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에 더한 균형감, 렉서스 ES3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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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에 더한 균형감, 렉서스 ES300h
  • 나경남
  • 승인 2020.11.04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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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비는 언제나 당황스럽지만, 예상하고 있었다면 그렇게 당황스러울 이유가 없다. 그런데 예상치를 벗어나면 어떨까. ES300h를 시승할 때가 딱 그랬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향하는 길에도 비가 쏟아지긴 했다. ‘렉서스다움’의 상징과도 같은 주행 정숙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또 한 번 감탄하던 터였다. 익숙하지 않은 첫 만남 이후 시내에서는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면, 차량 흐름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외곽 도로에서는 훨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ES300h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현 세대의 ES300h는 이전보다 젊고 대담하며 날렵하지만 너무 화려하진 않다 

아마 이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많은 양은 아니었고, 예보에서 미리 확인했던 것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호젓한 느낌마저 들었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기 좋은 타이밍 아닌가. 한적한 도로 위, 이미 적당한 중고속 영역에서 힘껏 가속도 해보았다가 감속하고, 주행 모드를 달리해보는 등 여러 조작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은 전혀없었다.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은 ES의 완성도 만큼이나 여전하다 

한참을 달려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마침 이 즈음엔 비도 그쳤다. 내부 인테리어도 살펴보고 뒷좌석에도 앉아봐야겠으며 이런 저런 차량의 특성들을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함이다. 은은한 분위기의 실내는 충분히 고급스럽다고 느껴졌고 여러 부분에서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마침 흐린 날씨 덕분에 그 은은함이 더 빛을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운전석 주변에서 눈에 띄는 내부 인테리어가 다소 보수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 약간은 뻔하기 때문에 손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약간은 구태의연하고 올드한 느낌도 없지 않다. 이게 사실 재미있는 부분인데, 차라리 아주 오래 전의 인테리어였다면 오히려 신선했을 것이다. 

하지만 ES300h는 그리 많이도 아닌, 아주 조금 뒤쳐진 유행을 따르는 듯 보였다. 마치 작년 또는 재작년 정도에 유행했던 패션을 바라볼 때 느끼는 촌스러움. 당연하게도 이 경우에 그 촌스러움이 눈에 띄는 정도는 더 크다. 렉서스를 상징하는 또 다른 수식 중 하나인 ‘장인정신’도 좋지만 달라질 필요는 명확하다. 10년 전에 ES를 선택했던 이들의 표준군과 현재 ES를 선택하는 이들의 표준군의 조건이 일치한다고 해도 그들이 서로 같을 순 없다.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졌던 실내에서 관점을 바꿔보겠다고 차 밖으로 나섰다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최근 렉서스의 디자인 경향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현행 세대의 ES 디자인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젊고 대담해진, 날렵하면서도 너무 화려하진 않고, 또 무게감이 부족하지 않지만 무겁게 보이지 않는 균형 감각이 그랬다. 

 

ES300h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이미지가 달라진다 

여기서 또 다른 포인트는 세로 방향으로 구성된 스핀들 그릴. 개인적으로는 렉서스의 라인업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 포인트다. 사진 등으로 정면에서 보이는 모습은 사실 그리 멋지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실물로, 특히나 세워둔 ES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그 인상이 변화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인테리어와 인포테인먼트 구성에서도 이런 외관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잘 따라와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거세졌다. 

 

장인 정신이 깃든 실내에는 굳이 장인 정신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계기반의 집중도는 상당히 높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식 입력이 불가능하다 

이동하는 중에 맞았던 비처럼, 조금만 있으면 지나가겠지 했던 빗줄기는 기세가 점점 더 강해졌다. 주차장의 배수구로 빠지는 빗물의 양보다 불어나는 빗물이 많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 여태 차 안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퍼를 가장 빠른 상태로 돌리고 있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달까. 도로 위로 올라오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을 정도로 더 극적이었다. 그야말로 도로는 순식간에 얕은 개울처럼 변해버렸고, 철길 너머 인근 마을로 넘어가는 조그마한 언덕에서 내려오는 물은 마치 얕은 급류같았다.  

차체를 때리는 빗소리가 차 안에 가득찼다. 왠지 지고 싶지 않아, 음악 소리를 더 키웠다. ZZ탑의 노래 ‘Sharp Dressed Man’의 가사는 ES300h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이유도 없이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해진 느낌. 비를 조금 맞을 때는 적게 맞기 위해서 조심하다가, 이미 완전히 젖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더 신나게 물을 박차고 뛰어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ES300h가 그랬다. 갑작스러운 대자연의 폭우를 맞으며 굳이 운전을 시작해야겠다고 나선 애송이 운전자에게 ES300h는 정말 든든했다. 스포츠 모드를 넣고 연신 과격하게 몰아치는데, ES는 평온하다. 더 세게 물장구를 치고 싶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엔진과 전기 모터를 포함한 시스템 총 출력은 218마력이다 
휠에도 소음 저감 타입을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조금은 긴,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회전 구간에서 겁도 없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넣으면서 돌아봤다. 가속 반응은 특히 엔진의 고회전 영역에서 약간은 늘어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확실하고 꾸준하게 가속을 더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ES300h의 차체 제어 능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차체 안에서 횡방향으로 가속도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데 차체는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조차 안정적이었고, 차체 제어 시스템의 개입이 무모한 운전자의 시도에 약간의 경고를 보낼지언정, 코너링 라인은 더 깊고 날카롭게 그려냈다.  

특히나 코너링 방향 안쪽으로 차체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선연했다. 코너링 중 가속을 시도할 때, 안쪽 휠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바깥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 덕분이란다. 그랬다. 몰랐다면 그저 신기하게 느꼈을 부분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실제 주행에서 느끼는 감각은 단순히 차체가 바깥 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 이상으로 무게 중심을 코너링 안과 더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것과도 같았다. 

 

뒤쪽으로 루프가 낮아지지만 성인 남성 평균키 이상에서도 공간이 부족하진 않다 
스키 스루가 적용되어 있지만 뒷좌석을 접을 순 없다 

합격이나 만족? ES300h는 내 기준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실제로 이 차를 구입해서 탄다면 그리 자주 손댈리 없을 것 같은 주행 모드 변환 노브를 되돌리고, 테스트라고 쓰고 객기라고 부를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전륜구동 하이브리드 세단에게 굳이 부담을 줄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ES300h는 압도적인 가속 성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가격 대비 성능이라 말하는 ‘좋은 가격’을 앞세운 동급 차량과도 확실히 다르다. 본의 아니게 완전 무방비한 상태로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ES300h에게 있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도저히 익숙해 질 수 없었던, 렉서스 특유의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만 빼고 말이다. 

 

ES300h의 완성도는 트집잡기 어렵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LEXUS ES300h
가격    6710만 원(이그제큐티브)
길이×너비×높이    4975×1865×1445mm
휠베이스    2870mm
무게    1710kg
엔진    직렬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변속기     e-CVT
최고출력    218마력/5700rpm(시스템 총합)
최대토크    22.5kg·m/3600-5200rpm
연비    17.2km/L
CO2 배출량    91g/km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더블 위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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