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현상은 현재 전 세계적인 이슈다. 연일 치솟는 유류가격으로 인해 연비가 좋은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세계 자동차업계는 연료 효율이 높으면서 동시에 친환경성을 갖춘 그린카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비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이산화탄소(CO２)를 적게 내뿜는다는 것이므로 ‘연비 좋은 차=친환경차’라는 등식이 자연스레 성립된다. 어느 분야든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자동차회사는 CO２ 규제와 맞물려 연비 좋은 차 개발에 회사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 이른바 그린카 전쟁이다.
서유럽시장에서는 승용차시장에서 클린디젤차의 점유율이 2005년 49.4%에서 2008년 52.7%대로 이미 절반을 넘겼고,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70%를 초과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 클린디젤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궁극적인 친환경차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가장 손쉽게 연비규제와 온실가스 저감에 대응할 수 있다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판단 때문이다.
한편, 미국시장은 전통적으로 휘발유차보다 높은 가격부담(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15.6% 비싸고, 디젤유도 휘발유보다 7% 비싸다)으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러한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연비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디젤차의 상품성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의 디젤차 구매 고려율이 증가하면서 시장수요도 2007년 2만3천대 수준에서 2009년 2만3천대에 이어 2010년에는 8만대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업체별로는 아우디, 벤츠, BMW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디젤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GM은 미국시장에서 쉐보레 크루즈의 디젤 버전 출시를 검토 중(2013년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빅3 중에서는 최초로 미국시장에 디젤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다.
GM이 미국시장에서 디젤차를 출시하게 되면 세계 자동차회사들의 친환경차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따라 디젤차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또 하나의 거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 역시 디젤차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GM과 포드를 비롯해 타타, 토요타, 스즈키 마루티 등이 인도시장에서 디젤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디젤차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7년 7월 i30 1.6 디젤 모델을 내놓고, 기아차는 2008년 9월 쏘울 1.6 디젤 모델을 출시하면서 승용차 디젤 라인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선보인 현대 엑센트 1.6 디젤은 연비 20.0km/L(자동변속기 기준, 수동변속기 기준 23.5km/L)라는 고연비로 관심을 모았다. 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21.0km/L)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 9월에 선보인 중형 왜건 i40은 2.0 휘발유 엔진과 함께 1.7 디젤 모델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데서 세계시장 공략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림대학 김필수 교수는 “최근 디젤의 연비가 좋아지면서 하이브리드차가 덜 팔리고 있다. 학자들도 기존 내연기관의 우수성을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100을 기준으로 휘발유 엔진은 90%까지 개발되었지만 디젤 엔진은 75% 수준까지 와 있다. 디젤은 아직 연구개발 효과와 여력이 많다”며 클린디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클린디젤이란 세단의 장점인 정숙성, 승차감, 안정성 등을 그대로 살리면서 최첨단 VGT 엔진을 얹어 경제성과 동력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승용차를 말한다. 가속성능과 등판능력, 연비, 유지비용에서 휘발유차보다 월등히 좋을 뿐 아니라 CO2가 휘발유보다 적게 배출되는 친환경차다.
특히 VGT 엔진은 CRDi 엔진의 기계식 터보차저(WGT)를 대체해 배기가스 유로를 효율적으로 정밀 제어할 수 있는 전자식 가변용량 터보차저(VGT)를 적용함으로써 저속뿐만 아니라 고속까지 전 구간에서 최적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는 최첨단 디젤엔진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유럽환경기준인 유로 5기준을 만족시키는 차세대 승용 디젤엔진 R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R엔진은 배기량 2.0L 및 2.2L급 디젤엔진으로 스포티지R, 싼타페, 투싼, 쏘렌토R 등에 적용되고 있다. R엔진의 출력은 2.2L의 경우 200마력, 2.0L는 184마력으로, BMW(2.0L, 177마력), 벤츠(2.2L, 170마력), 토요타(2.2L, 177마력) 등 경쟁사의 승용 디젤엔진을 압도한다.
또한 R엔진에는 보쉬가 공급하는 1800기압의 고압연료분사방식인 제3세대 피에조 인젝터(Piezo-electric injectors) 커먼레일 시스템과 고효율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의 적용으로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효율적인 연료 사용으로 연비도 기존 동급 엔진 대비 큰 폭으로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디젤에 대한 오해와 편견
“디젤차는 예열을 해야 한다. 디젤차는 시끄럽다. 디젤차는 진동이 심하다. 디젤차는 매연을 많이 내뿜는다. 디젤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내야 한다.”
흔히 디젤차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오해와 편견이다. 우선 예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소음과 진동, 매연은 과거에는 분명 심각하게 단점으로 꼽히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모두 지속적인 기술향상으로 대폭 개선됐다. 현대 i40 휘발유차의 소음은 아이들 상태와 정속 주행 시 40dB, 63dB로 디젤차의 46dB, 63dB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속 부밍음의 경우 오히려 디젤모델이 82dB로 휘발유모델 83dB보다 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