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라이프 그리고 휴식이 있는 한때, 볼보 S90 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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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라이프 그리고 휴식이 있는 한때, 볼보 S90 B5
  • 최주식
  • 승인 2020.11.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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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라이프 그리고 휴식이 있는 한때

 

 

4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신형 S90은 이제 익숙해진 디자인 패턴에 신선함보다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변화는 적지 않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차체 길이가 5m가 넘는다는 것. 이전보다 125mm 증가해 5090mm에 이른다. 근데 그렇게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전에 왜건형인 V60 크로스컨트리를 만났을 때도 실제 크기보다 콤팩트한 느낌을 받았다. 볼보의 어떤 디자인 특징으로 볼 수 있을 텐데 나는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당당하면서도 덩치를 자랑하지 않는 자세 말이다.

 

디테일의 발견은 우선 자료를 살펴본다. 카메라와 통합된 아이언마크, ‘토르의 망치’ LED 헤드램프와 연결되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새로운 크롬 디테일이 반영되었다. 후면은 트렁크 일체형 스포일러, 범퍼 하단에 숨겨져 바닥을 향하는 배기 파이프, 시퀀셜 턴 시그널이 포함된 풀 LED 테일램프가 새로 추가된 요소란다. 

운전석에 앉으면 좋은 공간에 들어선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을 때의 만족감 비슷한 것. 익숙한 인테리어는 어느 볼보나 마찬가지지만 차이는 역시 디테일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리스탈 기어노브다. 진짜인가? 오랜 역사를 지닌 스웨덴 오레포스제 천연 크리스탈로 만들었다고, 자료에 나와 있다. 재료의 고급감은 장식만이 아니라 기분을 좋게 하는 터치에 있다.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인스크립션 모델에 적용된다. 이 트림에는 뒷좌석을 위한 고급 암레스트와 측면 윈도 선블라인드, 리어 선 커튼이 포함된다. 인스크립션 모델은 6690만 원이고, 기본형 모멘텀은 6030만 원이다. 660만 원 차이는 작은 게 아니지만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을 포함하는 인스크립션의 장비는 그 차이를 외면하기 어렵게 만든다. 

자동차 실내의 편안한 공간 개념은 이제 대기오염으로부터의 ‘안전’에 비중을 높여 가는 추세다. 실내 유입되는 미세먼지 감지 및 정화 기능의 어드밴스드 공기청정 시스템을 포함하는 클린존 인테리어 패키지가 전 트림에 기본이다. ‘안전은 옵션이 아니다’라는 볼보의 브랜드 철학은 얼마나 근사한가. SPA 플랫폼 기반으로 한 차체 구조는 붕소 강철 범위를 넓히고 잠재적 사고 시나리오에서 탑승객을 보호하는 첨단 인텔리세이프 시스템, 그리고 시티 세이프티 역시 기본이다. 

 

전장이 길어진 만큼 휠베이스도 길어졌는데 이전보다 120mm 늘어난 3060mm다. 넓어진 실내 공간은 상당 부분 뒷좌석에 할애되었다. 뒷좌석 레그룸이 115mm 늘어난 1026mm다. 여유로운 공간과 더불어 음악을 듣기 좋은 공간이다.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한층 풍부한 음질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설명. 재즈클럽 모드와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새로 추가되었다. 혼자일 때는 오롯이 운전석 위주로 음향을 세팅해 좀 더 무대에 다가간 듯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바워스&윌킨스 없는 볼보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개인 취향이겠지만, 인스크립션 트림을 선택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라 부르는 B5 엔진은 볼보의 새로운 표준 파워트레인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보통의 하이브리드 개념과는 좀 다르다. 전기모터만으로 독자적인 주행은 하지 못한다. 따라서 계기판에 EV 모드 표시 같은 건 없다. 말하자면 운동에너지 회수 시스템이 가솔린 터보 엔진과 결합한 엔진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전기모터는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는 부드러운 이름 탓인지 주행은 시종일관 부드럽게 이어진다. 앞바퀴굴림 구동계는 긴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최고출력 250마력의 성능은 그다지 아쉬움 없고 최대토크 35.7kg.m는 1800~4800rpm 영역대에서 빠르게 그리고 넓은 회전영역에서 가속도를 뒷받침한다. 승차감은 편안하고 안정적이지만 묵직한 느낌은 부족하다. 

 

햇살 가득한 오후, 부드러운 주행이 짐짓 나른하다고 생각들 때 다이내믹 모드를 쓴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개인설정 4가지. 느슨해진 볼트를 조이듯 긴장감을 높인 섀시는 사뭇 다른 자세로 변모한다. 화끈하지는 않지만 변화는 뚜렷하다. M 모드는 D 모드에서 한 칸 내리면 좌우로 시프트 다운, 플러스를 하며 자동 8단을 요리할 수 있다. M에서 한 칸 내리면 다시 D 모드로 복귀되는 방식이 단순해서 다루기 좋다. 스티어링 휠 뒤를 더듬어 봐도 패들 시프트는 없다. 

19인치 휠이 탄탄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고조된 사운드로 스포티한 기분을 더한다. 토르의 망치까지는 아니어도 꽤 강력한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핸들링은 정확하지만 스포츠 세단은 아니다. 최고시속을 180km로 제한했다는 점에서도 차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도로에 차들이 많아지며 정체가 시작된다. 내비게이션은 영리한척 샛길을 안내하는데 모두 그 샛길로 빠져나간 것 까지는 알지 못한다. 정체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쓴다. 스티어링 휠 위의 버튼을 가볍게 누르면 작동, 속도 세팅 역시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아니라면 앞차와의 간극 조절이나 가감속 속도조절이 유연하다. 다만 차선 유지 기능은 다소 느슨해서 가급적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게 좋겠다. 

 

플라타너스 잎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며 바람에 춤을 춘다. 보닛 위로 반짝임이 스쳐 지나가고 구름도 잠시 머물렀다 떠난다. 시트는 오래 머물러 있어도 편안한 타입이다. 거리에 구형 볼보들이 지나간다. 신형 S90은 이전보다 확실히 세련되고 늘씬해졌다. 

 

시승을 마무리하며 뒷좌석에 앉아본다. 뒷좌석에 앉자마자 “이거 리무진이잖아”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보기에도 그렇지만 앉으면 정말 넓다. 롱 휠베이스 모델을 기본 적용한 것에는 다양한 포석이 있겠다. 무엇보다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점수는 한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특히 자녀들이 좋아하겠다. 어설픈 디자인 변경보다 실속 있는 변화다. 이것도 인스크립션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뒷좌석 암레스트를 내리면 생각보다 크다. 수납공간과 2개의 컵홀더를 갖추고 있으며 뒷좌석에서 선루프를 조작할 수도 있다.

 

신형 S90 B5는 느긋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금세 친해진다. 바쁜 시티라이프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면서 휴식 같은 차의 느낌을 전해준다. 마음의 여유가 한 뼘 더 커지는 기분 같은 것. 더불어 S90은 스포츠 세단보다 편안한 패밀리 세단을 찾는 이에게 추천할 만하다.  한편으로 엄격한 의미의 하이브리드라 할 수 있는 T8 AWD에 관심이 간다. 318마력에 전기모터 87마력을 더한 시스템 출력 405마력의 성능은 B5의 나긋함과는 상당히 결을 달리 할 것 같기 때문이다. (8540만 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는 가격은 염두에 둬야 하겠지만). 아무튼 신형 볼보 S90은 볼보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한편 동급의 비교대상에서 이전보다 우선 순위로 확실히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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