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박스터로 달린 노스 코스트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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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박스터로 달린 노스 코스트 500
  • 마이크 더프(Mike Duff)
  • 승인 2020.06.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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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코스트 500(North Coast 500)은 운전을 즐기는 드라이버를 끌어들이는 자석과도 같다. 마이크 더프(Mike Duff)가 소프트톱 포르쉐를 타고 이 여정에 나섰다

한겨울에 노스 코스트 500을 달리는 것은 그 자체로도 모험이 될 수 있지만, 아마도 이번 드라이브만큼 모험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혹독한 기상상황과 함께 저 먼 북부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에 도착했다. 이것은 곧 포르쉐 박스터 대 브렌던 폭풍의 대결이 될 것이다. 

 

노스 코스트 500은 장대한 풍경과 토목 공학의 진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운전의 즐거움을 즐기는 활동이 계절을 타는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 그토록 흥미진진한 자동차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내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정들은 대부분 비참한 날씨에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도전과 같은 것들이었다. 

 

제설차량은 다가올 노면의 상태를 예고했다

296마력을 내는 수평 대향 4기통 2.0L 터보차저 엔진에 섀시를 더욱 다듬은 6단 수동 미션 버전의 미니멀리스트 박스터 T는 이러한 긴박한 모험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이번 여정의 또 다른 동기로는 노스 코스트 500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경험하고자 한 것이다. 2015년 이 코스가 대외적으로 공표된 이후, 스코틀랜드의 역사적인 지역인 로스, 서덜랜드, 케이스네스를 둘러싸고 있는 512마일(약 824km)의 일주 코스는 매우 유명해졌고 수많은 자동차 팬들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 드라이빙 코스를 즐기기 위해서 찾은 수천 명의 사람들에 의해 여름 동안 교통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좁고 때로는 한 개 차선 밖에 없는 도로가 혼잡해졌으며 심지어 지역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저 황색 기상 경보 하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길 바랄 뿐이었다. 

 

폭풍 전의 고요

열선 시트와 윈드 디플렉터 그리고 비니가 지붕을 열어젖히고 달릴 수 있도록 했다
관광객들은 겨울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버네스에서는 일찍 출발했다. 지난 2017년 리처드 웨버와 함께 피아트 500을 타고 3일 간의 일정으로 노스 코스트 500을 돌아본 경험이 있었던 포토그래퍼 루크 레이시는 이번 여정이 꽤나 빠듯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1박 2일이란 짧은 일정만이 허락된 상황에서 이것은 이미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날씨는 박스터의 윈드 디플렉터와 효과적인 히터, 그리고 시트 히터의 조합만으로도 지붕을 내린 상태에서 달릴 수 있을 정도였으며, 심지어 온도계가 섭씨 5도를 가리킬 정도로 온화했다. 주변 풍경은 바위투성이 대신 완만한 구릉지로 둘러싸여 부드럽게 느껴졌다. 예상과 달리 비도 내리지 않고 약간의 바람만 부는 날씨에 나는 박스터의 타이어를 겨울용으로 바꿔주겠다는 포르쉐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빌라크 나 바의 상태는 무척 미끄럽고 위험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뮤어 오브 오르는 모험의 분위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A835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향하면 교통량이 뚝 떨어진다. 다른 자동차를 만나려면 종종 5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할 정도. 도로변의 숲은 우리가 좀 더 경사진 지형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없어지기 시작하여, 이윽고 양철로 된 두툼한 비스킷 상자의 표지로 사용되곤 하는 하이랜드의 풍경이 드러난다. 이내 돌풍이 더욱 세차게 느껴지면서, 박스터를 노면 위에 붙잡아 두기 위해 약간은 진지한 스티어링 조작이 필요했다. 

 

하이랜드의 야생동물들은 날씨만큼이나 거칠다

황량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스케이븐 호수 옆에 멈춰서자 얼마나 바람이 많이 부는지 몰랐다. 루크 레이시가 카메라 장비들을 가지고 촬영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그가 똑바로 서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동안, 지붕을 내린 로드스터가 시속 80km로 달릴 때면 반대 방향에서 불어오는 같은 속도의 바람이 운전석을 거의 완벽하게 고요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치 태풍의 눈 속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물론 반대 방향으로는 시속 160km의 난기류가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포르쉐가 가장 최근 발표한 4.0L 718 GTS는 수평 대향 4기통 엔진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다 날카롭게 다듬어 놓았을지 모르지만, 이 엔진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다. 이 엔진은 스스로 터보차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결코 숨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 힘입어 더 흥미진진하고 실제보다도 빠르게 느껴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도로에 잘 맞는 중속 영역의 출력도 풍부하다. 6단 기어를 넣었을 때 즉각 정속으로 달리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어났다. 교차하는 차량들을 보내도록 마련된 대피구간을 갖추고 있는 일차선 도로로 길이 좁아지는 스트라스캐론을 지나서 확인하니 평균 주행속도는 꽤 훌륭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으르렁거리며 빠른 발을 갖고 있는 박스터 T는 거친 지형에도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길게 가진 못했다. 날씨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내리는 비는 스크린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최대 효율을 발휘하고 있는 와이퍼의 노력을 수포로 돌릴 만큼 세찼다.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인데도 황혼이 내린 것처럼 어두워졌다. 그런 다음 토나프레스에서는 A896 도로를 벗어나 일반 도로라기보다는 사유 도로처럼 보이며 ‘겨울에는 통과할 수 없음’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을 지나쳐야 한다. 이런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처럼 도로 반대 방향에서는 제설차가 나타났는데, 제설차의 운전자는 눈부시게 밝은 노란색 스포츠카의 모습에 놀랐음이 분명했다.

해안으로 뻗어있는 애플크로스 반도의 산을 가로지르는 이 길은 ‘빌라크 나 바’ 또는 ‘소의 고갯길’로 불린다. 이곳은 지난 19세기 처음 길을 열었으며, 영국에서 가장 가파른 오르막길이자 623m 높이의 정상, 그리고 그 꼭대기로 오르는 인상적인 알파인 스타일의 헤어핀 코스를 갖추고 있다. 보통은 포토그래퍼들이 즐겁게 몇날 며칠을 보낼 수 있는 장소지만, 박스터와 함께 이 길을 오를 때는 성난 구름이 우리를 만나러 내려오는 듯 했다. 머지않아 우리는 가시거리가 90m 남짓인 회색 수프빛 구름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정상에 다다를 때 즈음, 우리는 겨울철 주행에 적합한 콘티넨탈 윈터 콘택트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그립을 찾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포르쉐의 주행 안정 장치등이 깜빡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높은 눈더미 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진행은 더디고 조심스러웠으며 특히 긴 내리막길에서는 더했다. 애플크로스에서 점심 식사를 하겠다는 계획은 이제 해가 4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실 앞에 좌절되고 말았다. 심지어 우리의 박스터는 이곳에서 가장 모험적인 차량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여관 밖으로 연장선을 빼내어 충전을 하고 있던 테슬라 모델 3에게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다.

 

폭풍은 여전히 우리 위에 있고 우리는 박스터의 직물 천장 아래 아늑한 실내에 있었지만, 야만적인 돌풍과 거의 수평에 가깝게 내리는 비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곳의 시야를 거의 가리고 있었다. 악천후 속에서 운전자들은 종종 5일이나 그 이상 걸리는 노스 코스트 500의 코스에 멈춰서거나 우회로를 뒤덮곤 한다. 하지만 물에 푹 젖은 상태에서 게이로크와 풀웨 주변의 긴 순환 코스 주변을 돌면서 그립을 잃는 느낌은 없었다. 

A835 도로를 떠난 지 4시간 만에 약 257km를 달려서 우리는 다시금 A835로 합류했다. 직접 경로 상에서는 그저 30km만 늘어났을 뿐이었다. 여기서 약간은 초현실적인 순간도 있었다. 회색빛 구름 속에서 여러 겹으로 몸을 감싼 운전자가 타고 있는 모건 3휠러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지나치는 모습을 본 순간이다. 레인지로버가 보조로 뒤를 따르고 있긴 했지만, 알고 보니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모험적인 하이랜드 드라이브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 독일 저널리스트였다.

거센 폭풍우를 뚫고 거의 틀림없이 스토노웨이로 향할 거대한 페리선 칼맥과 함께 보이는 울라풀은 큰 도시처럼 느껴졌다. 약 322km를 달리고 난 후에도 박스터는 여전히 연료 탱크의 절반 정도가 찬 상태였으며 트립 컴퓨터는 인상적인 12.3km/L의 연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 기회를 갖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시금 달리기 전까지 우리는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해치우는 것 이상의 시간이 없었으며, 또한 윤리적인 딜레마에 맞닥뜨렸다. 루크 레이시는 멋진 곡선으로 장관을 이루는 카일레스큐 다리에서 사진을 찍길 간절히 바랬지만, 우리가 온전히 노스 코스트 500의 코스를 따라 달리려면 또 다른 해안 우회로에 있는 로킨버를 지나야하고, 그것은 곧 우리가 다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밤이 될 것임을 의미했다. 

 

서소는 먹거리와 연료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훌륭한 기착지였다

우리는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약 40km의 루트를 포기하고 노스 코스트 475를 달리는 것을 선택했다. 여기서 얻는 이점으로는 우리가 다리에 도착했을 때, 루크 레이시가 박스터의 빛나는 헤드라이트와 함께 화려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충분한 회색빛이 남아있을 것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남아있는 빛이 거의 없었지만 우리는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또 다시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우리의 계획은 여정을 멈추기 전까지 최대한 더 많은 거리를 달리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것은 곧 노면의 반사경이나 페인트 자국이 없어 도로와 그 바깥 경계를 거의 식별하기 어려운 A급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더 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네스에 위치한 비수기의 숙소들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백패커들이 묵는 호스텔에서 쉬는 것에 대한 상의(또는 브리핑)를 마친 후, 두 시간을 더 달려 서소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전에 경험했던 바, 음산한 북부 해안선이 꽤나 자주 장관을 펼쳐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캄캄한 어둠 너머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카일레스큐 다리는 여정을 다소 축소시켰지만, 심미적인 드라마를 더해줬다

서소는 쓸데없이 장식적이진 않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해줬다. 저녁 식사와 침대, 아침 식사는 물론 박스터를 위한 옥탄가 98의 고급 휘발유와 같은 것 말이다. 

동이 터오던 때 우리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노스 코스트 500의 코스에 해당하지 않지만 잠시 우회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A836 도로에서 약 8km 가량 떨어져 있는 던넛 헤드는 영국 본토의 최북단 지점이며 내가 아는 한 가장 음침한 아름다움을 가진 곳 중 하나다. 차가운 목요일 아침 일찍 우리는 사납게 보이는 바다를 가로질러 오크니 섬이 한눈에 보이는 무인 등대로 향했다. 짧게 소개할 만한 곳으로 존 오 그로츠도 있는데, 이곳은 땅 끝과는 거리가 좀 멀지만 상대적으로 덜 거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던넛 헤드보다도 더 알려진 곳이다. 

 

최후의 석유 시추기가 여정을 끝맺는 지점이 되어줬다

이로써 노스 코스트 500은 A99 도로와 A9 도로를 타고 동부 해안을 통해 인버네스로 돌아가는 작은 문제만 남게 됐다. 여전히 멋진 경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어제보다는 경치가 덜 산만하며 길은 더 넓고 빠르며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 더 높은 속도와 차체 하중이 걸리기 시작하자 나는 겨울용 타이어에 대해서 처음으로 가벼운 불만을 갖게 됐다. 일반적으로 박스터는 눈에 띄는 프런트 엔드의 반응성을 보여주지만 이 타이어는 확실히 긴장을 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다른 운전자들에게 진기한 구경거리도 제공했다. 목재 수송 트럭들을 연달아 추월하면서 포르쉐의 추월 가속 성능을 성공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박스터의 지붕이 영국 최북단의 던넛 헤드에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 기착지는 인버고든에 위치하는데, 이곳엔 비록 썩 멋진 풍경은 아닐지라도 크로마티 퍼스의 석유 시추기 십여 개가 폐기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스코틀랜드의 에너지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더 먼 북쪽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큰 연안 풍력 발전소를 본 적이 있다. 어쩌면 다음번에는 이와 같은 드라이브가 이곳에서 수확한 전자들로 구동되는 전기차로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존 오 그로츠는 노스 코스트 500의 기착지들이 상투적이라고 느껴진다면 들릴만한 곳이다

장대한 케속 다리의 그림자는 인버네스로부터 물을 건너지만 포르쉐가 소금기 묻은 옆면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면서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장소처럼 느껴졌다. 폭풍을 뚫고 드라이브를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박스터 T는 스스로의 성능과 역동적인 재능을 훌륭하게 증명했다. 내리는 비가 우리의 즐거움을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 드라이브가 노스 코스트 500을 특별히 더 화려하게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또한 확실히 한가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자체로 적절한 모험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노스 코스트 500 안내

길 안내는 일반적으로 대체 경로 없이 간단하게 이뤄지곤 한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당신이 직접 노스 코스트 500의 해안 도로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전체 경로의 반쯤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포르쉐의 내비게이션에 다음과 같은 경유지를 추가함으로써 거의 정확하게 그 경로를 따라갈 수 있었다. 

: 보울리(Beauly), 뮤어 오브 오르(Muir of Ord), 애플크로스(Applecross), 펀베그(Fearnbeg), 게이로크(Gairloch), 울라풀(Ullapool), 클래쉬네시(Clashnessie), 락스포드 다리(Laxford Bridge), 더네스(Durness), 서소(Thurso), 존 오 그로츠(John O’ Groats), 코논 다리(Conon Bridge), 인버네스(Inver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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