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만난 닛산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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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만난 닛산 리프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3.0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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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은 덜하다. 하지만 분명한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다.

전기차(이하 EV) 시장의 소리 없는 격전이 시작된다. 제주도에서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EV 보급 사업이 시작되기 때문. 제주도는 3월 6일 열리는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IEVE)를 시작으로 20일까지 약 1천500대의 EV를 민간공모, 추첨을 통해 보급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정부지원 EV 보급대수인 3천대의 절반에 달한다.

그만큼 각 제조사의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당첨자는 지자체 지원금을 포함해 총 2천2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데, 이는 EV를 구매하는데 드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게다가 벽걸이형 충전기인 ‘월박스’ 설치도 무상이다. 만일 제주도에 살고, EV를 고려한다면 지금이 기회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EV의 종류는 기아 쏘울 EV, 쉐보레 스파크 EV, 르노삼성 SM3 Z.E, BMW i3, 닛산 리프 등 6개 모델이 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닛산 리프를 제주도에서 시승했다.

닛산 리프는 지난 2014년 12월 국내에 출시됐다. 2010년 12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로 선보인지 딱 4년만이다. 그간 전 세계 상대로 15만대가 팔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EV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급격한 판매 성장이다. 2011년에는 2만2천대, 2012년에는 2만6천대를, 2013년에는 4만7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판매량은 6만대를 넘는다. 충전소 등 기반 시설 구축과 동시에 EV에 대한 정보도 점점 넓게 퍼진 덕이다.
 

이런 리프의 성공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산물이다. 닛산, 토요타, 혼다 등 일본차 회사들이 전기 기술에 빨리 뛰어든 것은 상대방과의 경쟁에 밀릴 수 없다는 다급함이 더 컸다. 그래서 닛산은 1992년부터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발을 시작했고, 1995년에는 실증시험을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E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리프의 디자인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5도어 해치백의 구성에 특별함을 과시하지는 않는다. 물론 충전을 위해 앞에 달린 연결 덮개를 보면 EV라는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차체를 휘감은 선들은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공기저항이 줄면 달릴 때 힘이 덜 들고 그만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내는 아늑한 분위기. 일반적인 자동차와 구성이 같다. 첨단 이미지를 더하기보다는, 몇몇 색다른 부분을 강조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마우스처럼 손으로 부드럽게 다루는 시프트레버, 다채로운 색의 계기판, 평면 센터페시아 등이 그렇다. 스티어링 휠, 버튼 등의 구성은 닛산의 다른 모델들과 똑같거나 비슷한 방식. 철저하게 의도된 부분이다.

닛산 리프는 대중 시장을 향해 달린 첫 양산형 EV다. 그만큼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감각을 자아낼 필요가 있었다. 지나치게 혁신적인 것은 대중에게 사랑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닛산이 가장 공들인 것은 이질감을 없애는 것이다. 엔진 달린 차에서 EV로 넘어올 때 느낄 수 있는 생소함을 최대한 줄였다. 출시 이후 4년 동안 소유주의 의견을 받으며 개선한 부분도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 몫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주행 감각. 매끈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상당히 돋보였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점진적이다. 가속감을 휘발유 엔진과 비교한다면, 최신형 1.6L 엔진과 비슷하다. 리프의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80Kw를 내는데, 이를 환산하면 약 109마력이 된다. 그리고 25.9kg‧m의 최대토크가 항시 유지되니, 빠르게 속도를 올릴 때는 1.6L 엔진보다 더 빠른 기분이 든다.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가고 싶다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에코 버튼을 누르면 된다. 가속페달을 밟는 것에 비해 모터로 보내는 전류를 줄여 반응과 출력을 낮춘다. 그만큼 가속은 느긋하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약 70% 이상 밟으면 일반적인 상황처럼 힘을 낸다. 순간적인 가속이 필요할 때를 위한 것이다.

시속 100km로 항속주행 할 때는 아주 여유로웠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밟고 떼며 부드럽게 속도를 조절하며 달렸다. 이때 감각은 휘발유차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상황에 따라 작동하는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이다. 브레이크를 밟거나 주행 모드를 B로 바꾸면 회수하는 에너지의 양을 키우는 방식이다.
 

실내는 시종일관 조용했다. 들리는 것은 전기 모터의 ‘윙’하는 소리와 바람소리. 일반적인 풍절음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시승 당일 제주도에는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었다. 성인도 살짝 휘청거릴 정도. 하지만 리프는 안정적으로 달렸다. 울렁이는 노면도 부드럽게 타고 넘었다.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해 바닥에 몰아담은 배터리의 도움이 컸다.

EV에서는 차체 설계가 운동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큰 무게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위치가 주행감각을 바꾼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차체 가운데, 그리고 아래에 가까울수록 좋다. 앞과 뒤의 무게가 고르게 나뉘어야 쏠림이 없기 때문. 그리고 무게중심이 아래로 잡히면 흔들림이 줄어들어 몸놀림이 더욱 안정적이 된다. EV 전용으로 설계된 차체가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리프의 경우 좌석 밑 차체 아래에 배터리를 숨겼다. 용량은 24kWh로, 전압은 360V.
 

스티어링 감각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앞바퀴굴림 EV 중에서는 최고점을 주고 싶을 정도. 반응이 탄력적이고, 맞춰 움직이는 차체의 거동이 좋아서다. 무거운 차체에 맞춰 살짝 단단한 느낌으로 서스펜션을 세팅했다지만, 위아래 움직임의 허용범위는 여유롭게 둔 편. 그래서 울렁이는 노면의 흔들림이나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한다. 급하게 코너를 돌 때면 차체가 약간 기우는데, 기우는 각도를 의식할 정도는 아니었다.

알쏭달쏭한 것은 브레이크 페달의 탄력. 회생제동 시스템을 도입했기에, 약간 다른 느낌이 난다는 것은 알겠지만 굳이 탄력을 강조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뒤 서스펜션은 토션 빔 구조를 사용했는데, 솔직히 어색한 부분을 찾긴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차체 균형을 잡아주는 저중심 구조와, 서스펜션 세팅 덕분일 것이다.
 

시승을 마칠 때쯤 얼마전 시승한 BMW i3와 자연스레 비교하게 됐다. 두 차는 완전 반대다. i3는 가장 최신 모델. 재빠르고, 아주 탄탄한 승차감에, 스포티한 핸들링을 자랑한다. 가구 같은 실내 공간은 색다른 기분을 안겨준다. 모든 부분이 톡톡 튀듯 전기 축제를 벌인다. 약간 야단스러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가속 페달 하나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것은 분명 대단한데, 발을 떼자마자 속도가 확 줄어버리니 곤혹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생소함 때문에 모두에게 최고는 아니다.

닛산 리프는 BMW i3에 비하면 느리다. 화려함은 덜하다. 하지만 분명한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다. 주행은 시종일관 편안하고 여유롭다. 휘발유 차의 습관대로 몰아도 괜찮다. i3만큼 최첨단 감각과 강렬한 이미지는 없어도, 느긋한 삶을 같이 할 차로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한번 충전으로 주행가능거리는 132km로 일반적인 출퇴근 거리와 근거리 이동성을 충족시킨다.
 

한국 닛산은 2015년에 리프를 150대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닛산 리프의 판매가는 5천480만원. 보조금은 총 2천200만원(환경부 1천500만원, 제주도지자체 700만원)으로 실제 구입가격은 3천280만원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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