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이 바꾼 F-타입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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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이 바꾼 F-타입의 색깔
  • 리차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2016.12.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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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F-타입의 단위 출력당 지불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마력당 가격은 340마력인 기본형 3.0 V6 쿠페가 152.3파운드(약 22만원), 380마력인 V6 S가 159.9파운드(약 23만원)이고, 4륜구동인 V8 R은 550마력이어서 166.7파운드(약 24만원)가, SVR은 575마력이므로 191.3파운드(약 28만원)가 든다.

그러나 튜닝 업체인 비즈 테크놀로지(Viezu Technologies)를 방문하면, 비용 대비 출력 비율을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다. V8 R 모델의 값인 9만1680파운드(약 1억3250만원)에 비즈의 튜닝비 8108파운드(약 1170만원)를 더한 9만9788파운드(약 1억4430만원)면 단위 출력당 비용은 153.5파운드(약 22만원)가 되어 SVR 모델의 단위 출력당 비용보다 훨씬 더 저렴해진다. 나아가, 최고출력 650마력과 최대토크 95kg·m으로 훨씬 더 강력해진 비즈 F-타입은 575마력, 71.3kg·m의 성능을 내는 SVR 모델을 가볍게 제쳐버린다.

비즈 F-타입 V8 R이 다이나모미터에서 650마력의 힘을 내는 것을 보았을 때에는 타이어가 연기를 내지 않았지만, 엔진이 힘을 짜내는 동안 집게손가락으로 귀를 막아야할 정도로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롤러 위에서 돌아가는 휠과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시험 기술자의 머리 말고는 움직이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333km에 이르는 이 차는 성능의 정점에서 네 바퀴 모두에 95kg·m의 최대토크를 맹렬히 쏟아냈다.

 

잠시 뒤, 우리 귀에는 그래프를 인쇄하는 프린터의 조용한 소리가 들려왔다. 성능 최대치가 A4 용지에 맞춰 표시되려면 그래프는 226마력과 55.4kg·m부터 그려져야 했다. 이는 비즈의 놀라운 작업을 입증하는 증거다. 다만 회사의 “포드 트랜짓(소형 상용 밴)을 더 느리게 달리게 만들어서” 유지비를 줄이는 것이 워윅셔(Warwickshire)에 근거를 둔 이 엔진제어 전문업체가 일반적으로 받는 비용이라는 것이 CEO인 폴 버스비(Paul Busby)의 이야기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장 화려한 일은 아니지만 수익성은 더 높죠.” 그러나 버스비와 비즈는 꽤 오랫동안 재규어를 튜닝한 역사가 있고, 최근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 회사는 더 과격한 XK와 랜드로버도 튜닝한다. 모두 똑같은 재규어 랜드로버 V8 엔진을 쓰는 차들이다.

E-타입 시대였다면, 이 정도 규모의 출력을 얻으려면 방대한 규모로 해체하고 추가 출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특수 부품들을 더해야 했을 것이다. 프레데터(Predator)라는 미묘한 이름이 붙은 이 F-타입이 이런 20세기 기법을 이어받은 것은 배기가 더 자유로운 머플러뿐이고, 만족스러운 소리를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V8 엔진에 내재된 야수를 드러나게 하려면, 추가적인 장비를 더하는 대신 엔진에 전달되는 전기적 신호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더 큰 출력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 비즈의 기술담당 이사인 사이먼 화이트(Simon White)는 엔진이 판매되는 차에 올라가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저희는 ECU 내부에서 출력과 토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확인하고 어느 곳이 억제되어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의 이야기다. “저희는 ECU에 이루어지는 변화는 억제하고 슈퍼차저에 적용되는 맵에 더 많은 손질을 하려고 합니다.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몇 가지 변수들을 찾아내고 엔진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죠.”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즈는 인터쿨러는 업그레이드하지만 온도 제어 맵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진 겁니다”라는 설명이다). 화이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 천 개의 맵이 있지만 저희가 바꾸는 것은 50~60개에 불과합니다. 드로틀이 일부만 열릴 때에는 전체 출력의 60% 이하에는 변화가 없어요. 저희는 원래 생산된 차의 운전 감각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바꾸는 것은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았을 때의 반응이죠.”

 

다이나모미터에서 몰아붙일 때 이 재규어가 혹사당한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 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을 때 F-타입이 구동계를 거쳐 쏟아져 나오는 95kg·m의 토크를 감당하기 위해 팽팽하게 긴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부담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풀 드로틀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운전자 역시 짜릿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4륜구동 모델이라 하더라도, 마치 뒷바퀴가 계속해서 차체 앞쪽을 향해 커다란 해머로 때리는 것처럼 강력한 토크가 재규어의 떨리는 차체를 압축시키는 듯하다. 이런 놀라운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것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에 탔을 때였다. ‘빠르다’는 단어는 이 차로 하게 되는 경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프레데터의 세미 프리 플로우 머플러는 일반 모드에서조차 두통을 앓는 킹콩 같은 소리를 내고, 다이내믹 모드에서의 소리는 마치 전쟁이 난 듯하다. 

이 F-타입은 다른 부분들도 개조가 이루어졌다. 오프셋이 조금 다른 20인치 금색 알루미늄 휠뿐 아니라 탄소섬유 부품들을 덧붙였고, 지상고는 20mm 낮아졌으며, 서스펜션에는 다양한 합성소재로 더 단단하게 만든 폴리부싱을 사용했다.

 

저속에서 중간 속도 영역까지는 승차감이 무척 단단하지만, 국도에서 속도를 높이 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승차감은 범프 스톱이 제 역할을 할 만큼 거칠어지고, 똑바로 달리기 위해서는 수시로 스티어링을 더 조작해야 한다. 이처럼 빨리 달리는 차에서는 굳이 느끼고 싶지 않은 반응이다.

좀 더 노면이 매끄러운 도로에 들어서면 이런 문제들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풍경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요란스럽도록 빠른 수 많은 차들과 마찬가지로, 프레데터는 서서히 그 능력을 알아나갈 수밖에 없게 되는 차다.

잠재적인 값 대비 가치도 마찬가지다. 휠, 탄소섬유 부품, 서스펜션 개조는 필수 항목은 아니다(지상고를 낮추고 폴리부싱을 끼우는 것은 피하기를 권한다). 9만9788파운드(약 1억4430만원)로 650마력 4륜구동 F-타입을 손에 넣거나, 중고 V8 R 모델을 구매한 다음 8108파운드(약 1170만원)만 추가하면 훨씬 더 저렴해진다. F-타입에서 SVR 이상의 성능을 얻을 수 있는 한층 덜 비싸면서 더 화끈한 방법을 원한다면, 아마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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