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최초의 4WD, 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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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최초의 4WD, FF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2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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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승 페라리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FF의 4WD는 분명 새롭다. 과연 궁합이 잘 맞을까?

'왜'와 '어떻게'를 따지기 전에 신형 페라리 FF를 바로 만나보자. 단 1마일(약 1.6km)만 달려봐도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명쾌하게 알 수 있으니까. 아주 편하게 나는 방금 1마일을 달렸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알프스 1차선 계곡 도로의 직선코스. FF는 포장이 잘된 노면을 조용히 미끄러져 나갔다. 고속구간이었지만 앞에 꽉 들어찬 차 대열에 막혀 서다가다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FF는 투덜거리지 않았다. 노면, 바람과 엔진 소리는 들릴락 말락 했다. 오토 모드의 7단 듀얼클러치 기어박스와 컴포트 모드의 적응형 댐퍼를 갖춰 저속 처리가 아주 뛰어났다. 한데 체증이 풀리고 앞길이 터널 속으로 사라지자 FF는 위력을 발휘했다. 스피드와 굉음이 뒤엉켜 터널을 뒤흔들었다.

파워는 660마력 6.3L V12 엔진에서 나온다. 그러나 FF를 가름하는 것은 발끝의 출력이 아니라 토크. FF의 최대토크는 69.5kg·m로 599 GTO를 누른다. 그리고 1,750rpm부터 최대토크의 80%가 터져 뛰어난 가속력을 자랑한다. 차체가 더 무겁지만 0→시속 200km 가속에서 500 GTO를 앞질렀다. 게다가 힘들이지 않고 빠져나갔다.

하지만 터널과 V12 페라리가 어우러지자 배기관보다는 엔진에서 더 큰 굉음이 폭발했다. 다시 햇빛 속으로 나오자 도로는 금방 성격이 달라졌다. 먼저 훨씬 심한 꼬부랑길이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고속 3단과 4단의 첫 커브를 차례로 누비자 FF는 전형적인 뒷바퀴굴림 GT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스티어링비가 드러났다. 2.2 턴에서 458 이탈리아보다 느렸지만 간발의 차이가 났을 뿐이었다. 마네티노 스위치를 스포트로 돌리자 댐퍼가 단단해지고 FF는 롤링이 거의 없이 실로 민첩하게 돌아갔다.

그때 아무 경고도 없이 도로는 요철이 심한 오르막에 들어섰다. FF는 스포트 모드에서도 흐르듯 올라가다가 2단 헤어핀에서 속도를 낮췄다. 여기서 FF는 이전의 어떤 양산 페라리도 할 수 없었던 요술을 부렸다. 코너에 들어갈 때 진입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약간 언더스티어를 일으켰다. 이때 액셀을 살짝 밟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정교한 트랙션 컨트롤과 안정 시스템의 위력이 아니었다(물론 FF에는 이런 능력이 풍성하지만). 페라리 V12의 파워를 뒷바퀴만 아니라 앞바퀴에도 보낼 수 있는 효과가 드러났다. FF는 최초의 네바퀴굴림 양산 페라리. 그래서 거의 완벽한 트랙션과 아찔한 가속력을 자랑했다.

일단 최초의 1마일은 지났다. 그리고 헤어핀을 빠진 뒤 즉시 마지막 코너에서 FF의 또 다른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중간회전대의 3단 코너. 건조한 날이었다면 거침없이 평탄하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코너 중간 노면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선명한 대시보드 그래픽이 앞 액슬을 다시 불러낸다는 지시를 띄웠다. 바로 글러브박스 위에 있는 모니터에 전달되는 정보였다. 하지만 눈에 띄는 그립 손실이 없었고 ESP를 불러내지도 않았다. 뒷바퀴굴림 페라리도 전자장치를 작동하면 마찬가지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한층 드라마틱한 체험을 해야 한다.

때문에 단 1마일 만에 FF는 저속에서도 매끈하게 달렸다. 세련됐을 뿐 아니라 승차감이 좋았다. 사운드는 장난이 아니었고 직선 및 크로스컨트리 페이스는 위압적이었다. 게다가 편안하게 완전한 성인 3명과 450L의 짐, 혹은 이런 시승에 가져가는 사진과 비디오 촬영장비를 싣고도 그럴 수 있었다.

‘인상적’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실상을 전할 수 없다. 과연 어째서 페라리는 네바퀴굴림 왜건(또는 슈팅 브레이크)을 만들었는가? 2인승과 4인승 V12 사이에 들어온 너무 많은 크로스오버가 원인의 하나. 또 페라리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객들이 한층 쓸모있는 차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아울러 네바퀴굴림이 추가되어 어느 시장에서는 중대한 판매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북아메리카의 스노 벨트가 대표적인 본보기.

다음으로 ‘어떻게’를 따져보자. 페라리 용어를 사용한다면 FF는 비교적 재래적이며 급진적인 구성요소의 어울림이다. 구조는 친숙하다.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은 휠베이스를 612 스칼리에티보 다 40mm 늘려 실내공간을 키웠다. 엔진은 새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V12 페라리 로드카는 직분과 스톱-스타트(612보다 CO₂ 배출량을 25%를 줄였다)를 살렸다. 하지만 엔초와 599 GTB에서 발전한 엔진이다. 심지어 뒷바퀴로 파워를 보내는 방식도 넓은 의미의 표준방식이다.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액슬이 E-디퍼렌셜과 짝지었다.

하지만 FF가 파워를 앞바퀴에 보내는 방식은 결코 재래식이 아니다. 페라리든 다른 메이커의 경우든 마찬가지. 간단히 말하면 페라리는 2005년 특허를 냈다. 페라리의 특허 4WD는 덩치가 작고 가볍고, 이론적으로 스티어링 감각을 훼손하지 않는다. 그 뒤로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네바퀴굴림은 모르는 사이에 작동한다. 드라이브라인 마찰, 스티어링의 돌발적 끌림, 과도한 기계소음이 없다. 이 모두가 거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듯 하다. 4WD 자체가 그렇게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시스템이 예방적으로 앞 액슬을 끌어들이는지 분명치 않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추가 구동축이 FF 핸들링에 주는 효과였다. 고속 코너를 통과할 때 FF는 뒷바퀴굴림 감각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FF가 오버스티어로 넘어가려는 바로 그 저- 중속 코너에서는 앞바퀴굴림이 끼어들고, FF은 밀리면서 동시에 끌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특징의 혜택은 분명하다. 이 차는 660마력, 최고시속 337km. 그럼에도 놀랍도록 나긋했다. 단지 성능의 잠재력을 지극히 능률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뿐이다. 그래서 FF는 GT로서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울러 네바퀴굴림에 힘입어 FF는 겨울에도 갇혀있을 이유가 없다. 나는 잠시 눈길(겨울 타이어를 신겨)을 달려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정서적 관점에서 네바퀴굴림은 페라리와의 상호작용이 약간 마멸됐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 FF가 정서적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스타일이 그토록 외향적이고 사운드가 그처럼 감동적인데 정서적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러나 때로는 정갈하게 다듬은 뒷바퀴굴림 섀시의 기본 감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스리고 활용하고 싶었다.

특히 다른 각도에서 FF는 놀랍도록 역동적이다. 페라리 수석 테스트 드라이버 라파엘 드 시몬에 따르면 페라리는 운전감각에서 FF가 612보다는 458에 더 가깝기를 바랐다. 이럴 경우 숙달될 때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는 스티어링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 처음에 내 스티어링 입력은 좀 지나치게 컸다. 말을 바꿔, 스티어링을 조금 풀어야 했고, 그럴 때 보디롤링 감각이 커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티어링은 완전히는 아니라도 거의 직감적으로 움직였다. 그때부터 FF는 첫 무게변동 이후 거의 보디롤링 없이 방향을 바꿨다.

요컨대 차를 세우고 나올 때까지는 길이 4.9m와 무게 1.9톤을 느낄 수 없었다. 그밖에 내가 시승했던 바로 그 FF의 듀얼클러치 박스는 내가 몰아본 페라리V8 의 그것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고회전 고 토크 쉽트업은 그만큼 빠르지 않았고, 저회전 다운쉽트도 그만큼 매끈하지 않았다. 그래도 페라리 구형 싱글클러치 자동 박스와는 낮과 밤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을 제외하면 FF는 첫 1마일 사이에 그 뒤 7시간 동안 우리가 알아낸 것을 모두 알려줬다.

사실 직접적인 라이벌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특히 22만7천26파운드(약 4억500만원)의 가격을 고려할 때 그렇다. 아마 제일 가까운 경쟁자는 벤틀리 컨티넨탈 GT. 한데 둘은 아주 다르다. 벤틀리는 더 무겁고, 네바퀴굴림이 더 선명하다. 그리고 운전의 재미와 민첩성에서 FF에 뒤진다. FF는 더 빠르면서도 실내가 더 넓다. 라이벌로 꼽힐 수도 있을 애스턴 마틴 래피드는 운전성능에서 대등할 뿐이다. 다양한 쓰임새에서 FF의 상대가 될 수 없고, 가격도 서로 다르다.

이렇게 볼 때 FF가 이룩한 성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네바퀴굴림의 안전성과 다양성을 잘 아울렀고, 전통적인 기술상의 약점을 적잖이 해소했다. 게다가 FF는 599나 458과는 다른 페라리. 이 차를 사고자 하면 이런 사실을 알아둬야 한다. 그러나 FF는 부풀어진 스타일로 파격적이지만 새로운 패키지 레이아웃은 확실한 저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말했듯 페라리는 그런 차를 만들 배짱이 있었기에 축하를 받을 만하다. 그날 하루를 마치면서 FF의 실체는 밝혀졌다.

우리는 돌로미티 알프스에서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먼저 3시간 반의 열차 여행이 시작됐고, 뒤이어 2시간 동안 여객기를 탔다.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사진기자 스탠과 카메라맨 앤디는 FF 트렁크에 장비를 싣고 런던으로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기꺼이 FF를 몰고 단번에 1,348km를 달리고 싶다. 이게 탁월한 GT의 증거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페라리 FF 주행 영상 보러가기

글 · 제이미 코스토핀(Jamie Corstorphine)

FACT FILE
FERRARI FF
가격 £227,026(약 4억500만원)
0→시속 100km 가속 3.7초
최고시속 334.7km
연비 6.5km/L
CO₂배출량 360g/km
무게 1880kg

엔진 V12, 6262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네바퀴굴림
최고출력 660마력/8000rpm
최대토크 69.7kg·m/6000rpm
무게당 출력 351마력/톤
리터당 출력 106마력/L
변속기 7단 자동, 듀얼클러치

크기 4907×1953×1379mm
휠베이스 2990mm
연료탱크 91L
주행가능거리 589km
트렁크 용량 450L

앞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멀티링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398mm 카본세라믹 디스크(앞), 360mm 카본세라믹 디스크(뒤)
휠 8.5J×20인치(앞), 10.5J×20인치(뒤)
타이어 245/35 R20(앞), 275/40 R20(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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