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컨티넨탈 GT vs 애스턴 마틴 비라지, 럭셔리 GT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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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컨티넨탈 GT vs 애스턴 마틴 비라지, 럭셔리 GT 대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12.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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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벤틀리 컨티넨탈 GT와 애스턴 마틴 비라지는 럭셔리 GT의 새로운 흐름을 약속한다

영국은 여유 있는 실린더, 날렵한 스타일, 호화로운 꾸밈새와 꽤 빨리 달리는 귀족풍 쿠페들을 놀랄 만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 하이엔드 그룹의 아래쪽 끝에는 재규어 XK와 애스턴 마틴 밴티지가 자리한다. 그 주변에는 모건의 절박한 에바 GT와 성공적인 회생을 기대하고 있는 브리스톨의 블렌하임과 파이터가 있고, 애스턴 마틴이 포진시키고 있는 DB9, DBS, 그리고 새로운 14만9천995파운드(약 2억5천560만원)짜리 비라지도 있다.

이 집단의 정점에 있는 매력적으로 넉넉한 쿠페는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120만 파운드(약 20억4천580만원)의 가격에 곧 인도될 애스턴 마틴의 원-77이 있고 그 아래로 롤스로이스의 팬텀 쿠페가 훨씬 저렴한 31만3천200파운드(약 5억3천400만원)에 나온다. 이 두 차는 이번 비교 시승 대상의 반쪽인 벤틀리 컨티넨탈 GT에 붙은 13만5천760파운드(약 2억3천150만원)의 가격을 거저나 다름없어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곧 알아차리겠지만, 그 가격은 애스턴 마틴이 새 비라지에 붙인 값보다 꽤 낮은 것이다.

새롭다고? 보통 애스턴 마틴의 모습(시그넷은 빼고)을 한 차로서는 새로운 이름이지만,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보기에는 게이던에서 나온 이 최신 제품을 DB9, DBS, 그리고 먼발치에서 보았을 때의 밴티지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스턴 마틴이 얼마나 더 오래 같은 생각을 조금씩 변형해 만들어 새 차라고 주장할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나온 비라지가 친숙한 방식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이 차가 대체할 것이 분명한 DB9보다 나은 차라는 점이다.

아직 비라지는 근심할 필요가 없다. 새 부품을 쓴 비율 관점에서는 더 새로운 차인 2011년형 컨티넨탈 GT와 맞붙지만, 컨티넨탈 GT 역시 이전 모델과 구별하기 위해 머리를 한참 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애스턴 마틴을 놓고 보았을 때 가장 큰 불만거리가 너무 익숙한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컨티넨탈의 모습도 뚜렷하게 나아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벤틀리가 컨티넨탈이라는 이름이 붙은 차들의 인상적인 혈통에 걸맞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만큼은 아니지만, 더 강조된 측면 캐릭터 라인, 더 돌출된 그릴과 트렁크 리드, 그리고 약간 지나친 몇몇 세부 요소들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 넘치는 이 한 쌍의 도플갱어 같은 개성에 대해서는 잊고 이들을 추진하는 하드웨어를 살펴보자. 애스턴 마틴의 검은 보닛 아래에는 V12 6.0L 496마력 엔진이 들어 앉아 ZF제 토크 컨버터식 6단 패들 시프트 자동변속기를 통해 58.1kg·m의 토크로 뒷바퀴를 굴린다. 스틸 스프링 더블 위시본 구조는 경량 알루미늄 리벳-접착 구조를 지지하는데, 이 구조는 비라지가 스틸 구조로 된 2,320kg짜리 벤틀리에 비해 가벼운 1,740kg 밖에 나가지 않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컨티넨탈의 선홍빛 보닛 아래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로 ZF의 6단 자동변속기를 구동하는 W12 6.0L 575마력 엔진으로, 이 엔진의 토크는 한 쌍이 아닌 네 바퀴 모두로 전달된다. GT의 이번 세대에서는 강력한 85.2kg·m의 토크를 앞뒤 각 50%씩이 아니라 60%를 뒤 차축으로 배분한다. 벤틀리의 에어 서스펜션은 앞 위시본, 뒤 멀티링크 구조로 명목상 4인승인 애스턴 마틴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더 길고 높은 보디를 받쳐준다.

비라지는 최소한 앞좌석에 탄 사람들을 위한 공간만큼은 넉넉하다. DBS를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이라면 거의 같은 대시보드에 실망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주된 부품의 넓고 굽이치는 형태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지나치게 작고 지나치게 분산된 장비의 무광 알루미늄 표면은 적어도 값비싸 보이고, 2중 박음질된 가죽 내장재의 넉넉한 표면처리는 알맞게 고급스럽다. 그러나 시트 허리받침 조절 스위치, 컬럼 스톡, 새 내비게이션 스크린의 대충 만든 케이스, 공기 배출구와 센터 콘솔의 아랫부분처럼 너무 많은 세부적인 부분들이 값싸게 마무리된 탓에 그 효과는 떨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이것이 새 모델이면서도 실내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수준은 아니어도, 같은 문제는 새 컨티넨탈 GT에서도 불거진다. 그래 보이지 않기는 하지만 이 차는 거의 완전히 새로운 차이고, 더 복잡하고 더 정교해 보이지만 센터 콘솔로 이뤄진 동체를 지닌 날개 한 쌍을 닮은 조형적인 주제 면에서는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상당히 화려한 대시보드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펼쳐진 장관 속에 몸을 담그면 애스턴 마틴에 비해 더 높고 더 곧추선 좌석 위치에서 이쪽이 훨씬 더 큰 차라는 확실한 인상을 강조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벤틀리의 트윈 터보 W12 엔진은 0→시속 100km 가속 4.6초 및 시속 319km의 성능을 낸다. 그리고 엄청나게 풍부한 토크 곡선이 1,700rpm에서 정점을 찍는 차에서 기대했던 대로, 어떤 속도에서도 쉽게 힘을 뿜어내는 것이 이 파워 트레인의 장점이다.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았을 때 옛 모델처럼 멈출 수 없을 만큼 맹렬하게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빠른 크랭크 속도로 왕복 운동을 시켰을 때 가볍게 긴장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스포트를 선택하면 강렬한 호흡의 지저귐을 곁들인 배기음을 확실히 상쇄시킨다.

컨티넨탈의 6단 자동변속기는 요즘의 8단 변속기에 비해 조금 거친 느낌이지만, 더 두드러지는 부분은 종종 더 느리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예측할 수 있고, 작기는 해도 아름답고 정교한 금속 변속 패들은 최소한 조작하기 편하다. 가죽을 두른 애스턴도 마찬가지이지만, 벤틀리의 것처럼 종종 휠을 이리저리 돌리는 열기 속에서는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

스포트 모드에서 V12 엔진의 함성은 비라지가 정말 근육질의 차 같은 소리를 제대로 내는 시점에서는 확실히 엔진의 실력을 이끌어내는 느낌이다. 0→시속 100km 가속은 4.6초로 벤틀리와 같지만, 벤틀리가 네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단지 두 바퀴만으로 달리고 최고시속은 299km로 더 낮다. 벤틀리처럼, 이 차의 변속기는 가끔 생기가 없지만, 기본 변속 모드일 때의 차 자체만큼 게으르지는 않다.

길고 추운 겨울잠에서 깨어난 포유류인 척하는 액셀러레이터에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이상, 더딘 실력 발휘 때문에 12개의 실린더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유리로 된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어울리지 않는 토크는 액셀러레이터를 매우 섬세하게 조절하지 않는 한 적절하지 않은 마찰음과 함께 앞으로 꽂히듯 달려 나갈 것이다.

다행히, 애스턴 마틴의 구동계는 달리는 도중에는 여전히 약간 나른한 느낌이기는 해도 훨씬 더 통제하기 쉽고 재미있다. 역시 기어 단수는 6단에 머무르지만,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유쾌한 배기음, 더 몰입할 수 있는 변속기와 차를 정말로 가슴 설레는 무기로 변신시키는 극도로 민감한 드로틀과 더불어 이 짐승을 남성적으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거기에서 유연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드러난다. 흡인력 있는 스티어링, 든든한 차체 제어능력, 믿음직한 접지력과 탁월한 브레이크 -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기본이라는 점이 놀랍다 - 는 화재현장에서 탈출하는 것처럼 운전하기를 부추긴다. 속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노면이 거친 국도다. 덜컹거림은 조금 불편할 뿐 아니라 종종 차를 망가뜨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스포트에서 일반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세팅을 지속적으로 오가는 똑똑한 지능형 댐퍼는 DB9에서 즐길 수 있는 것보다 더 차분한 승차감을 자아내지만, 이 차에서는 서스펜션 시스템이 휠의 움직임보다 더 많이 작동할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점은 벤틀리에서 느끼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애스턴 마틴이 꽤 쉽게 발휘할 수 있는 날카롭고 커브를 베는 듯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벤틀리는 확실히 든든한 느낌 - 2.3톤짜리 차라면 당연하다 - 이고, 4WD 시스템 덕분에 노면이 젖고 마른 것에 관계없이 든든하게 긴 고속 코너를 공략한다. 하지만 이것을 스포티 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약간의 롤링과 더불어, 놀랄만큼 유연함에도 스티어링은 아래를 지나는 도로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 컨티넨탈을 급한 코너로 밀어 넣으면 그처럼 무거운 차로서는 놀랄 만큼 잘 움직임에도 차의 크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스포트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의 얘기다. 정말 급한 코너에서 벤틀리의 무게는 날려버릴 수 없지만, 변신하고 나면 더 듣기 좋은 배기음의 북돋움과 함께 매우 감동적이 된다. 차체 롤링이 사라져, 차는 지면에 더 단단히 달라붙는 느낌이다. 스티어링은 훨씬 납득할 수 있게 연결되는 느낌이어서, 컨티넨탈은 이전 모델이라면 뒷좌석을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쓰였을 법한 형용사인 ‘날랜’을 쓸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애스턴 마틴만큼 민첩하지는 않고, 헤어핀 코너에서는 다소 덜컹거리는 느낌이다. 단단한 서스펜션 때문에 요철과 언덕을 넘을 때 이상한 소리가 실내로 침투하겠지만, 민첩함에서는 확실히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주기적으로 그런 민첩함을 표출하고자 한다면, 피에스타 한 대 값인 1만1천20파운드(약 1천880만원)가 들어가는 세라믹 브레이크를 주문하는 것이 좋다. 네 명이 더 쉽게 탈 수 있는(뒷좌석에 키 큰 어른이 앉으면 천장과 씨름해야 하긴 하지만) 실내, 손질된 인체공학적 배치,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섬세해진 타이어 등이 개선된 것들이지만, 무거운 컨티넨탈은 가끔 멀리서 울리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벤틀리가 비라지를 훨씬 앞서는 부분은 정교함이다. 애스턴 마틴의 뒷좌석은 값비싸게 꾸민 쇼핑백 수납공간에 불과하고, 구조는 가끔 이상한 소리를 내고, 스위치류는 여전히 싸구려를 긁어모은 듯하고, 새 내비게이션은 요란스럽고, 시트는 장거리를 달리면 놀랍게도 불편하게 바뀐다.

하지만 아마도 이 두 대의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컨티넨탈 GT의 확실히 멋진 모습 속에 8년 동안 생산된 오리지널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과 DB9에서 시작된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 주제가 여전히 또 하나의 변형 차종에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 차들에 남아 있는 실망과 아쉬움을 피하기는 힘들다. 두 차가 분명 이전에 비해 진보했음에도 정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반적인 브레이크가 달려 나오지만 두 차 가운데 더 나은 가치를 주는 것은 벤틀리다. 보기에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특히 무게가 500kg은 더 나가기 때문에 값에 비해 더 차다운 차다. 물론 기름을 넣을 때에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더 풍요로운 실내, 4WD장치, 더 높은 최고시속과 함께 무게에 의해 동적인 한계가 있기는 해도 더 많은 것을 갖춘 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정도 값 차이는 사소하다.

적극적인 운전자라면 애스턴 마틴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없는 사실이고, 벤틀리처럼 애스턴 마틴도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차 가운데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컨티넨탈보다 전천후 능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고, 절반 값인 재규어 XKR이 같은 능력을 훨씬 더 잘 발휘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힘들다. 바뀌었음에도 그대로이기는 하지만, 벤틀리는 이 시승에서 이기는 데에 덜 힘든 상대를 만난 것이다.

글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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