, 918 스파이더 이외의 다른 모든 포르쉐를 한 세대 뛰어넘는 듯한 인테리어를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실내 공간에는 터치 감응식 표면이 케케묵은 구식 버튼들을 거의 전부 몰아냈고, 초고해상도 스크린(차 안에 세 개가 있다)은 처음 써보는 사람들을 당황하거나 주눅 들게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 놀랄 만큼 많은 정보와 선택항목들을 표시한다. 이것은 보기 좋은 데에만 그치지 않고(최소한 지문자국으로 뒤덮이기 전까지는) 훌륭하게 조작되기까지 한다.
 

포르쉐는 어깨 너머로 살펴볼 수 있는 아날로그 엔진 회전계를 대시보드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60년 이상 포르쉐의 실내를 구성하는 고정 아이템이었던 아날로그 회전계는 빼놓으면 누구라도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다. 시동은 버튼을 누르는 대신 스위치를 돌려 건다. 엔진은 천둥처럼 울리거나 으르렁대지 않고 잔잔한 소리를 낸다. 예를 들면, 메르세데스-벤츠의 V8 4.0L 트윈터보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포르쉐의 구형 V8 엔진보다 울림이 훨씬 덜하다.

터보는 파나메라 중 유일하게 에어 스프링이 기본으로 쓰이는 모델이고, 마치 대형 고급 세단처럼 정지 상태에서부터 부드럽게 달려나간다. 신형 BMW 7시리즈보다 5cm 짧고 35mm 넓다는 것을 알고 나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물론 생김새는 쿠페를 닮았지만, 이 차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담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시승한 곳이 독일 남부여서, 가장 먼저 주어진 임무는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을 따라 달리는 것이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을 때, 나는 약간 실망했다. 엔진 소리는 강렬해지고 변속기는 즉시 이상적인 기어비의 단수를 찾아 변속했지만, 가속이 기대했던 만큼 어처구니없이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제야 계기판을 쳐다본 나는 표시된 숫자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가속해 다다른 속도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놀라운 숫자에 불과했다. 그보다도,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이만큼 세련되게 가속하는 다른 차를 떠올릴 수 없었다. 붐비는 도로 위에서 나는 시속 265km까지 잠깐 가속하기에 겨우 알맞은 정도의 안전한 공간을 찾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길을 달리면서 포르쉐가 발표한 시속 305km의 최고속도가 포르쉐의 악명 높은 보수적 기준으로도 보수적인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속이 빨랐다.
 

이 정도까지는 아주 이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국도로 들어서면서 더 흥미진진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이어졌다. 파나메라가 경이로울 만큼 빠른 속도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다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그런 곳이다. 4륜 조향 시스템, 액티브 롤 바, 에어 스프링, 토크 벡터링, 네바퀴굴림 시스템, 커다란 피렐리 타이어를 완벽하게 활용하면, 파나메라 터보는 이 정도 크기의 차라고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코너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코너를 더 빠른 속도로 돌아 나갈수록, 차체가 노면에 더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이 차가 포르쉐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마술을 부린 것이 아닌지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능을 발휘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도로가 좁을 때에는(영국은 독일보다 좁다) 타이어의 접지력보다 차의 큰 덩치가 질주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문제는 복합적이다. 밋밋한 스티어링 감각은 다른 브랜드에서 나온 크고 강력한 독일산 고성능 대형 세단을 몰 때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 차처럼 무게가 2톤이나 되는 포르쉐라 하더라도 일단 포르쉐라면 감각이 부족한 것이 너무 뚜렷하게 느껴진다. 파나메라에서 카이맨 같은 핸들링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관점에서 감각적 차이를 두기 위해 현재 한창 개발 중인 더 가볍고 출력이 낮으며 코일 스프링을 쓰는 뒷바퀴 굴림 파나메라는 운전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빼면, 파나메라 터보는 능수능란한 역동성을 거의 완전무결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차를 가혹하게 몰아도 브레이크는 전혀 문제가 없고,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노멀, 인디비주얼 모드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차가 반응하도록 설정할 수 있게 한다. 스티어링 휠에 모드 선택 다이얼이 있는 다른 포르쉐를 몰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스포트 모드를 선택했을 때 편안함과 반응성 사이에서 최상의 절충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시승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뒷자리에서 시승할 기회는 없었지만, 키가 193cm인 내 체형에 맞게 운전석을 조절한 상태에서도 뒷자리에 편안히 앉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어떻든, 구형 파나메라와는 달리 이 차는 키가 평균 이상인 어른 4명을 태우고 아주 편안하고 조용히,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한없이 먼 거리를 달릴 것이다.


이전 세대 파나메라보다 더 911을 닮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형 파나메라의 움직임이 911을 덜 닮았다는 사실은 거의 감추지 못한다. 잠시 차가 지닌 능력을 접어두는 대신, 파나메라가 우선적으로 추구한 미묘하지만 의미가 있게 달라진 점들을 생각해 보자. 이 차는 포르쉐 특유의 감각보다는 럭셔리 승용차의 감각을 전달하는 것을 처음으로 더 중요하게 고려한 차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감추기에는 아날로그 엔진 회전계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고객에게는 이런 점이 전적으로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포르쉐 역사에서 이런 승차감을 보여준 차도, 이렇게 조용했던 차도, 시간을 보내기에 이처럼 매력적인 실내를 갖춘 차도 없었다. 전통적으로 판매가 더뎠던(포르쉐는 7년 동안 생산된 파나메라보다 많은 수의 SUV를 2015년 한 해 동안 판매했다) 모델에게 포르쉐는 뚜렷한 시장 입지와 목적의식은 물론, 이전 세대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폭발적인 능력까지 부여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이 두어 가지 있다. 하나는 상당한 무게다. 스틸과 알루미늄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썼음에도 실제로는 이전 세대보다 무게가 몇 kg 늘어났다. 또 하나는 항상 정확하지만 좀처럼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스티어링이다. 그러나 그런 단점들은 이 차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만 한다. 911에서는 끔찍하고 카이맨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특징들이 이 차에서는 사소한 실망 거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파나메라는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위상도 달라졌다. 실제로 이름은 달라졌으면서 주어진 역할이 바뀌었고, 지금 여러분이 보는 차는 차세대 파나메라만큼은 아니겠지만 포르쉐 역사상 처음으로 만들어진 럭셔리 승용차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리고 브랜드의 전통과 연관지어 그런 기준을 생각한다면, 신형 파나메라는 그저 잘 만든 차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훌륭한 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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