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에서 동과 서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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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에서 동과 서가 만나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9.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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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의 오토 라이프

지난주 나는 마세라티의 착한 사람들과 얼마쯤 시간을 보냈다. 파스타 한 접시를 놓고 어느 사이엔가 화제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요즘 엑조틱카를 만드는 메이커를 이야기할 때 흔히 있는 일이었다.

‘저쪽에서’ 마세라티의 한 해 판매량은 약 130% 뛰었다. 게다가 곧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보다 덜 좋은 소식도 있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평균적인 중국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룰 재능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풋웰에 있는 여러 페달과 스티어링 등을 올바르게 쓸 줄 모른다. 최근 마세라티 기술진이 절망에 빠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좁은 직선코스에서 시승차를 몰고 가는 것만도 극동에서 온 우리 형제들은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저명한 자동차 평론가가 공장을 찾아와 콰트로포르테 GTS를 몰고 한 바퀴 핑그르르 돌았다. 글자 그대로.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은 이랬다. 가벼운 점심을 마친 뒤 통역사가 문제의 신사에게 설명했다. 반짝이는 신형 콰트로포르테를 몰고 오후 한나절을 돌아다녀도 좋다고 했다. 모데나 일대에서 마음에 드는 시골길을 마음껏 돌아다녀 보라고 한 것이다. 그 친구는 차에 올라 출발했다.

그런데 채 400m 가기도 전에 멋지게 길을 벗어나 들판에 뛰어들었다. 굵은 시가를 두 입술로 꽉 문 채…. 기술진이 달려들어 그를 들판에서 끌어냈다(차가 처박힌 곳에서 공장문이 빤히 보였다). 그런 다음 올바른 운전법을 가르쳐주고 다시 차를 태워 보냈다. 이번에는 전보다 400m 더 가서 다시 차를 처박았다. 다만 도로 반대편이었다는 게 다를 뿐이었다. 이때쯤 코히바 시가에 다시 불을 댕겨 물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어쨌든 다행히 큰 손상은 없었다. 그 딱한 중국인의 자존심 말고는….

이때 기술진은 그 친구를 옆자리에 태우고 한 바퀴 둘러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떠보았다. 그러면 또 다시 들판에 처박히지 않고 제품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고, 차는 네 바퀴를 제대로 달고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한 시간 뒤 그들은 공장으로 돌아왔다. 문제의 중국 저널리스트는 성능에 큰 감명을 받았고, 기술진은 차를 왕창 망가뜨리지 않고 무사히 돌아와 기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마세라티 관계자가 내게 말했다. “그 친구는 수백수천 만 중국인들이 읽는 자동차 관련 블로그에 글을 써요. 베이징에서 권위자로 통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나는 의문을 금할 수 없었다. 마세라티와 같은 메이커가 어쩌면 PR의 시각에서 그토록 위험한 시도를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문제가 아닐까?

“그렇지요” 그 PR 담당자가 말했다. 그는 눈을 굴리며 못 믿겠다고 하면서도 재미있어 했다. 요컨대 바로 그 때문에 중국 저널리스트들은 으레 국제신차발표회에서 가장 늦게 초청된다. 그러나 언젠가 그들은 불평을 시작할 것이다. 사실 우리 유럽 저널리스트들보다 하루라도 빨리 초청해달라고 요구하게 될 터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논거는 유럽의 어느 기자에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고객들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PR 담당자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장이다.

과연 그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추측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늦기보다는 예상보다 더 빨리 그런 날이 다가올 것이다. 그럴 때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별난 일을 보게 될 것이다.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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