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럭셔리 한가? 벤테이가 vs 레인지로버 SV바이오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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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럭셔리 한가? 벤테이가 vs 레인지로버 SV바이오그래피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6.12.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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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94세의 남편 필립공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긴다고 가정하자. 미국대통령과 부인을 태우고 직접 몰고 다닐 차를 고르라는 것. 이럴 때 고를 수 있는 차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실제로 레인지로버는 그 막중한 소임을 해냈다. 어떤 레인지로버냐고 묻는다면 SV오토바이오그래피를 권하고 싶다. 어마어마한 부자들은 늘 슈퍼카나 공항 리무진 같은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들키려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가장 적합한 차종이 레인지로버 SV바이오그래피다.
 

그 사실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SUV의 가격에는 마치 상한선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로저 배니스터가 400m 4분 기록을 깨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단 기록이 깨지자 상한선은 무너졌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오래 전에 조용히 구상됐다. 벤틀리 모터스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장기간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가 2011년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벤틀리 총수로 들어와 그대로 추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는 카이엔이 포르쉐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잘 알았다.
 

이듬해 뒤르하이머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EXP 9 F 컨셉트의 베일을 벗겼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EXP 9 F는 원래의 콘셉트카에 아주 가까운 양산차로 탈바꿈했다. 영락없는 벤틀리였다. 저 노즈를 달고 나온 차가 다른 모델이 될 수 없었다.


아무튼 벤틀리는 어떤 차종이든 훨씬 폭넓은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들면, 최고시속이 300km를 넘고 스포츠카로 통할 인상을 줘야 한다. 따라서 줄잡아 600마력은 담아내야 한다. W12 6.0L 트윈터보 엔진쯤은 얹어야 한다는 소리. 이 차는 벤틀리라 아주 무겁다. 또 벤틀리라 황소가죽과 버베니어가 엄청 들어갔다. 결국 이 차는 럭셔리카. 게다가, SUV. 부유한 오너는 호수에서 3.5톤의 보트와 트레일러를 끌고 나온다. 물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고…. 그리고 레이스에 나가 비에 젖은 풀밭에 빠졌다가 기어나온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시속 300km의 저력을 지켜야 한다. 때문에 벤테이가보다 더 폭넓은 위력을 갖춘 현행 모델은 없다.
 

그래서 벤틀리의 모기업 폭스바겐 그룹은 그 프로젝트에 전력투구했다. 사실 플랫폼은 아우디 Q7과 함께 쓴다. 밴테이가는 SQ7과 48V 시스템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 차에는 전기모터를 달지 않았다(W12 6.0L에 트윈터보만으로 충분하다). 듬직한 전동 액티브 안티롤바를 갖췄다. 직선구간에서는 승차감을, 코너에서는 보디컨트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레인지로버는 약간 구식이다. 적어도 몇 십 년 전의 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차 안에 들어가면 아주 편안한 럭셔리카(벤틀리는 레인지로버를 럭셔리보다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겠지만)다. 실제로 오프로드도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원한다면 오프로드만 달리는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 때로는 그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만큼 레인지로버의 저력은 믿음직하다.


우리가 몰고 나온 숏휠베이스 V8 휘발유 모델은 옵션을 제외하고 14만9800파운드(약 2억2천889만원). 그래서 무엇을 얻었는가? 금속 표면에 다이아몬드형 끝손질이었다. 아울러 도처에 수많은 목재와 가죽 트림이 눈에 띄었다. 2개의 분할식 뒷좌석에는 스크린, 에어컨 장비를 갖췄다. 
 

나는 앞좌석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두 라이벌 모두 뒷좌석은 손질을 아주 잘 했다. 그러나 이들 두 차의 타고 난 성격은 아주 달랐다. 심지어 운전위치마저 그런 성격차를 드러냈다. 먼저, 레인지로버부터 살펴보자. 좌고가 높고, 유리 면적이 넓었다(창문은 내 팔 반쯤까지 내려갔다). 게다가 배의 선장실처럼 시야가 탁 트였다. 보닛 앞쪽 끝이 눈에 들어오고, 큼직한 도어미러에 평탄한 옆구리가 비쳤다. 레인지로버는 대형 SUV(길이x너비가 4999x1983mm). 하지만 도로에서 꼭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차는 미국과 같은 광활한 나라에서도 큰 느낌을 줬지만, 좁은 영국 시골길에도 알맞게 개발됐다.
 

벤테이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격장으로 가는 좁은 진창길을 누벼야 할 경우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따라서 길이와 너비를 5141x1998mm로 좀 더 넉넉히 잡았다). 운전위치는 더 낮고 창문선은 훨씬 높아 내 어깨까지 올라왔다. 그렇다고 차안의 세련미가 레인지로버 보다 떨어질 리는 없었다.


레인지로버에 따로 앉았을 때는 아주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죽과 목재가 있었고, 섬세한 표면처리를 했다. 그 뒤 벤틀리에 올라타자 ‘럭셔리’ 메이커가 다른 메이커들을 얕잡아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테일에 그런 조짐이 드러났다. 베니어는 완벽하게 끝마무리했고, 단단한 목재를 곁들였다. 손가락을 밑으로 넣어 꾸부릴 곳이 없었다. 금속으로 보이는 것은 금속이었다. 그리고 벤틀리의 가죽은 1급이었다. 레인지로버에는 스티어링 가죽의 꿰맨 자국에 주름이 졌다. 벤틀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 16만200파운드(2억4천478만원)짜리 벤틀리는 더 비싸고 그 값으로 손질할 여유가 더 많았다. 레인지로버가 안락지대에서 밀려나는 느낌이 드는 지점에서 벤타이가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기다 운전성능도 더 좋은가? 그렇다. 레인지로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만일 가장 좋은 승차감, 가장 안락한 차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다. 긴 행정 스로틀 페달과 쉽고 미끈한 스터어링이 지극히 느긋한 발걸음을 뒷받침했다. 정중앙으로의 복원력이 약간 부족한 듯했으나 그마저 느긋한 발걸음을 도왔다. 내가 94세의 필립공에게 미국 대통령을 모실 차를 권한다면 레인지 로버일 수밖에 없다. 22인치 휠이 험한 노면을 매끈하게 타고 넘었다. 가장 험악한 노면에서도 느끼기보다는 들릴 뿐이다. 레인지 로버 스포트 SVR 스펙으로 조율한 엔진은 550마력으로 장쾌한 사운드를 뽐냈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는 벤틀리만큼 빠르지 않았다. 벤테이가는 저회전대에서 가벼운 래그가 있었지만 0→시속 97km 가속 4.0초로 레인지 로버보다 1.1초나 빨랐다. SV오토바어그래피의 한층 즉각적인 슈퍼차저 반응도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다. 그와는 달리 벤틀리는 짧은 터보반응을 타고 날았다.
 

벤타이가는 기대하는 역할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3개 섀시 모드를 갖췄다. 컴포트(Comfort), 스포트(Sport)와 벤틀리(Bentley). 추천을 받은 벤틀리는 컴포트보다 스포트에 더 가까웠다. 아무튼 내 취향에는 두 모드 사이가 너무 가까웠다. 우리는 다시 22인치로 돌아갔다. 그러나 심지어 컴포트로도 레인지로버만큼 범프를 요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 구실을 잘하고, 커브길에서 자주 사용하면 그만한 보상이 따랐다. 보디컨트롤은 단단하고, 스티어링은 직선적이었다. 약간 노즈가 무거웠으나 그립과 달리기가 비범했다. 오프로드 능력처럼 역동적 성능도 한계까지 자주 시험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든든했다.
 

벤테이가의 만능기질이 타협을 불가피하게 했을까?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벤테이가는 럭셔리카, 스포츠카적 기질과 다재다능한 크로스컨트리를 노렸다. 하지만 그중 하나만 제외해도 남은 둘을 훨씬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V8이라면 사운드가 더 뛰어나고(벤테이가의 W12는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층 민첩할 것이다.
 

실은 이 차가 완벽한 벤테이가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완벽한 레인지로버가 아닌가를 가려내기엔 충분한 역할을 했다. 실내에서 SV오토바이오그래피는 15만파운드(약 2억2천920만원)짜리로 편안하기에는 모조 다이아몬드같은 액세서리가 지나쳤다. 그와는 달리 벤테이가는 완전히 그 위상에 어울렸다. 레인지로버는 훨씬 합리적 가격에 더 좋은 차였다. 벤테이가는 유일하고 단연 최고의 럭셔리 4x4였다. 대단히 인상적인 차가 아니라면 그 위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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