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지프 그랜드 체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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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테스트 - 지프 그랜드 체로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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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모델은 형편없었던 구형의 모든 것을 바꿨다

모델 3.0 CRD 리미티드
가격 £36,795(약 6천300만원)최고출력 240마력최대토크 56.1kg·m/1800rpm
0 → 시속 97km 7.9초연비 10.2km/LCO2배출량 218g/km
시속 113km → 0 감속 49.8m스키드패드 0.89g
*제원은 영국 기준

WE LIKE ● 거의 모든 영역에서의 향상 ● 섀시 ● 실내 공간
WE DON’T LIKE ● 아직 부족해 보이는 실내 ● 제약된 오프로드 성능 ● 변속기

2005년 8월, 이전 세대의 지프 그랜드 체로키 시승차가 처음 우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우리 시승자 중 한 사람은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5개월 후, 그해 최악의 차를 꼽을 때가 되자, 만장일치로 그랜드 체로키가 그 불명예를 가져갔다. 만듦새가 엉성하고, 비좁고, 비싸고, 여기에는 지나친 차였다. 그 평범함이 회사에는 치명적이지 않았더라도, 웃음거리는 될 만했다.

하나의 좋지 않은 제품 때문에 회사가 정신을 차리고 현실안주에서 벗어나 변화를 시도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4세대 포드 에스코트와 닮았다. 이후 포드는 몬데오와 포커스를 내놓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보통 이런 얘기는 마무리를 위해 아껴두지만, 여기서는 미리 해야겠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거의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구형보다 낫다. 올바른 방향으로 축지법을 썼다. 공통적으로 3.0L V6 디젤을 탑재하는 두 모델 중, 시승차는 저렴한 쪽이다.

DESIGN & ENGINEERING
구형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 섀시에 벤츠 엔진을 썼는데,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었다. 플랫폼은 차기 벤츠 M클래스이고, 엔진은 스스로, 혹은 지프의 모기업인 크라이슬러의 대주주 피아트를 위해 만들어진 엔진을 탑재했다. 이번에 향상된 부분들이 모두 벤츠 덕이라고 말하면 간편하긴 하겠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볼보가 잘 보여주었듯이, 다른 회사의 아주 좋은 플랫폼을 가져다가 형편없는 차를 만드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그랜드 체로키의 차체 강성이 146% 더 단단해졌다는 것은 지프의 기술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암시한다. 강성이 왜 중요한가 하면, 단단한 섀시가 없이는 서스펜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어서 차의 승차감이나 핸들링, NVH(소음, 진동, 거침)를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구형 체로키를 타고 블록을 달려보면 이 점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엔진은 흥미롭다. VM 모터리가 생산했고, 개발은 분명 피아트가 했는데, 배기량이 벤츠의 3.0L V6과 완전히 같은 2,987cc일 뿐 아니라, 보어와 스트로크까지 동일하다. 따라서, 이 엔진을 얹기 위해 플랫폼을 많이 뜯어고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주 새롭고 최첨단인 엔진은 5단 자동변속기를 거쳐야 한다는 제약을 받는다. 이 조건을 고려하면 배출가스와 연비는 더욱 인상적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더 소프트한 경쟁모델들과 달리 저속 기어박스를 버렸지만 최소한의 오프로드를 위한 차고조절 에어서스펜션은 갖추었다. 기본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동으로 잠그는 디퍼렌셜도 없다. 그런데 로터리식 ‘셀렉-터레인’ 다이얼을 통해 각기 다른 오프로드 모드를 고를 수 있다.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를 흉내 낸 것 같다.

INTERIOR

실내가 꽝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형을 접해본 이라면 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가 크리스마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앞뒤 좌석 공간이 넉넉하고 트렁크는 꽤 크고 번듯하게 생겨 모든 장비를 싣기에 좋다. 운전 자세는 완벽히 합리적이고 모든 방향의 시야도 좋다. 다만 어깨 너머 시야는 두터운 C필러가 방해한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기본 사양이 많고 대다수 경쟁모델들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는 사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을 선택했다면 찻값은 4만 파운드(약 6천840만원)를 꽉 채우게 되는데, 그에 합당하게 싸구려 플라스틱들을 가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시트는 가장 매끄럽고 질감이 덜 들어간 가죽으로 덮였다. 금속인 줄 알았던 것들은 잠시 들여다보니 플라스틱임이 들통 났다. 운전 환경의 실제 구성도 그리 낫지 않다. 인체공학적인 면은 독일 경쟁모델들에 뒤지고, 옵션 내비게이션은 조작이 악몽이다.

PERFORMANCE
유럽 판매용 지프의 디젤엔진은 원래 VM이 담당했었다. 운전을 해봤다면 지프가 다임러크라이슬러 체계에서 벤츠의 파워트레인을 들여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관계는 자동차 역사의 한 부분이 됐고, VM이 구도에 돌아왔다. 솔직히,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새 엔진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반갑다. 폭스바겐 그룹의 V6 디젤 엔진과 비교하면 음색이 약간 더 거칠긴 하지만, 이런 차에서는 특성이라고 치장할 수 있다. 정속 주행 때는 충분히 조용한 것도 사실이다. 240마력의 출력과 56.1kg·m의 토크도 부족함이 없다.

차체는 구형 그랜드 체로키보다 길고, 넓고,  높지만, 무게는 2,272kg으로 살짝 가볍다. 아주 경량인 것은 아니지만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보다는 300kg이 가볍다. 가속은 강하고 견고하게 이루어진다. 97km까지의 가속시간은 7.9초로 타당하다. 경쟁모델들처럼 6단이나 7단, 혹은 8단 변속기를 갖췄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5단 변속기는 넓은 파워밴드를 가진 엔진의 협조와 동급에서 가장 짧은 전체 기어비 덕분에 그나마 역할을 해내고 있다. 변속 질감 자체는 합당하고, 수동 조작에 대해 제법 기꺼이 반응하지만,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쓰는 변속기인 것은 사실이다.

RIDE & HANDING
승차감이 역사상 어느 지프와도 다르다는 사실은 오래은 오래 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섀시 느낌은 타이트하고 균형이 잡혔으며 서스펜션은 유연하면서 미묘하다. 실수로 벤츠에 탔나 싶을 정도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프가 밑바탕의 대부분을 만들어냈고 디스커버리에 견줄만한 승차감을 달성한 것에 대해 칭찬할 일이다.

사실 가장 큰 단점은 커다란 휠들이 크게 패인 곳을 만날 때 덜그럭거린다는 것이다. 만약 옵션인 20인치 대신 원래의 18인치 휠을 끼웠더라면 한결 나았을지 모른다. 적어도 2¼톤짜리 SUV의 기준으로는 운전이 나쁜 것도 아니다. 아주 부드러운 스프링에도 불구하고 댐퍼가 항상 차의 질량보다 여유 있고, 둔덕에 올랐는지, 패인 곳에 내려앉았는지를 체크한다. 듀얼 퍼포스 타이어를 끼웠는데 그립이 놀라우리만치 좋고, 믿을지 모르겠지만 스티어링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 같은 것도 있다. 미국의 본격 스포츠카도 이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랜드 체로키가 심한 오프로드 주행에서 나가떨어지지 않았다면, 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완전한 별 네 개가 주어질 수 있었다.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과 비슷한 셀렉터 조작부-이를 통해 자동차의 시스템을 지형에 따라 스노우, 머드, 샌드, 록으로 맞출 수 있다-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땅이 미끄럽고 고르지 않다면 금세 백기를 든다.

근본적으로, 두 가지 문제에 시달린다. 우선, 최저지상고의 부족이다. 이는 7천200파운드(약 1천230만원)의 추가 지출을 통해 차고 조절식 에어 서스펜션을 갖춘 오버랜드 버전을 구매해야만 해결된다. 그러면 무엇을 통과하려고 하던 들을 수 있는 배 긁는 소리로부터 거의 7cm의 여유를 둘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문제는 트랙션이다. 불리한 조건에서 디퍼렌셜을 수동으로 잠글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그립이 바닥난다. 물론 마술(馬術) 경연대회장에서 말 운반차를 끌고 다니는 정도를 원한다면 그야 잘 해낼 것이다. 하지만 이 차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오프로더로서의 역사가 랜드로버보다 길고도 더 집중된 지프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상을 기대했었다.

BUYING & OWNING
지프는 가격을 낮추고 사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내비게이션은 기본이 아니지만, 그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그래도 가죽 시트(일종의),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6천700곡 저장용량, 아이팟 연결, 뛰어난 알파인 오디오, 전동조절 시트, 후방 카메라, 전동조절 스티어링 컬럼 등등 무수히 많은 장비들이 기본 제공된다. 무게와 출력, 성능을 고려하면 연비도 꽤 좋다. 지프가 제시한 연비는 전체 12km/L인데, 비록 우리는 여기에 근접하지 못했지만-일반적인 시승구간 외에 오프로드 주행을 더한 탓도 있긴 하다-구매자들은 보통 주행에서 10km/L대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

도로에서의 그랜드 체로키는 안락할 뿐 아니라 상당히 조용하기도 하다. 차체가 높고 앞부분이 절벽인 오프로더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엔진과 바람소리는 잘 억제되었다. 콘크리트 노면에서는 타이어가 우르릉거리기도 하지만 이 부분도 원래의 18인치에서는 나을 것으로 보인다.

Jeep Grand Cherokee
확연한 향상을 통해 믿음직한 도전자가 되었다
지프는 아주 향상된 차를 만든 것을 축하받을 만하다. 이 정도로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고 신뢰할만한 풀 사이즈 다목적 SUV를 갖게 된 것은 아마 지프 역사상 처음일 것이고, 1993년 첫 그랜드 체로키가 나온 이후로는 분명 처음이다. 사실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었고, 벤츠의 7단 변속기가 얹혔다면 성능과 연비, 배출가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도 궁금하다. 정말 아쉬운 것은 실내다. 가격과 경쟁에 비해 충분치 않다. 오프로딩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그 외의 부분들은 놀랍고 인상적인 것들이 많다. 풀사이즈 SUV를 원하고, 낮은 가격을 좋아하며, 브랜드가치의 정통성과 사양을 따진다면 이 그랜드 체로키를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다. 과거와 비교하면 대단한 수확이다.

Tester's note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스페어 휠은 풀 사이즈이지만 속도제한이 있다. 때문에 스페이스 세이버의 단점을 모두 가지면서도 장점은 포기해야 한다. 세상에.

비키 패럿(VICKY PARROTT)
운전자에게 천장 손잡이가 제공되는 것은 아마 그걸 없앤 부분을 덮을 커버를 디자인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일 것이다.

맷 샌더스(MATT SAUNDERS)
바닥의 주차브레이크는 작동과 해제를 발로 한다.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왜 더 많은 회사들이 지긋한 전자식 브레이크 대신 이걸 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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