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에서 만난 두카티 파니갈레 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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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서 만난 두카티 파니갈레 V2
  • 송지산
  • 승인 2020.06.2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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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가 가장 오래 만들어온 엔진은 2기통이다.
전통을 잇는 신형 파니갈레 V2를 트랙에서 만났다

최근 두카티는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Desmocedici Stradale)라는 긴 이름의 신형 V4 엔진을 개발해 여러 신제품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두카티하면 자연스레 ‘2기통’이 떠오를 만큼 오래 사용한 엔진이 있다. 90° V-트윈, 일명 ‘L-트윈’이라고 부르는 특유의 엔진은 다른 모터사이클에선 찾기 힘든 독특한 감각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런 두카티 2기통 엔진의 명맥을 잇는 신제품 파니갈레 V2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만났다. 두카티, 그 중에서도 파니갈레라면 트랙에서 만나는 게 가장 알맞다.

 

파니갈레 V2는 두카티 2기통 엔진의 명맥을 잇는 모델이다

사실 이 모델의 전신은 959 파니갈레다. 기존에는 배기량을 제품명으로 사용했다. 898cc 엔진을 얹은 모델은 9로 끝나는 최근 작명법에 맞춰 899 파니갈레로, 이후 나온 955cc 엔진을 얹은 모델은 959로 작명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기존 작명법을 버리고 파니갈레 V2, 파니갈레 V4로 정리한 것은 엔진이 2종류로 늘면서 소비자들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엔진만으로 분리해도 모델 간 이름이 겹치지 않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어쨌든 959 파니갈레는 올해부터 파니갈레 V2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다. 우선 외관이 한결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프런트 페어링과 리어 시트 주변이 훨씬 뾰족해졌다. 헤드라이트 좌우 흡기구는 이전보다 커지며 흡기 효율이 향상됐고, 흡기구 상단에 헤드라이트를 배치했다. 측면 페어링도 한 조각에서 두 조각으로 구성이 바뀐 것은 통기성을 높여 엔진 냉각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배기 파이프 역시 2가닥으로 길게 뻗어 나오던 것을 콤팩트한 1가닥 구성으로 변경했다.

 

이름이 바뀌면서 외관 역시 한층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엔진은 기존과 동일한 955cc 슈퍼콰드로 엔진이지만, 새로운 인젝터의 적용과 흡기구 확대로 인한 흡기 효율 향상으로 성능이 늘어나 최고출력은 5마력 증가한 157마력/1만750rpm, 최대토크는 0.2kg·m 오른 10.6kg·m/9000rpm이다. 체감 상으로 변화를 느끼긴 어렵겠지만, 진화는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모노코크 프레임은 높은 강성으로 비틀림을 억제하며, 서스펜션은 완전 조절식 쇼와 43mm BPF 포크를 앞에, 완전 조절식 작스 모노 쇼크 업소버를 뒤에 배치해 주행 환경이나 신체 조건에 맞춰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스윙암은 알루미늄 소재의 단면으로 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브렘보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는 강력한 제동력을 선사한다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전자장비의 세팅을 변경할 수 있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모터사이클 역시 다양한 전자장비로 주행을 보조하는 것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일수록 투입되는 장비가 많아진다. 파니갈레 V2에는 관성측량장치(IMU)가 장착되어 차량의 움직임을 6축으로 감지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퀵 시프트, 엔진 브레이크 제어 등에 사용된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 레이스, 스포츠, 스트리트 3개의 주행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기능들이 알아서 조절된다. 레이스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자장비의 개입이 이뤄지며, 스트리트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입한다. 스로틀 응답성 역시 레이스가 가장 즉각적이며, 스트리트는 점진적이다. 관련 설정은 4.3인치 TFT 계기판과 좌측 핸들바 버튼을 통해 가능하다.

이제 차량도 살펴봤으니 트랙으로 진입할 차례다. 전자장비도 보이지 않게 잘 도와줄 것이고, 앞 순서에서 열심히 달려준 덕분에 타이어도 잘 예열되어 부담이 덜하다. 피트레인 출구의 신호에 맞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랙에 줄지어 입장한다. 저속에서 좌우로 살살 흔들어보니 움직임이 가볍다. 176kg(건조중량)의 무게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무게감만으로는 미들 클래스를 타고 있는게 아닌가 착각이 든다.

힘차게 스로틀을 감으며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코너에 맞춰 브레이크 레버를 세게 당겼더니 단단한 프런트 포크가 쑥 빨려 들어간다. 생각보다 강한 제동력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원하는 만큼의 속도 조절을 위해선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다.

 

시트는 적극적인 체중 이동에 방해되지 않는 소재를 사용했다
리어 역시 완전 조절식 쇼크 업소버가 채용됐다. 
작스 제품

코너에선 빠르지만 정확하게 원하는 정도까지 차체가 누워준다. 브레이크에서 교훈을 얻은 만큼 최대한 부드럽게 스로틀을 당기자 자연스럽게 차체가 일어서며 가속이 이뤄진다. 불안함 없는 안정적인 밸런스를 보여주는 두카티에게서 과거의 불친절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메인 스트레이트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한다. 퀵 시프트로 착착 변속해가며 최대한 속도를 올려붙이니 시속 220km를 조금 넘기는 것까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코너가 금방 눈앞으로 다가와 더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체중이 좀 더 가볍고 체구가 작다면 보다 빠른 속도도 문제 없을 것이다.

 

프런트 포크는 세팅을 변경할 수 있다
두카티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슈퍼콰드로ʼ L-트윈 엔진

20여분의 세션을 마치고 주행을 복기했다. 분명 파니갈레 V4에 비해 파니갈레 V2의 출력은 낮다. 하지만 끝까지 다룰 수 있는 재미에선 파니갈레 V2가 앞선다. 과연 217마력의 파워를 끝까지 써먹을 수 있는 라이더가 몇이나 될까? 그에 비해 157마력의 파니갈레 V2라면 스포츠 주행이 익숙해진 라이더 정도면 끝까지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기통 엔진 덕에 훨씬 날씬한 차체도 매력이다. 이제 스포츠 바이크에 입문한 초심자도 양 발이 땅에 더 잘 닿으니 보다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전자 장비는 V4 못지않게 다양하니 주행 안전도 또한 높다.

따라서 결론은? 두카티의 오리지널리티를 경험하고 싶다면, 선택은 파니갈레 V2다. 분명 트랙에서 재밌고 안전한 파트너가 되어 즐거운 라이딩을 만들어 줄 것이다.

 

두카티 파니갈레 V2
가격    265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미공개
시트고    840mm
무게    176kg
엔진    수랭 V형 2기통 가솔린
배기량    955cc
최고출력    157마력/1만750rpm
최대토크    10.6kg·m/9000rpm
타이어    (F)120/70 ZR17 (R)180/60 ZR17
서스펜션(앞/뒤)    텔레스코픽 포크/쇼크 업소버
브레이크(앞/뒤)    더블 디스크/싱글 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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