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세나 : F1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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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세나 : F1의 신화>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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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레인 마스터


가스 스타인의 책 <빗속을 질주하는 법>의 데니는 카레이서다. 그는 비가 내리는 트랙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운전하는 법을 안다. 그것은 바로 균형과 예측과 인내의 문제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이다. ‘레인 마스터’ 아일톤 세나는 바로 데이처럼 빗속을 질주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말은 그 자신, 스스로를 알고 믿고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말과 동의어다.

스피드와 자동차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하게도 F1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으리라. F1의 영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신화가 되어버린 아일톤 세나. 그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브라질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아버지가 만들어 선물한 고 카트를 타고 집안을 누비며 천재 드라이버의 재능을 보인 그는 숙명처럼 레이서의 길을 밟는다. F1에 입성하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성장한 그는 1983년 톨맨 팀에 입단해 TG183B를 타고 브라질 그랑프리에 데뷔한다. 그리고 1984년 모나코 그랑프리, 비가 퍼붓는 악천후 속에서 알랭 프로스트를 뒤쫓으며 이름을 알린다. 이후 세나는 프로스트와 경쟁하며 세기의 레이서로 진면목을 선보이며 대회를 휩쓸지만 1994년 윌리엄즈 -르노 팀으로 이적해 새로운 시즌에 접어들자마자 산 마리노 이몰라 그랑프리에서 비운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 이미 고인이 된 세나이기에 그의 삶이 담긴 각종 대회장면과 인터뷰 장면, 일상의 장면들이 담긴 동영상을 모아 하나의 다큐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상당량의 경기 장면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편집했고 그래서 관객들은 세나의 머신에 장착되어 있던 카메라로 찍은 각종 그랑프리 장면들을 실제처럼 보게 된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굉음과 최고의 스피드 그리고 짜릿하게 펼쳐지는 긴박함과 한 사람의 열정과 마음이 느껴져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음 한 구석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

아일톤 세나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은 단지 그가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천재 레이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브라질의 영웅이자 F1의 영웅이며 누군가들의 영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레이서들도 내키지 않아하는 비에 젖은 트랙을 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비가 올 때 좋은 결과를 내는 레인 마스터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트랙 밖에서 보이는 아일톤 세나라는, 한 사람의, 자연인 세나의 진면목을 볼 때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순수하게 달릴 때, 그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던 세나. 진심으로 레이스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던 세나. 자신의 머신들을 사랑했던 세나. 순수하게 스피드를, 경주를 즐길 줄 알았던 세나.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레인 마스터였고 빗속을 질주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기에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랑프리 장면이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제 기록영상들을 편집한 터라 멋진 머신들이 눈앞을 질주한다. 세나의 데뷔 시절 함께 했던 톨맨 머신, 88년부터 몰던 맥라렌 머신(후에 혼다 V12 엔진을 얹어 연속 4승을 했던),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한 윌리엄즈 -르노 머신, 그리고 다른 레이서들의 머신들… 머신들은 기억하리라. 이제는 신화가 된, 그리고 신화를 이뤄가고 있는 멋진 레이서들을.

글 ·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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